'쌀 사재기' 난리난 일본…햅쌀값 최대 40% 뛰었다

정다슬 2024. 8. 2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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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태풍 등에 수확량 줄어들자 '쌀 사재기'
20일부터 햅쌀 나왔지만, 가격 무려 40% 뛰어
수요 없어 쌀값 떨어지는 한국과 대조적 모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쌀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일본에 햅쌀이 출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격은 평년 대비 40%까지 비싸진 상황이어서 일본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팍팍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일본언론을 종합하면, 지난 20일부터 니가타현, 후쿠이현, 시가현 등 일본 각지 쌀 생산지에서 햅쌀이 출하되기 시작했다.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쌀류 가격 상승률. 우루치쌀은 평소 밥으로 먹는 쌀을 말한다. (자료=일본 총무성
햅쌀 출하 시작했지만, 시장에선 체감 못해

일본정부는 햅쌀이 출하하면서 일본 내 수급 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케무라 노부히데 농림수산성 차관은 23일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의 폐회 중 심사에 출석해 “최근 쌀 부족 현상은 햅쌀이 나오기 전 재고가 줄어든 상황에서 지진과 태풍에 대비한 ‘사재기’가 발생하고, 오봉(일본의 ‘추석’)으로 유통이 안되는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2024년도 쌀은 평년보다 일주일 정도 수확이 빠른 곳도 있어, 출하도 빨라질 전망”이라며 “햅쌀 연간 출하량의 40%가 이달 나오는 만큼 쌀 수급 개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시장에선 수급 상황 개선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쌀코너가 비었거나 1인당 구매제한이 있다거나 즉석밥 종류만 남아 있다는 증언이 적지 않다. 특히 저렴한 쌀 품귀 현상이 심화하면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쌀 수급 상황이 개선되더라도 가격 하락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수확시기가 7월로 빨라 햅쌀 시세의 지표로 주목받고 있는 미야자키현산 ‘하야바마이’(早場米)는 일본농업협동조합(JA그룹)의 매입가가 60kg당 1만 9000엔(17만5000원)을 넘어서 전년대비 40% 올랐다. 쌀 도매 대기업 담당자는 “많은 도매업자가 재고를 확보하려고 비싼 가격으로 매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산지의 하야바마이 역시 소매가격이 5kg당 3000엔(2만7600원) 전후로 전년 대비 2배 오르고 있어, 햅쌀 유통이 활발해진 9월 하순 들어서도 여전히 햅쌀 가격은 2500엔(2만3000원) 전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경제신문 니혼게자이자이(닛케이)는 일본 쌀 최대 산지인 니가타현의 JA그룹은 산지를 지정하지 않은 고시히카리의 1등미 ‘개산금’을 60kg당 1만 7000(약 15만7000원)엔으로 통지했다. 지난해는 쌀값 상승폭이 200엔에 그쳤지만, 올해는 3100엔(22%)나 올랐다. 개산금이란 매입가격의 기준이 되는 가격으로, JA그룹은 1만 7000엔에서 경비 등을 고려해 생산자에게 최종 매입가를 결정한다.

햅쌀 가격이 뛴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가 지적된다.

‘감반정책’이 불러온 공급부족 탓?

하나는 이미 2023년산 쌀 시세가 높다는 것이다. 니가타산 코시히카리의 소매가는 60kg에 현재 2만 8050엔(25만원) 정도로 1994년 7월 이래 최고치다. 지난해 무더위와 물 부족으로 쌀 공급량이 줄어든 데다 일본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일본 내 소비가 많아졌다. 유통되는 쌀의 양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수요는 늘어난 결과 6월 말 시점으로 쌀의 재고는 지난해보다 20% 줄어 2019년 이래 가장 적어졌다.

여기에 비료나 전기요금 등 쌀 생산 비용도 올라가면서 농업관계자들은 2024년도산 쌀이 출하되더라도 가격 상승은 유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통상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줄어들며 가격에 떨어질 수 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이다. 쌀 도매 대기업 야마타네의 가와라다 이와오 사장은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2024년산 쌀 수급 환경은 (흉년이 들었던) 지난해와 달라 좀 더 나아질 것”이라면서도 “인바운드 소비가 견조하고, 올해는 쌀뿐만 아니라 모든 식품 가격이 올라 과거와 달리 소비는 그다지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주식인 쌀 가격은 밥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식료품 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23일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쌀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7.2% 올라 20년만 가장 상승률이 올랐다. 이에 따라 주먹밥(5.7%), 센베이(16.1%) 등 쌀 종류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외식 전체 가격도 2.3% 상승했다. SMBC닛코증권 미야마에 코야는 닛케이에 “쌀의 대체 상품인 빵과 국수도 밀의 가격 상승으로 매우 비싼 상태”라며 “생활비 면에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와(令和·일본 연호)의 쌀 소동’이라고 불리는 이번 쌀 부족 현상이 일본의 취약한 ‘식량안보’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50년 이상 지속된 감반정책(減反政策)으로 지속적으로 쌀생산량을 줄여왔다. 감반정책은 2018년 폐지됐지만 여전히 쌀 농사를 다른 작물로 전환시키는 보조금 정책은 지속되고 있는데다 농가의 고령화 등으로 쌀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닛케이는 “공급 부족으로 가격 상승이 멈추지 않으면 쌀소비가 훨씬 줄어들며 중장기적으로 쌀 생산량이 더욱 감소하는 악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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