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이 그리는 장애, 동의하시나요?”…유럽으로 간 박경석

장예지 기자 2024. 8. 2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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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할 패럴림픽을 앞두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40여명의 특사단을 꾸몄다.

"서울에선 경찰과 지하철 보안관이 함께 탑승을 하기 때문에 시민들과 현장에서 소통할 기회가 차단된다. 서울과 베를린의 출근길 혼잡도 자체도 달랐다. 서울의 출근길은 굉장히 민감하고 각박해 그로 인한 비난 또는 (전장연에 대한) 무관심도 더 크다. 베를린에선 전장연 유인물을 유심히 봐 주는 시민들이 많았는데, 이런 태도는 이곳이 일상에서 보다 자연스럽게 장애인을 만나고 마주하는 일이 많은 사회라는 것과도 연결된다." ―1988년 서울 패럴림픽 때도 "장애인 복지대책 없는 올림픽은 기만"이라며 장애인 활동가들이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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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각) 나치 독일의 ‘티(T)4 작전(우생학에 기반한 대규모 장애인 안락사 정책)’ 희생자 위령비 앞 박경석 전장연 상임대표.

오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할 패럴림픽을 앞두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40여명의 특사단을 꾸몄다. 전장연은 4년 넘게 장애인의 이동권과 노동, 교육, 복지 보장을 위한 예산과 입법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잠시 서울의 지하철을 떠난 이들은 17∼29일 13일간 노르웨이 오슬로와 독일 베를린, 파리의 지하철과 거리를 돌며 한국의 장애인권 현실을 알린다.

특사단은 베를린에 있는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관 앞에 24시간 텐트 농성장을 꾸렸다. 이곳에서 지난 22일(현지시각) 전장연의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를 만났다.

―베를린에서도 지하철 선전전을 했다. 서울에서의 경험과 비교해보면 어땠나.

“서울에선 경찰과 지하철 보안관이 함께 탑승을 하기 때문에 시민들과 현장에서 소통할 기회가 차단된다. 서울과 베를린의 출근길 혼잡도 자체도 달랐다. 서울의 출근길은 굉장히 민감하고 각박해 그로 인한 비난 또는 (전장연에 대한) 무관심도 더 크다. 베를린에선 전장연 유인물을 유심히 봐 주는 시민들이 많았는데, 이런 태도는 이곳이 일상에서 보다 자연스럽게 장애인을 만나고 마주하는 일이 많은 사회라는 것과도 연결된다.”

―1988년 서울 패럴림픽 때도 “장애인 복지대책 없는 올림픽은 기만”이라며 장애인 활동가들이 목소리를 냈다. 36년이 지난 지금, 전장연이 유럽에서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오세훈 서울시장은 2036년 서울 하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장애인의 권리를 약탈하는 자가 연대, 평화라는 올림픽의 기본 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가. 중증장애인들은 시설로 가는 게 당연한 거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우리는 오 시장과 싸우려 한다. 또한 지역사회에선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스포츠를 즐길 환경조차 없다. 단지 소수만의 엘리트 체육으로 장애를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여주고, 경쟁을 목표로 하는 패럴림픽의 낯면을 보여주고자 한다.”

―유럽에서 장애 관련 기관을 방문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통일을 상징하는 독일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누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을 생각했다. 이들 간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노르웨이 등은) 시설을 폐쇄한 건 우리보다 낫지만, 여전히 그 이후에도 발달장애인들은 집단적인 주거 환경에 머물러 있고 개별적 지원은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에선 투쟁을 통해 최중증장애인을 위한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를 만들었다. 아무도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지만, 여러 활동을 통해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생산하는 노동자로 규정한 결실이다. 그러나 오 시장은 이 일자리도 폐지했다.”

―전장연은 탈시설 예산을 삭감하고, ‘탈시설 지원 조례’를 폐지하는 등의 서울시 정책을 나치 독일의 ‘티(T)4 작전(우생학에 기반한 대규모 장애인 안락사 정책)에 비유했다.

“T4작전은 장애인 한 명을 먹여살릴 돈이면 비장애인 5명을 먹여살린다는 비용 논리에서 시작됐다. 팬데믹이나 경제적 위기, 재난이 왔을 때 가장 먼저 방치되는 건 장애인이었다. 코로나로 집단거주시설에서 사망한 장애인이 급증하자 2022년 9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상 탈시설 가이드라인도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오 시장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탈시설 정책을 추진하면 ‘활동보조인 3∼4명을 붙여야 해 천문학적 세금이 든다’고 말했다. 유엔 권고안도 무시하고 ‘시설’이란 미명 아래 장애인을 집어넣어 돌보겠다는 건 매우 교묘하다.”

―전장연의 T4작전 비유나 운동을 “극단적”이라고 비난하는 시선도 있다.

“자고 있던 40대 발달장애인 아들을 때려죽인 아버지에 대한 기사 댓글을 보면, ‘오죽했으면 그랬겠나’라는 내용의 댓글이 달린다. 죽은 이의 존재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어 중요한 건 장애인이 사는 장소가 아닌 장애인의 삶이라며 집단 시설 생활을 긍정하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사람을 지배하는 건 공간이다. 이런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사회는 또 하나의 T4라고 생각한다.”

22일(현지시각) 주독 대한민국 대사관 앞에 꾸린 텐트 농성장.

글·사진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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