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선제타격에 헤즈볼라 로켓 320발 발사…전면전 우려 고조(종합2보)
헤즈볼라 "사령관 살해에 1단계 대응 완료"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군의 선제타격에 대규모 반격으로 대응해 역내 긴장감이 다시 고조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오전 헤즈볼라의 '대규모' 공격 준비를 탐지하게 돼 헤즈볼라를 상대로 선제공격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IDF는 레바논 남부 주민들에게 보낸 아랍어 경고에서 "우리는 헤즈볼라가 당신들 집 근처 이스라엘 영토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있다"며 "당신들은 위험에 처해 있다. 우리는 헤즈볼라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공격하고 있다"고 헤즈볼라 작전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를 촉구했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자위권을 강조하며 이번 공격이 자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IDF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비디오 성명에서 "얼마 전 IDF는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미사일과 로켓을 발사할 준비를 하는 헤즈볼라 테러 조직을 파악했다"며 "이러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자기 방어 조치의 일환으로 IDF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할 계획이었던 레바논의 테러 목표물을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헤즈볼라의 미사일 공격은 이날 오전 5시 예정돼 있었으며, 이를 미리 파악한 이스라엘군이 공격 15분 전인 4시45분에 선제타격을 가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서방의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이스라엘의 표적이 됐던 미사일 발사대는 모두 파괴됐다고 전했다.
이후, IDF 측도 이날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중부 지역에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했는데, 군이 레바논 남부 지역 목표물에 대해 선제타격을 가해 이를 무산시켰다고 밝혔다. 수천 개의 헤즈볼라 미사일 발사대가 이날 약 100대의 이스라엘 전투기 공격을 받아 동시에 파괴됐다고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전 7시(한국시간 오후 1시) 안보 내각을 소집했으며,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스라엘에 향후 48시간 동안 국가 비상 상황을 선포했다.
◇헤즈볼라 "사령관 암살에 '대응 1단계' 완료"
헤즈볼라 측에서도 IDF의 선제타격 발표 후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고위 사령관 푸아드 슈크르가 암살당한 데 대한 '대응 1단계'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11개 군사기지를 타격했다"며 "320여 발의 카투샤 로켓을 발사했고, 무인기를 이스라엘 북부로 날려 보냈다"고 발표했다.
이어 "첫 번째 단계가 완전한 성공으로 끝났다"며 "첫 단계는 이스라엘 병영과 위치를 목표로 삼아 이스라엘 내부 깊은 곳을 향해 공격용 드론의 통과를 용이하게 하는 것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헤즈볼라 고위 군사령관인 푸아드 슈크르는 지난달 30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는데, 이튿날인 31일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에서 살해되며 이스라엘과 이란 및 친이란 세력은 일촉즉발 상황에 놓였다.
◇이스라엘 "전면전 관심 없다"…자위권 행사 강조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통화해 IDF의 레바논 공습을 설명하고, 양측은 역내 확전 방지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스라엘과 레바논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숀 세이벳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안보 관리들에게 이스라엘 대응자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유지하라고 지시했다"며 "우리는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을 계속 지지하고 지역 안정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예상되는 헤즈볼라의 공격에 대응해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먼저 공격했을 뿐 전면전을 벌이는 데는 관심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한 이스라엘 정부 소식통은 이스라엘 매체 채널 12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공격이 아니라 수백만 명의 이스라엘 시민에게 심각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공격 격화가 지속될지는 헤즈볼라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도 "이스라엘은 자위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은 전면전에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착륙이 중단됐던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은 오전 7시부터 운항이 재개되기도 했다.
레반트 전략문제연구소의 사미 나데르 소장은 중동 매체 알자지라에 "이것이 작전 범위와 강도 면에서 큰 확대를 알리는 신호이지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은 모두 본격적인 전쟁을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으로 지쳐 있으며, 헤즈볼라는 레바논이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2006년에 발생한 것과 유사한 전쟁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1996년, 2006년 두 차례 전면전을 벌인 바 있다. 2006년 7~8월에 걸쳐 총 34일간 벌어진 파괴적 전쟁으로 레바논에서는 민간인 1200여 명이 숨졌고, 이스라엘 측에 발생한 사망자 160여 명은 대부분 군인이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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