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경고 5일 만에 나무위키 규칙 개정… 일부는 '외압' 우려

박재령 기자 2024. 8. 2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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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이용자들 "외압 선례 쌓이면 다른 것도 개정될 수 있다"
'전문가 없다' 방심위 노조, 위원들 심의 업무 역량 부족 지적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나무위키 로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손 본다'는 보도가 나온 지 5일 만에 나무위키 개인정보 관련 지침 개정이 완료됐다. 일부 이용자들은 방심위 외압으로 규칙이 개정되는 모양새라며 우려했지만 규칙 개정을 추진한 이용자는 “방심위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나무위키는 여러 이용자들이 각자가 가진 정보를 집단지성으로 공유해 제공하는 사이트다.

지난 23일 '나무위키 편집지침/일반문서'에서 특정인 관련 '개인정보 서술 규정'이 한 이용자의 주도로 개정됐다. △작성 당시 기준 충족의 입증 여부를 '서술 삭제'를 주장하는 쪽에서 '서술 존치'를 주장하는 쪽으로 변경 △'합법적으로 공개된 정보'에서 요구하는 기준 중 하나인 '언론매체의 보도'를 '제도권 언론의 보도'로 강화하는 것 등이다.

▲지난 23일 '개인정보 서술 규정' 규칙이 개정된 나무위키 갈무리.

'나무위키 기본방침'에 따르면 제도권 언론은 △뉴스통신사 △주요 일간지 △방송사 등으로 인터넷신문과 주간지, 월간지 등이 빠져 있다.

개정을 추진한 이용자는 “최근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나무위키의 서술에 대한 외부의 지적이 있으며, 이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개인정보 관련 서술에 대해 편집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서술 존치 측의 입증 책임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제안한다”고 했다. 나무위키 규칙 개정은 관리자가 아닌 이용자들의 토론을 거쳐 추진된다.

지난 18일 연합뉴스는 <방심위, '사생활 침해 정보' 쏟아지는 나무위키 손본다> 기사를 냈다. 방심위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신고인의 사생활 또는 초상권을 침해하는 정보에 대해 신고인이 원치 않으면 삭제하는 게 마땅하다는 의견”이라며 “사실 적시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 나무위키 '편집지침' 개정안 토론에서 반대하고 있는 이용자.

기사가 나온 직후 규칙 개정이 추진되자 일부 이용자들은 외압으로 규칙이 개정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한 이용자는 “(개정을 추진한 이용자가) 개인정보를 언급하신 걸로 보아 외부, 이를테면 방심위 압력이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며 “외압에 굴복한 선례가 쌓인다면 (다른 것도) 충분히 개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개정을 추진한 이용자는 “개인적으로 행정지도나 요구를 받고 토론을 발제한 게 아니다. 이 점은 명확히 해야 할 것 같다”고 반박했다.

다른 이용자는 “(나무위키를 둘러싼) 외압의 진정한 목적은 방심위원장을 포함한 정치인의 사건사고 등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외압에 굴복할 경우 정치인 등재 원천금지 등 추가적 검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추가 이의제기가 나오지 않아 규칙 개정이 그대로 확정됐다.

나무위키가 제공하는 정보의 '불확실성'은 전부터 논란이 됐다. 출처가 명확하지 않아 잘못된 정보가 무분별하게 퍼질 수 있다는 우려와 각종 차별·혐오 표현에 대한 적절한 제재가 없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방심위도 나무위키에 게시물 삭제 혹은 통신사(ISP, 인터넷서비스사업자)에 URL 차단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그동안은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방심위는 나무위키에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관련 기사 : 방심위, 나무위키까지 제재? 검열 논란 불가피]

▲ 21일 나온 방심위노조 성명 갈무리.

한편 방심위 노조는 방심위원들의 통신심의 업무 역량 부족을 지적하는 성명을 냈다. 나무위키 등 온라인 콘텐츠는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가 맡는데 방심위가 현재 윤석열 대통령 추천 몫 3인(류희림·강경필·김정수)으로만 구성돼 이들 3인 모두 통신소위에서 통신심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지부는 지난 21일 <지각에 반말, 절차 무시… 안하무인 통신심의소위원회를 규탄한다> 성명을 내고 “세 명 모두 통신심의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며 “심의 없이 불법 사이트를 우선 차단할 방법을 찾으라는 초법적인 발언을 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심의요청 게시물에 대해 의결 전에 경고 문구를 띄워야 한다거나, '시정요구한 불법 사이트'를 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하라는 등의 지시도 난무했다”고 지적했다.

방심위지부는 “인터넷 정보의 불법성을 심의하는 기구에서 범죄자 처벌을 운운하고, 사업자들을 겁박하는 행태 역시 부끄러움을 모르고 반복되고 있다”면서 “국민들을 위해 불법정보를 신속히 처리하고자 사무처 직원들이 고되게 노력하고 있음에도, 돌아오는 것은 위원들의 몰이해와 무례함으로 인한 모멸감 뿐이다. 통신심의 시스템을 붕괴하고 사무처를 우롱하는 류희림, 김정수, 강경필 세 사람은 부끄러운 줄 알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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