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실리는 9월 금리인하론…달러 약세 나타나[글로벌 현장]

2024. 8. 2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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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거리에 게시된 구인 광고.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노동시장이 둔화 추세를 이어가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9월 피벗(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경기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침체에 빠지기 전에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필요 때문이다. 전 세계 글로벌 투자자들은 Fed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하면서 달러 매도에 나섰다. 당분간 금리인하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고수익 투자자산을 찾아 나섰다는 분석이다.


 식어가는 미국 고용시장

미국 노동부는 8월 21일(현지 시간) 올해 3월 기준 연간 비농업 일자리 증가폭을 종전에 내놓았던 숫자에서 81만8000명을 줄여 수정 발표했다. 이는 작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의 일자리 증가폭이 종전에 발표된 수치(290만 명)보다 약 30% 낮았다는 뜻이다. 월간 기준으로는 이 기간 일자리 증가폭이 종전 24만6000명에서 17만7000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 같은 하향 조정폭은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컸다.

냉각하는 고용시장은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이 이달 초 발표한 가계신용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신용카드 부채는 2분기 1조140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70억 달러(5.8%) 증가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의 신용카드 부채는 팬데믹 발발 직후 감소했다가 2021년 이후 증가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신용카드 연체율(30일 이상)은 작년 2분기 7.2%에서 올해 2분기 9.1%로 올랐다. 이는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11년 1분기(9.7%)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90일 이상 장기 연체율도 작년 2분기 5.1%에서 올해 2분기 7.2%로 2%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특히 18∼29세 젊은층의 카드 장기 연체율이 10.5%로 가장 높았고 30∼39세도 9.7%로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Fed의 9월 금리인하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 LPL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이 애초 발표됐던 것보다 약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악화하는 노동시장은 Fed가 물가와 고용 두 목표를 모두 중시하게 할 것이고 투자자들은 Fed가 9월 금리인하에 대비해 시장을 준비시킬 것으로 예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도 다수 위원이 경제지표가 예상대로 흘러갈 경우 9월 기준금리 인하가 적절하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록은 “대다수(vast majority) 위원들은 지표가 지속해서 예상대로 나온다면 다음(9월) 회의에서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주시했다”고 밝혔다.


 달러 가치 떨어지나

Fed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은 약달러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8월 21일(현지 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오후 3시 기준 101.05까지 떨어졌다. 약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씨티그룹은 자사 헤지펀드 고객들이 8월 7일 이후 계속해서 미국 달러화를 순매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글로벌 채권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한 달 전 연 4.29%에서 이날 연 3.78%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에게 달러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글로벌 투자자들은 신흥국 통화 매수에 돌입했다. 특히 정책 금리가 연 10.5% 수준인 브라질 헤알화 매입이 활발하다. 달러당 헤알화 환율은 지난 8월 1일 5.75헤알에서 이날 5.48헤알로 하락(헤알화 가치 강세)했다. 미국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달러화를 빌려 신흥시장에 베팅하는 ‘달러캐리트레이드’마저 등장했다.

씨티그룹의 FX 퀀트 투자자 솔루션 글로벌 책임자인 크리스티안 카시코프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달러에 대한 포지션 심리가 훨씬 더 약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이 미국의 금리인하를 추측하는 환경이 위험 선호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5200억 달러의 신흥국 채권을 총괄하는 런던 소재 JP모간체이스 신흥국 채권 글로벌 책임자 피에르이브 바로는 “신흥국 채권이 올해 두 자릿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지수에 따르면 신흥시장 달러 국채와 회사채 수익률 상승 속도가 1년 내내 유지된다면 8%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미국 채권 수익률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해리스 부상도 달러 약세 부추겨

미국의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도 달러 약세를 부추긴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국 고립주의에 따른 관세 인상과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재집권 시 모든 수입 제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중국산 제품에는 6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8월 14일 유세에서는 관세율 공약 수준을 더 높여 외국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Fed가 또다시 금리를 올리거나 현재 금리 수준을 예상보다 길게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렸다. TD증권 애널리스트들은 10% 보편 관세로 인해 0.6∼0.9%포인트가량의 물가상승이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관세 인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 제한 강화 공약 등과 결합해 미국의 성장률을 1∼2%포인트 낮출 수 있고 이에 따라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스탠다드차타드 이코노미스트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물가가 2년간 1.8%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월가에선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 이 같은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 투자은행 매쿼리는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럼프 트레이드가 약화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트레이드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영향을 받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뜻하는데 트럼프 트레이드 약화로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투자 흐름도 덩달아 약해졌다는 뜻이다.

한편 Fed의 금리인하 기대와 달러화 약세 영향으로 국제 금값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금값은 올해 들어 20% 이상 올랐으며 연간으로 2020년 이후 가장 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8월 21일(현지 시간) 오후 3시 기준 온스당 2549.8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금괴 가격은 역사상 처음으로 1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시티 리서치의 북미 상품 책임자인 아카시 도시는 “Fed의 9월 금리인하 시작 전망에 전반적으로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며 “금값이 연내 2600달러에 달하고 내년 중반까지 30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 GLD의 보유자산은 8월 19일 기준 859톤으로 7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이자가 없는 상품인 금은 저금리 환경에서 수익성이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뉴욕=박신영 한국경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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