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나온다는 국민연금 개편안, 짚고 가야 할 쟁점 3가지는
이에 정부는 나이 든 세대일수록 보험료율을 더 빨리 올리는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안을 제시할 것을 보인다.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3~15%로 인상한다면 40~50대는 해마다 1% 포인트(p) 내외로 5년에 걸쳐 올리고 20~30대는 0.5% 포인트씩 더 장기간에 걸쳐 차등 인상하는 방식이다. 연금 기금 고갈 예상 시점이 현재 35세(1990년생)들이 65세가 됐을 때인 2055년으로 추계된 만큼, 보험료율 인상으로 고갈을 늦춘다면 청년층의 불안감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재정안정에 무게를 둔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입장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22대 국회 연금개혁, 무엇을 해야 하나' 정책토론회에서 "현재 국민연금은 연령대별 형평성 문제가 존재한다"며 "가입 기간이 짧게 남은 중장년의 보험료율 인상과 오랜 기간 보험료율 인상을 감내해야 하는 청년의 인상 속도를 달리하는 방안은 이를 개선하는 취지"라고 힘을 실었다.
다만 중장년층의 반발이 거셀 수 있다. 연령이 높을수록 고용시장에서 입지가 좁다는 점도 문제다. 빠르게 오르는 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중장년층이 많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3월 발표한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55~64세 임금근로자 가운데 '임시고용' 근로자 비중은 34.4%에 달했다. 통계청 기준으로도 지난해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50대가 20%로 20대(19.4%)보다 높았다. 자영업자 비중도 50대가 27.3%으로 20대(12.4%)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럼에도 급여액 조정에 어떤 요소를 포함시키고, 얼마만큼 조정할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일본은 2004년 기대수명 연장과 출산율 감소에 연동해 연금액을 삭감하는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도입했다. 공적연금 전체 피보험자의 감소율 3년 평균치와 평균수명의 증가를 감안한 일정률의 합을 사용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발간한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 필요성 및 적용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료율을 15%까지 인상하고 일본과 비슷하게 국민연금 가입자 감소율 3년 평균치, 최근 3년간 기대수명 추이 등을 고려한 결과 2093년까지 기금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료율만 15%까지 인상할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은 2055년인데, 이보다 22년 더 연장되는 것이다.
1인당 급여 변화는 '국민연금가입자 전체의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에 해당하는 소득자'를 기준으로 할 때 2030년 신규 수급자가 월 83만8000원에서 82만5000원으로, 2050년 신규 수급자의 경우 167만4000원에서 164만7000원으로 각각 1.6% 낮아진다. 이는 물가상승률을 할인하지 않은 명목 금액인 경상가 기준이다.
하지만 기초연금은 지급 대상자가 '65세 이상 인구 중 소득 하위 70%'로 상당히 넓어 금액을 상향하면 전체 예산이 급격히 늘어난다. 현재 약 700만명에게 지급되고 있으며, 올해 관련 예산은 24조4000억원이다. 가팔라진 고령화 속도에 기초연금에 필요한 재정도 2030년 39조6621억원, 2070년에는 238조29억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연금과 달리 기초연금은 100% 세금으로 보전되고 있어 기초연금 예산 증가는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이 된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초연금 인상은 대상자를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며 "지급 대상 기준선을 현행 동결하는 식으로 전체 노인의 70%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65% 정도로 내려가는 효과를 주는 방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간·하위계층 및 노동시장 외부자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통해, 중상층 및 노동시장 내부자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해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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