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험 그대로 이식은 안돼…`뼛속부터 글로벌`로 승부 할 것"

안경애 2024. 8. 2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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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혁 SK C&C 글로벌사업단장 겸 디지털팩토리사업단장

김민혁 SK C&C 글로벌사업단장 겸 디지털팩토리사업단장

"글로벌에 함께 갈 기업들을 찾고 있습니다. 좋은 자원을 해외에서 확보해서 소프트웨어 개발 단가를 낮추거나, 국내에서 쌓은 경쟁력을 글로벌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는 거죠."

경기 성남 정자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민혁 SK C&C 글로벌사업단장 겸 디지털팩토리사업단장(부사장·48)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들끼리 경쟁할 필요가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단장은 SK C&C가 올해 1월 출범시킨 글로벌사업단을 이끌고 있다. 제조현장의 스마트화를 돕는 디지털팩토리사업단장도 겸직한다.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은 김 단장은 2000년 한국IBM을 시작으로 25년간 글로벌 IT업계에서 활동해 왔다. IBM 중국법인과 싱가포르법인에 몸담으면서 아태지역 주요 기업들의 디지털 혁신 과정을 함께 해왔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는 글로벌 컨설팅·IT서비스 기업 액센츄어 중국법인에서 재직하면서 하이테크 산업군 대표 파트너로서 화웨이, 레노버 등 중국 주요 기업들과 호흡을 맞췄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활동을 지켜봐 온 김 단장은 "해외에서 돈을 번다고 해서 모두 글로벌 회사는 아니다. 먼저 최고의 역량을 가진 사람과 자원을 글로벌에 확보해야 한다. 한국 사람들이 나가서 한국적 컨셉의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출발부터 글로벌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시스템통합(SI) 모델에 한계를 두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그동안 해보지 못한 일들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다. 그동안 SK그룹 관계사 중심으로 해오던 해외사업에 대한 접근도 전면 바꾸겠다는 각오다. 미국·유럽·중국·일본 등 주로 SK그룹 관계사가 진출해 있는 지역에 해외사업 조직을 두고 있지만, 각 조직은 대외 고객을 대상으로 디지털팩토리, 클라우드, 디지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시장 진입장벽이 있겠지만, 대기업별로 SI 회사를 두고 있는 국내 기업보다는 오히려 기회가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김 단장은 "IBM, 액센츄어, 인도 인포시스 같은 기업들은 단발성 제안요청서(RFP)를 쫓는 게 아니라 톱 레벨부터의 돈독한 관계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해 간다. 시작은 크지 않더라도 서로 간의 신뢰가 쌓이면 클라우드, 디지털팩토리, AI까지 범위가 커진다"면서 "한국은 구조적으로 그런 사례를 만들기 힘들었는데 해외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마다 시장의 '다이내믹'이 다 다르다. 유럽만 해도 독일 다르고 프랑스 다르다. 각 시장의 특성에 맞춰서 완전히 다른 작전을 짜야 한다"면서 "그 안의 다이내믹을 이해하고 성과를 내려면 그 시장을 가장 잘 아는 파트너와 사람을 찾아서 손잡거나 고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단발적 프로젝트를 찾아다녀선 안 된다"고 했다.

이미 미국·중국 주요 기업들과의 협업을 시작했다. 현지 주요 클라우드 기업과 손잡고 클라우드관리서비스기업(MSP)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디지털팩토리·IT서비스·전사자원관리(ERP) 기업들과 손잡고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단순히 고객과 기술 공급기업의 관계가 아니라, 함께 손잡고 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윈윈을 모색한다.

김 단장은 "글로벌 사업을 같이 하자는 기업이 꽤 있다. 예를 들어 미국 기업이 베트남에서 함께 사업을 해보자거나, 중국 기업이 말레이시아에 같이 진출하자고 한다. 제3의 해외 시장에서 사업을 같이 하자는 수요가 오히려 더 많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도 협력 대상이다. 여러 SI 대기업과 해외 개발센터를 함께 만들고 동남아 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 개발센터를 두고 있는데 2, 3번째 개발센터 후보지도 찾고 있다. 글로벌 자원을 활용해서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김 단장은 "미국과 중국의 경우 클라우드와 디지털팩토리가 핵심인데 이미 몇개 고객사와 계약을 맺었다. 특히 대외 고객의 경우 클라우드 수요가 많은데 멀티 클라우드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려 한다. 시장의 반응을 보고 자신감이 붙었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디지털 ESG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환경규제가 강한 유럽 기업을 대상으로 탄소배출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반도체,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기업들이 타깃이다. 경기 영향으로 환경규제 시행이 다소 늦춰졌지만 조금씩 성과가 나오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글로벌로 빠르게 확장 중인 IT기업 FPT IS와 합작사를 세워 글로벌 디지털 ESG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위프로, 인포시스 같은 인도 기업, CMC, FPT 같은 베트남 기업들은 글로벌 IT 개발·운영 아웃소싱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최근 베트남 기업들의 확장세가 두드러진다. 국내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흐름이다.

김 단장은 "우리의 모델은 액센츄어다. 자체 자원과 제품을 많이 두지 않고 순수한 서비스로 승부하는데, 각 산업에 특화된 '버티컬 비즈니스 로직'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비즈니스 로직과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는 기술기업이 되겠다. 국내 사업과 완전히 별개로 돌아가도 될 만큼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만들고 글로벌 성과를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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