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매 맞는 축구협회, 월드컵 본격 출항 나서는 홍명보호 ‘어수선’
축구협회는 문체부 감사 받아…국정감사 소환 가능성도
(시사저널=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홍명보 감독을 정식 선임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026년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월드컵으로 가기 위한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일정으로 신임 사령탑의 데뷔전을 치른다. 9월2일 소집되는 대표팀은 사흘 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3차 예선 1차전을 치른다. 닷새 후인 10일에는 예선 2차전이 오만 원정으로 열린다. 10월과 11월에도 매달 3차 예선 2경기씩을 소화해야 하는 홍명보호는 내년 6월까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자연스럽게 홍 감독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대한축구협회와 계약을 맺은 직후 외국인 코치 선임 및 손흥민·김민재 등 유럽파 면담을 위해 해외 출장을 다녀온 홍 감독은 7월29일 취임 기자회견을 연 뒤 코칭스태프 선임 작업에 몰두했다. 박건하·김동진·김진규·양영민 등 국내 코치진 구성을 1차적으로 정리해 발표한 홍 감독은 8월21일 2명의 외국인 코치 선임까지 발표하며 인선을 마무리했다. 코칭 스태프 숫자만 9명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본선 직전에야 지원되는 규모가 홍명보호의 경우 월드컵 최종예선 단계에서 갖춰진 것이다.
벤투 보좌한 아로소, 수석코치로 영입
역대급 코칭 스태프 규모는 홍명보 감독이 요구한 취임 조건이다. 전술·분석·피지컬 등 각 분야 전문가에 코치들은 공격·허리·수비·골키퍼 등 포지션별 담당으로 구분했다. 이는 최근 유럽 축구를 비롯한 클럽과 대표팀에서는 일반적인 모습이다. 감독 취임 당시 업무의 세분화·전문화를 통해 국가대표팀의 경쟁력을 높여 월드컵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겠다는 목표를 밝힌 데 대한 첫걸음이 역대급 코치진 구성인 것이다.
국내 코치들 면면은 인상적이다. 홍 감독을 보좌하는 필드 코치 3명이 모두 감독 혹은 감독대행 경험이 있다. 박건하 코치는 이번 코칭 스태프 구성에서 홍 감독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홍 감독과 함께했다. 브라질월드컵 직후 홍 감독이 사임했지만 대표팀에 남아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대전 하나시티즌, 그리고 홍 감독이 떠난 울산 HD의 감독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중량감 있는 지도자지만 홍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다시 대표팀 코치직을 수락했다. 홍명보호에서는 공격 담당 코치를 맡는다.
김동진 코치는 선수 시절 최고의 레프트백으로 명성을 떨쳤다.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딕 아드보카트호의 핵심 선수로 부상한 김동진은 독일월드컵 이후 아드보카트 감독이 부임한 러시아의 명문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적, 리그와 UEFA컵(현 유로파리그) 우승의 주역이 됐다. 큰 성공이 기대된 유럽파였지만 2009년 대표팀 소집 기간 중 뇌혈류 장애로 실신했고, 그 여파로 유럽 경력을 접어야 했다. 이후 한국·중국·태국 등에서 활약하다 2019년 여름 홍콩의 킷치SC에서 은퇴했다. 킷치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수뇌부로부터 크게 인정받은 김동진 코치는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빠른 승진 속에 2022년 팀의 감독대행을 맡았다.
김진규 코치는 작년 FC서울의 감독대행으로 활동했다. 1985년생이지만 지도자 경력 7년이다. 선수 시절에는 제2의 홍명보로 각광을 모았다. 만 19세에 대표팀에 승선, 21세이던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다. 뛰어난 피지컬, 지능적인 수비, 강한 프리킥이 무기였지만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전성기가 오래가지 못했고 2017년 은퇴했다. 김 코치는 대표급 선수가 많은 FC서울에서 뛰어난 선수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전술적으로도 공부가 잘돼 있는 젊은 지도자라는 평가가 많다. 김진규 코치는 김동진 코치와 함께 수비 전술을 책임질 예정이다.
외국인 코치 선임도 마무리했다. 당초 스페인 출신 지도자들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점찍었던 홍명보 감독은 국내 거주와 세금 문제로 난항이 길어지자 8월초 포르투갈 출신 지도자로 선회했고 영입에 성공했다. 포르투갈 대표팀과 포르투갈 1부 리그 팀에서 오랜 시간 활약한 주앙 아로소 코치, 최근까지 포르투갈 최강 클럽 중 하나인 벤피카에서 코치로 활동한 티아고 마이아 코치가 홍명보호에 합류했다.
아로소 코치는 2010년부터 4년 넘게 포르투갈 대표팀 코치로 활동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을 보좌한 인물이기도 하다. 모로코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역임하기도 했지만 스포르팅CP, 빅토리아 기마랑스, 브라가 같은 자국 클럽의 수석코치로 활동한 2인자로서의 커리어가 돋보이는 인물이다. 최근에는 포르투갈 1부 리그의 FC 파말리캉 테크니컬 디렉터로 활동했다. 긴 시간 동안 전술 담당 코치로 활약했고 여전히 유럽 중심에서 트렌드를 파악하고 있는 만큼 능동적인 전술 제안으로 대표팀을 지원할 수 있는 인물이다.
마이아 코치는 스포르팅, 비토리아 세투발 등에서 코치를 지냈으며 2018년부터 벤피카에서 연령별 팀 코치와 분석관 등으로 활약했다. 최근 유럽 각 클럽과 대표팀이 분석 파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만큼 홍 감독도 그 분야의 전문가를 일찌감치 원했다. 마이아 코치는 한국에 상주하며 우리 선수와 상대팀 분석을 총괄한다. 아로소 코치는 개인적인 이유로 당분간 포르투갈과 한국을 오가고, 현지에서 유럽파 점검과 전술 훈련 구성을 준비한다.
체육계 불신 속, 축구협회가 타깃 될 수도
코칭 스태프 구성까지 끝나며 한국 축구는 홍명보 감독 체제로 월드컵 준비에 본격 돌입했다.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적대적이다. 축구팬들은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대한축구협회 감사 및 해체 요청에 관한 청원'을 했고,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회부됐다.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정부 역시 축구협회 운영과 감독 선임 과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유인촌 장관이 직접 엄정 조사를 지시했다. 홍명보 감독을 넘어 정몽규 회장 체제 전체에 대해 위기가 몰려오는 분위기다.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공정성, 정부 지원금을 받는 축구협회의 제대로 된 운영 여부 등에 대한 국민의 의문은 1차적으로 문체부 감사를 통해 풀릴 수 있다. 그런데 축구협회가 이 과정에서 감사에 필요한 자료 제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는 2023년에만 공적 자금 325억원가량이 축구협회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스포츠토토 발행을 통한 복표수익 215억원, 그리고 천안시에 건립 중인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 지도자와 심판 육성에 대한 국고 지원 110억원 등이 그 내용이다. 축구협회 전체 예산의 6분의 1가량이 공적 자금이니만큼 정부는 감사를 통해 위반사항이 있는지 들여다볼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축구협회는 정부 산하 기관이 아닌 사단법인이니만큼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정부 지원금은 일종의 위탁사업으로 봐야 한다고 항변한다.
축구협회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5개월 넘게 좌충우돌해 왔던 감독 선임 문제로 국민 여론이 싸늘하게 식은 상황이다. 정몽규 회장은 그런 분위기 속에 자서전을 발간해 논란을 한층 키웠다. 파리올림픽 기간에 일부 선수와 종목별 협회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불거지며 체육계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감시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태다. 오는 9월 체육계 구조와 운영 형태에 대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차원의 국정감사가 예고된 가운데 축구협회가 주적이 돼 정몽규 회장 등이 소환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감독 선임 자체를 번복하긴 어렵지만 보조금 환수, 제재부가금 부과 등의 조치로 축구협회를 압박하는 형태는 충분히 가능하다. 이처럼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월드컵 3차 예선에 나서는 홍명보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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