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사망보험금 기부 약정한 일가족... “죽음으로도 도움 줄 수 있어”

강지은 기자 2024. 8. 2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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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기아대책'에서 임자영씨, 최지욱씨, 최서연씨(왼쪽부터)가 기부감사패를 들고 웃고 있는 모습./강지은 기자

사망했을 때 나올 보험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일가족이 나타나 화제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임자영(53)씨는 지난달 1일 서울 강서구 ‘기아대책’ 건물에서 자녀 최지욱(26)·최서연(24)씨와 함께 총 2억원짜리 사망보험을 들었다. 임씨가 자택도, 직장도 아닌 기아대책 건물에서 보험에 가입한 이유는 가족이 사망할 때 나올 보험금의 수령자가 바로 기아대책이기 때문이다. 임씨와 자녀들은 보험료로 매달 각각 13만8500원, 12만7570원, 7만8000원을 낸다. 이처럼 사망보험 수익자를 기부처로 삼는 기부 방식을 ‘보험기부’라고 한다. 기아대책은 “일가족이 일시에 보험기부를 한 건 최초”라고 했다.

임씨는 “생명을 담보로 한다는 점 때문에 보험기부가 더욱 의미있다”고 했다. 임씨와 두 자녀는 모두 보험컨설턴트로서 일하고 있다. 임씨는 유산을 기부하는 방식도 고려했지만, 죽을 때 자산이 얼마나 될지 불확실할 뿐더러 자식들이 분쟁에 휩싸일 수도 있어 보험기부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임씨는 “‘사망’을 통해 기부가 이뤄진다는 생각을 하니 인생에 목표가 생긴 것 같고 하루하루를 더 알차고 가치 있게 살아가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죽음 뒤에 누군가 도움 받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행복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지욱씨와 서연씨는 임씨 손에 이끌려 얼떨결에 기아대책을 찾았지만, 결국엔 “내 이름으로 된 학교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엄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2년차 사회초년생인 이들은 “매달 나가는 기부금이 다소 부담되긴 하지만, 나중에 큰 돈이 돼 좋은 곳에 쓰일 생각을 하니 보람이 있다”고 했다.

임씨는 “금전적인 이유로 꿈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인생에 한 번 쯤 어려운 순간이 찾아오는데, 그때 옆에서 손 잡아줄 수 있는 형태로 기부액이 사용되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 기아대책에 유산을 기부한 사람은 57명이다. 그중 16명이 보험 방식으로 기부했다. 2015년 첫 사례를 시작으로 2017년과 2019년에 각각 1건, 2020년 5건, 2021년 1건이었다. 올해는 7월까지 총 7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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