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이 불쏘시개’…인명피해 큰 호텔 화재, 반복되는 이유

이준희 기자 2024. 8. 2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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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부천 호텔 화재'를 두고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숙박시설의 화재 위험성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제대로 된 안전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국화재보험협회가 발간한 '2023년 특수건물 화재통계 안전점검 결과분석'을 보면, 숙박시설은 화재 1000건당 인명피해가 520.8명으로 17개 업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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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적 특성과 함께 안전 관련 규정도 사업주 중심, 실효성 떨어져
지난 22일 화재로 7명이 사망한 경기도 부천시 호텔 객실 내부 모습.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 제공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부천 호텔 화재’를 두고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숙박시설의 화재 위험성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제대로 된 안전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22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호텔에서 발생한 이번 화재 당시 소방당국의 대응은 비교적 빨랐다. 소방 당국은 오후 7시39분 첫 신고를 접수했고, 4분 뒤인 오후 7시43분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이어 현장 도착과 거의 동시에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오후 7시57분에는 대응 2단계로 수위를 높였다. 이런 대응에도 사망자 7명을 포함해 총 19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인명피해가 컸던 원인으로는 숙박시설 자체가 가진 화재 취약성이 꼽힌다. 한국화재보험협회가 발간한 ‘2023년 특수건물 화재통계 안전점검 결과분석’을 보면, 숙박시설은 화재 1000건당 인명피해가 520.8명으로 17개 업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인명피해가 컸던 목욕탕(391.3명), 학교(238.1명), 아파트(152명) 등은 물론 전체 평균(120명)보다도 최대 4배 이상 큰 수치다.

숙박시설의 화재발생이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이유는 △불이 쉽게 옮겨붙는 이불, 카페트 소재△취침·음주 상태 투숙객 △낯선 공간 탓에 대피로 파악 어려움 △어두운 조명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2017년에야 스프링클러 설치가 법으로 의무화됐고, 소급적용은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9년 3명이 죽고 30명이 다치는 모텔 화재를 겪은 뒤 광주광역시가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배연설비 설치 의무 대상 확대 역시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 등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각종 안전 관련 법률들도 건물주와 사업주 중심으로 짜여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불이 난 호텔은 지난 4월 소방시설 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이 점검이 건물주가 직접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해 자체적으로 확인하고 소방서에는 결과만 통보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건물주와 안전관리자 사이에서 ‘짬짬이’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다.

소방서가 직접 조사하는 화재안전조사의 실효성도 문제다. 현행법상 소방서가 화재안전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건물주 등에게 조사의 대상, 기간, 사유 등을 미리 통지해야 한다. 불시 단속을 할 수 있는 일부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건물주와 사업주가 조사 전에 미리 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는 셈이다.

결국 이런 화재를 막기 위해서는 안전을 중심으로 제도를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건물주와 안전관리자는 금전적인 관계로 엮여있다 보니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나 소방서 등에서 안전관리자를 선임하도록 해야 한다”며 “건물주 입장만 고려한 조사 방식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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