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내다본 최종현 26주기, 리더십 재조명
경영철학 등 사내구성원에 전파
별도 행사없이 조용한 추모 진행
SK그룹이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26주기를 맞아 고인이 정립한 경영철학 'SK 경영관리체계'(SKMS)를 재조명하며 조용한 추모를 이어갔다. 최 선대회장은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한국을 '무자원 산유국'으로 만들고 정보통신기술(ICT)·반도체 강국의 기반을 닦은, 언제나 '10년 뒤를 내다 본' 기업인이라는 평을 받는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최 선대회장 기일인 26일을 앞두고 지난 24일 SK그룹의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가족·친척들이 모여 고인의 26기를 추모했다.
참석자들은 한국 경제의 선지자였던 선대회장의 업적을 되돌아보면서 고인의 리더십을 널리 알리자고 의지를 다진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2018년 최 선대회장의 20주기 추모 행사를 마지막으로 그룹 행사는 따로 열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별도 행사 없이 조용한 추모를 하면서 선대회장의 철학을 사내방송 등을 통해 구성원에게 전파하고 있다.
최 선대회장은 1973년 형인 최종건 창업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을 맡았다. 그는 당시 선경(현 SK)을 세계 일류 에너지·화학 회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천명하고, 석유화학, 필름, 원사, 섬유 등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선언했다. 많은 이들이 '불가능한 꿈'으로 치부했지만, 그는 장기적 안목과 중동지역 왕실과의 석유 네트워크 구축 등 치밀한 준비 끝에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했다.
1982년에는 에너지 사업에 대해 종합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을 강조하면서 "종합에너지에는 정유뿐 아니라 석탄, 가스, 전기, 태양에너지, 원자력, 에너지축적 배터리 시스템 등도 포함된다. 장기적으로 이 모든 사업을 해야 한다"고 언급해 현 SK에너지의 정체성을 확립시켰다.
최 선대회장은 미래설계가 그룹 총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1984년 미국에 미주경영실을 세운 것도 이러한 뜻이 담겨 있다. 이후 정보통신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최종현 회장은 미국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에 투자하고 현지법인을 설립해 이동통신사업을 준비했다.
1992년에는 압도적 격차로 제2이동통신사업자에 선정됐지만 특혜 시비가 일자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그는 "준비한 기업에는 언제든 기회가 온다"고 내부를 설득한 뒤, 1994년 한국이동통신 민영화에 참여해 시장에 진출했다.
최 선대회장은 SK의 성장조차 불투명했던 1970년대부터 인재양성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1972년에는 조림사업으로 장학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해개발(현 SK임업)을 설립했고, 1974년에는 사재를 털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동양계 최초 예일대 학장인 천명우 교수, 한국인 최초 하버드대 종신교수 박홍근 교수 등이 재단에서 배출한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최 선대회장은 1998년 8월26일 69세를 일기로 별세하기 직전 "내가 죽으면 반드시 화장(火葬)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언을 남겨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최 선대회장 사후 한달 만에 '한국 장묘문화개혁 범국민협의회'가 결성돼 '화장 유언 남기기 운동'이 전개되는 등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미 시카고대에서 수학한 그는 SK 고유 경영관리체계인 SKMS(SK 경영관리체계)를 만들었다. SKMS는 최 선대회장이 1979년 처음 정립한 이후 지난 45년간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개정을 거듭하며 고도화됐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 처했을 때마다 SKMS가 위기를 극복하는 기업문화의 근간 역할을 해왔다고 SK그룹은 보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6월 경영전략회의와 8월 지식경영 플랫폼 이천포럼에서 SKMS의 정신과 적극적인 실천 방안을 잇달아 강조하기도 했다. 이천포럼에서는 둘째날 관계사별로 '일상에서의 SKMS 실천을 위한 스피크 아웃(Speak-Out)'을 주제로 워크숍을 열어 구성원들이 업무에서 SKMS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천포럼 마지막날 SKMS를 강조하면서 "변화의 시기를 맞을 때마다 SKMS를 다시 살펴보며 우리 그룹만의 DNA를 돌아보고, 앞으로 가야 하는 길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며 부친의 뜻을 전파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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