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온도 40도, 에어컨 그림의 떡".. 냉방 갑질에 노동자 고통

온열질환 우려.. "전기세 나온다며 꺼"
"최소한의 대우·존중도 못 받아" 불만
직장갑질119, 제도 실효성 마련 주장
"작업중지권 인정범위 확대 등 필요"

플라스틱 물질 제조업체 소속 직원 A 씨는 여름이면 제품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열기 때문에 기온이 평균 38도, 최고 40도까지 오르는 작업장에서 일을 합니다.

연초부터 이어진 에어컨 설치 요청에도 회사 대표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냉방 기기 설치를 미루고 있습니다.

A 씨는 "높은 작업장 온도로 구토감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직원도 있다"며 "노동자 평균 연령이 50대 이상이고, 70대 이상도 있어 온열질환 사고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또 식당 주방에서 일하는 B 씨는 손님이 있을 때만 에어컨 사용을 허락하는 사장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B 씨는 "주방과 홀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직접 에어컨을 켜면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며 꺼버리기 일쑤"라며 "최소한의 대우도, 존중도 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터트렸습니다.

이처럼 폭염 속 일터에서 더위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실효성 있는 법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직장갑질119는 오늘(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산업안전보건규칙은 확장성과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가이드라인은 권고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열사병 등 질병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근로자에게 적절한 휴식 부여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열사병 등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시 근로자는 작업 중지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도 있지만 다단계 하청구조 등으로 작업중지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는 사업장은 극히 일부라는 게 직장갑질119의 설명입니다.

최경아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지난해 코스트코 주차장 카트 관리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사망했으나 대표이사가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을 해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며 "실효성 있는 법 제도 마련과 인식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법 제도가 마련되기 전 당장 가능한 대처로서 최소한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에 대한 인정범위 확대·보호, 사업장에 대한 대대적인 안내와 불이익 처우 금지 등을 통해 직면한 위험을 피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재연(Replay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