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명품백' 수심위에 쏠린 눈…이재용·검언유착 땐 반영 안 돼
최종 판단은 검찰…수심위, 檢 손들어주면 신속한 결론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수사심의위원회에 직권으로 회부하면서 수심위의 결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심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또 수사팀이 수심위 권고를 받아들일지에 따라 사건의 방향도 크게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심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사건을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사건의 기소 여부 등을 심의하는 제도다.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인 2018년 1월 외부 견제 장치를 강화하겠다며 도입했다.
사건 관계인이 수심위 소집을 신청하면 검찰시민위원으로 구성된 부의심의위원회가 부의 여부를 판단한다. 이번 사례처럼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수심위 소집을 신청할 수도 있다.
심의위원은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각 분야에서 후보자를 추천받아 150~300명으로 구성한다. 심의위원 중 무작위 추첨으로 15명을 선정해 안건을 심의한다. 내부 의견이 엇갈릴 경우엔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다만 수심위 결정은 권고일 뿐 강제성은 없다. 판단은 검찰 몫인 셈이다.
◇2018년 도입 후 15차례…이재용·검언유착 땐 권고 안 따라
수심위는 지금까지 총 15차례 열렸다. 검찰은 대부분 수사심의위 권고를 수용했지만 '검언유착' 사건과 '삼성 불법 승계 의혹' 수사 등에선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2020년 6월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 측 신청으로 열린 수심위는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같은 해 9월 수심위 권고와 달리 이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을 자본시장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했다.
같은 해 7월엔 한동훈 당시 검사장이 연루된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에 대한 수심위가 열렸다. 수심위는 한 대표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했다.
하지만 수사팀은 수심위 결과에 납득하기 어렵다며 추가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2년간 수사를 계속하던 검찰은 결국 2022년 4월 한 검사장에 대해 공모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2021년 8월엔 수심위가 월성원전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배임 및 업무방해교사 혐의를 불기소해야 한다고 의결했다. 수사 중단도 만장일치로 권고했다.
수사팀은 기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보강조사를 진행했다. 결국 1년 만인 2022년 10월 배임 교사 등 혐의를 공소장에 추가했다.
수심위는 편향성과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백 전 장관 수심위에 이탄희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배우자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삼성 불법 승계 의혹 수심위에서도 현안위원의 성향이나 전문성을 놓고 뒷말이 나왔다.
공정성 논란 이어지자 검찰은 2022년 위원 수를 최대 250명에서 300명으로 확대하고 회피·기피 규정을 강화했다.
◇이성윤 수심위 권고 이틀 만에 기소…이태원참사도 4일 뒤 기소
수심위 권고로 검찰 수사가 힘을 받는 경우도 있다.
2021년 5월에는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자신의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직접 수심위 소집을 신청했다. 기소 방침을 정해뒀던 검찰은 수심위가 기소 권고를 의결하자 이틀 만에 이 지검장을 기소했다.
당시 수심위 기소 권고로 검찰이 '표적 수사' 비판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가장 최근 '이태원 참사' 관련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수심위의 경우 서울서부지검이 1년째 기소 여부를 정하지 못하자 이 총장이 수심위 회부를 직권으로 지시했다.
수심위는 김 전 청장 기소를 권고했고, 검찰은 4일 뒤 김 전 청장을 기소했다.
김 전 청장 수심위는 이 총장의 소집 지시부터 기소까지 15일이 걸렸다. 이번 수심위도 이 총장 임기인 다음 달 15일 전까지 결론을 내려면 소집 일정을 빠르게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brigh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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