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 '노동약자법' 보호 받는다…그런데 최저임금은?

권신혁 기자 2024. 8. 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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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종사자 보호 박차 가하는 정부
사각지대는 여전…근로자로 인정 안돼
"근본 피해가려고 한다…'하는 척'일 뿐"
최저임금도 적용 제외…관련 논의 없어
고용부 "법 내용 노동계 주장과 달라"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회의 등 노동단체 회원들이 지난 6월2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앞에서 열린 '제대로 된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당사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6.27.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배달·대리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들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노동약자보호법)'에 포함돼 별도의 법 체계 속에서 보호를 받게 된다.

다만 노동계 숙원인 근로자성 인정과 최저임금 확대 적용 관련 논의가 빠져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대부분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최저임금 등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25일 고용노동부 관계자에 따르면 노동약자보호법에는 플랫폼 종사자 권익 보호를 위해 표준근로계약서 마련, 계약 관련 분쟁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현재 초안을 완성해가는 단계다. 정부는 플랫폼 종사자를 현행 노동법 체계로 보호가 어려운 '노동 약자'로 보고 있다.

이는 증가하는 플랫폼 종사자 숫자에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 고용부의 '2023년 플랫폼종사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플랫폼 종사자의 규모는 88만3000명으로 전년(79만5000명) 대비 11.1% 증가했다. 2021년(66만1000명)과 비교하면 33% 늘어난 셈이다.

또 고용부는 지난 7일 '해외 주요국의 플랫폼 노동 현황과 법제 검토'를 주제로 연구용역 입찰공고를 발표하기도 했다. 고용부는 "최근 국제적으로 플랫폼 노동자 보호 관련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자유무역협정(FTA) 노동장 및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협정문 이행과 관련해 플랫폼 노동자 보호에 대한 논의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를 통해 고용부는 주요 선진국들의 플랫폼 노동 현황 및 노동법적 쟁점을 분석할 예정이다.

노동계 "근본 대책 아냐…근로자 개념 확대해야"

이 같이 정부가 플랫폼 종사자 보호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형국이나 정작 노동계가 주장하는 이들의 '사각지대' 해소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는 해당 정책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플랫폼 종사자들이 여전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못하고, 이에 따라 최저임금제도의 적용 대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의 근로자성은 개별적으로 판단된다. 대법원은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 사용자의 지휘·감독 여부 등 '종속성'을 따진다. 구체적인 판단기준은 ▲업무내용이 사용자에 의해 정해지는지 여부 ▲취업규칙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등이다. 고용노동부도 사용종속관계를 판단 기준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근로자로 인정받는 사례도 존재한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2일 서울 구로구 서울 근로자 이음센터에서 열린 노동약자 원탁회의 중간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2024.08.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플랫폼 종사자인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의 운전기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된 바 있다.

대법은 지난달 25일 타다의 운영사였던 VCNC의 모회사 쏘카가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타다 기사는 쏘카에 고용된 근로자"라고 판단하며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타다 운전기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대법은 "온라인 플랫폼을 매개로 한 노무 제공 관계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사용자성 판단에 관한 기존 판단 법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종사자 대부분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대법 판결이 나오자 당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판결을 환영한다"면서도 "시대의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낡은 법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는 등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는 척에 그친다" vs "플랫폼 종사자 사업주 특정 어려워"

노동계는 이들이 자영업자로 '오분류'되고 있다고 본다. 사용자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며 지휘 및 감독을 받지만 자영업자로 잘못 분류된다는 것이다. 또 사용자들이 노동관계법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이 같은 오분류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지난 6월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서 최저임금 차별 적용 폐지를 주장하는 근로자 위원 맞은편에서 사용자 위원들이 PC방과 일반음식점의 월평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이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4.06.27. ppkjm@newsis.com

정부의 노동약자보호법과 관련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정양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책부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근본을 피해가려는 것처럼 보인다"며 "충분히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는 사례들이 있는데 이렇게 '하는 척'만 보여주는 건 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고용부 관계자는 "노동약자보호법 내용은 노동계의 주장과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프리랜서들이나 플랫폼 종사자들은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업주를 특정하기 어렵다"며 "일단 현행 노동법 체계로 보호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저임금 적용 논의도 없어…"노사 이견 첨예한 사안"

아울러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 관련 논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서 플랫폼 종사자에 최저임금을 적용할 것을 주장했다. 최저임금을 확대 적용해 이들이 추후 근로자성을 인정받는 데 기초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경영계의 거센 반발로 관련 심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공익위원 측은 "이들의 구체적 유형, 특성, 규모 등에 관한 실태와 자료 등을 노동계가 제시하면 추후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며 해당 논의를 매듭지었다.

25일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의원실은 지난 6일 고용부 측에 올해 최임위에서 언급된 플랫폼 종사자 관련 실태 자료를 제공할 계획인지 물었다. 이에 고용부는 "노사 이견이 첨예한 사안이기 때문에 노사의 동의가 있다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양현 정책부장은 "관련해서 진행 중인 심의는 없다"며 "올해 최임위에서 요청된 자료를 어떻게 준비할 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nnovati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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