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속 찌꺼기의 정체는…먹어도 될까?
산미 결정 역할…고급와인은 일부러 제거 안 하기도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와인에 이물질이 들어있어요" "포도즙에 찌꺼기가 있어요" 와인이나 포도즙을 오픈했는데 코르크에 유리조각 같은 게 박혀있거나 바닥에 가라앉은 서걱한 침전물을 발견한 적 있으신가요?
이런 현상에 대한 민원은 제품을 판매한 마트나 편의점 등의 유통채널과 와인수입사에 다수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식품안전정보원 부정·불량식품신고센터에도 포도를 이용한 음료류와 주류에서 침전물 등 발견했다는 신고·문의가 꾸준히 접수된다고 합니다.
이런 침전물은 왜 생기는 것이고 또 먹어도 되는 걸까요?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와인이나 포도주스가 상한 것은 아닌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서걱서걱한 이 침전물의 정체에 대해 다뤄보려 합니다.
와인 속 '크리스탈'
포도즙, 포도주에서 발생하는 침전물의 정체는 '주석(酒石)' 혹은 '주석산(tataric acid)'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와인 애호가들은 흔히 접하는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와인뿐만 아니라 100% 포도 착즙 주스에서도 발견됩니다.
그렇다면 주석은 무엇일까요. 포도에는 구연산, 사과산 등 여러 '산(酸)' 종류들이 포함돼 있는데요. 그 중 주석산은 포도에 많이 함유된 유기산입니다. 포도에 든 유기산은 와인 제조 과정에서 무기질 성분(특히 칼륨이나 칼슘)과 결합해 주석산염을 형성합니다.
와인 제조 중 주석산이 용해돼 와인 속으로 퍼지는데요. 이 과정에서 무기질 성분과 반응해 불용성의 결정체가 형성됩니다. 이 결정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침전물로 변해 병 바닥에 가라앉습니다. 이것이 바로 주석입니다. 와인의 자연스러운 숙성 과정의 일부인 겁니다.
주석이 생기는 이유는 '온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주석(타타르)이 와인에 형성되는 온도는 주로 섭씨 0~10℃ 사이의 차가운 환경에서 잘 발생합니다. 차가운 온도에 노출되면 주석산이 더욱 활발하게 칼륨과 결합하기 때문에 결정이 더 잘 형성된다고 합니다. 와인을 냉장 보관하거나 차가운 장소에서 장기간 저장하는 경우 주석이 발견됩니다.
일부러 제거 안 하기도
주석은 한때 '와인의 보석' '와인 크리스탈' '와인 다이아몬드'로도 불렸습니다. 과거 냉장보관이 발달하지 않은 시기엔 와인이 서늘한 온도에서 잘 보관됐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요소였다고 하는데요.
오늘날 대부분의 와인은 주석을 제거해 판매한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이 시각적으로 깨끗한 와인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주석의 모양은 결정체인 만큼 유리조각이나 설탕 등의 모양을 띕니다. 어떻게 보면 예쁘기도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옛날 와인병은 불투명해 레드·화이트 모두 주석을 그대로 뒀다고 합니다.
화이트와인의 경우 레드와인에 비해 크리스탈처럼 보여서 소비자 컴플레인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일부 와이너리에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석을 제거하기 위해 '저온 안정화'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저온 안정화는 와인을 영하 5℃~0℃ 사이 온도로 냉각시켜 주산산염이 결정체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와인의 풍미, 산도를 위해선 주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냉각을 시킨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와인 탱크나 배럴 바닥에 가라앉은 주석산염 결정체를 여과해 제거합니다. 이렇게 주석이 제거된 와인을 병입하는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주석은 먹어도 되는 걸까요?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주석산염 침전물은 인체에 무해하다고 합니다. 주석산은 청량음료나 시럽, 주스 등의 식품에 산도, 알칼리도를 조절하기 위한 식품 첨가물로도 사용되는데요. 와인에는 산도와 향기를 책임지는 중요한 성분이기도 합니다. 와인수입사 등 업계에서는 전통적인 와인이나 일부 프리미엄 와인 생산자는 주석산을 과하게 제거하는 것을 지양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다만 입안에서 느껴지는 주석의 촉감은 거슬릴 수 있죠. 와인을 따르기 전에 디켄더나 거름망을 사용해 주석을 걸러내면 됩니다. 병을 세워 침전물이 바닥에 쌓이면 조심스럽게 와인을 따르는 겁니다.
와인이나 포도주스에 침전물이나 주석이 보이면 상한 것은 아닌지 생각했었는데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와인이 상한 상태인지를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힘들기 때문에 통상 냄새로 판별한다고 합니다. 와인이 상했다면 와인과 닿는 부분의 코르크 냄새가 비 오는 날 밖에 내놔서 젖은 박스, 골판지 등의 냄새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와인 속 보석, 주석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기사를 쓰다보니 시원한 화이트 와인이 당기네요. 오늘은 구매한 와인에 주석산이 있는지 없는지 한번 살펴봐야겠습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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