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감사합니다' 홍인 "날 보고 짜증 난다 반응 좋았다"

황소영 기자 2024. 8. 2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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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 하이어랭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홍인(41)이 tvN 주말극 '감사합니다' 염경석을 통해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 열연을 선보였다. 실제 주변에서 볼 법한 현실적인 인물을 디테일하게 살려냈던 터라 짜증 난다는 시청자들 반응이 많았는데 이런 반응은 그에게 되레 카타르시스가 됐다. 그만큼 배우가 캐릭터를 잘 살렸다는 뜻이니 홍인을 향한 칭찬인 셈이었다.

홍인은 2002년 영화 '턴 잇 업'으로 데뷔했다. 이후 서울예술대학교 영화과를 진학해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그런데 본래 꿈이 배우는 아니었다. 지금도 그가 꾸고 있는 꿈 자체는 배우가 아니라고. 춤을 추던 10대 시절을 거쳐 20대엔 래퍼가 꿈이었고 40대가 된 지금은 훗날 시인의 삶을 꿈꾸고 있었다. 인생 자체에서 예술가의 감성이 묻어난, 매력적인 홍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감사합니다' 종영 소감은.

"너무 잘 끝난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은데 12회라는 게 아쉽게 느껴졌다. 특히 2024 파리올림픽과 같이 방송하는 바람에 내적 갈등을 많이 겪은 시간이었다. 물론 드라마를 봤지만 드라마를 봐야 하나 올림픽을 봐야 하나 고민했다.(웃음) 원래 작품 끝나면 홀가분한 편인데 이번엔 시원섭섭했다."

-올해 tvN 월화극 '웨딩 임파서블'부터 MBC '수사반장 1958' 여기에 '감사합니다'까지 쉬지 않고 열일 중이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1월부터 JTBC '배우반상회'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웨딩 임파서블' 끝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수사반장 1958'을 하고 곧바로 '감사합니다' 촬영을 했다. 지금은 안판석 감독님의 차기작인 JTBC '협상의 기술' 촬영에 참여 중인데 일을 할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하다."

-'감사합니다'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웨딩 임파서블' 끝나고 권영일 감독님이 제안을 해줬다. 근데 감독님이 권하면서도 '웨딩 임파서블' 최민웅이랑 캐릭터가 비슷한 부분이 있다 보니 '어떻게 할래? 잘 생각해 봐라'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감독님 지금 이 시대에 그런 게 어딨 나요. 해야죠'라고 했다. 비슷한 성격의 캐릭터라고 해도 '웨딩 임파서블' 최민웅과 '감사합니다' 염경석은 너무나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다르게 표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 둘의 어떤 차별점을 두고 연기했나.

"'웨딩 임파서블' 때는 최민웅이 다른 것보다 '애처가'란 모습이 부각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사합니다' 염경석은 실제 회사에 있을 법한 불편한 상사, 싫은 상사가 아닌 미운 상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 점에 집중해서 표현하고자 했다. 목소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실제로 회사에 가서 인터뷰를 했었다. 근데 어떤 분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딱 염경석이 떠오르더라. 성대모사를 해도 되냐고 양해를 구한 뒤 말투부터 목소리까지 비슷하게 표현했다. 말하는 입 모양만 바꿔서 다른 인물로 표현하고자 했다."

-목소리를 바꾸는 것 자체가 도전 아닌가.

"목소리를 바꾸면 듣는 사람들에게 인위적으로 들릴 수 있지 않나. 한편으론 두렵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내가 배우이지 않나. 도전하지 않으면 어떻게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내나 싶어 과감하게 해 봤다. 드라마 들어가기 전부터 그 목소리로 한참 살았다. 순간순간 촬영하다 내 목소리가 듣기 싫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행동을 하다가 드라마를 봐도, 귀로만 들었을 때도 캐릭터의 특성을 전달하는데 큰 힘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에 만족했나.

"실시간 드라마 댓글 보면 나의 목소리에 대한 얘기가 많더라. '듣기 싫다' '목소리만 들어도 짜증 난다'라고 하던데 그런 얘길 들으니 기분 좋았다. 그리고 내가 애드리브로 만들어낸 지점도 많았는데 그때마다 염 차장의 생각인지, 나의 생각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감독님 역시 자신감을 많이 살려줬다. 그래서 그런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선배 신하균과의 호흡은 어땠나.

"난 작품을 선정할 때 기준이 지금 한창 배워야 할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서 배울 수 있는 분이 누가 있을까'다. 작품마다 배움의 타깃을 정하고 들어가는데 이번엔 의심할 여지없이 신하균 선배님이었다. 보통 연기할 때 집중하면 나에 대한 포커싱만 하는데 선배님은 그 집중력을 나눠주는 기분이었다. 본인의 것만 보고 오는 게 아니라 상대의 것까지, 상황까지 다 생각해서 왔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상대방까지 집중할 수 있는 공기를 만들어줬다. 연기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고민이 풀리지 않은 상태더라도 자연스럽게, 편하게 소화할 수 있게끔 만들더라."

-감사팀의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최고였다. 내가 참여했던 모든 작품을 통틀어서 분위기가 최고였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전 작품들 역시 다 좋았는데 이건 진짜 최고 좋았다는 뜻이다. 일단 (조)아람이랑 (이)정하가 정말 좋은 친구들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연락처를 물어보더라. 선뜻 다가와서 먼저 물어보고 단체 SNS방 만들어서 얘기해주고 하니 너무 고맙더라. 그래서 더 편하게 말할 수 있었고 허물없는 사이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애교도 많고 잘 웃는 친구들이라 덕분에 스태프들, 선배님들 모두 웃으며 일했던 현장이다. 얼굴 찌푸리는 사람이 없었다."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케이블 기준, 자체 최고 9.5%)적으로나 결말에 만족하나.

"시청률에 대해 너무 만족하는데 올림픽 이슈가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10%에 육박하지 않았나. 대단하다. 그리고 염 차장의 결말도 재밌었고, 시즌2를 염두한 것 같은 결말도 마음에 들었다. 감사팀끼리 농담으로 '잘 되어서 시즌2까지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었다. 방송엔 나오지 않았지만 마지막 신 팀장님과 회식할 때 '그래서 저는 팀장님 계신 곳으로 언제쯤 가면 될까요?'라고 물었는데 이건 시즌2를 염두한 것이었다.(웃음) 염 차장도 감사팀의 동화가 된 일원으로 막을 내려 잘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홍인, 하이어랭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작품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드라마로 치면 '나의 아저씨'(2018)가 첫 드라마라 얼마 안 됐다. 그런데 이번에 감독님이 내게 지혜를 줬다. 어느 날 '악역이 끝까지 밉상이면 드라마가 재미없다'라면서 변화하고 동화되면서 감사팀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하더라. 처음부터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하고 연기했으면 목소리나 말투를 너무 밉상으로만 가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면서 신차일에 대한 미움을 덜어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운 정 들어서 죽겠다'란 대사가 있는데 그 시점부터 염경석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래서 막판에 자연스럽게 감사팀에 녹아들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부분을 염두하고 연기해야겠구나 생각했다."

-본래 배우가 꿈이었나.

"고등학교 3학년 때 찍은 영화 '턴 잇 업'(2002)으로 데뷔했다. 그전까지는 춤 출 때였다. 그런데 대학교를 가려고 하니 그때 당시만 해도 춤과 관련한 학과가 없을 때라 연기로 학교를 들어가 볼까 해서 도전했는데 어떻게 운 좋게 붙었다. 그래서 '오, 나 연기해야 하나?' 싶었는데 연기를 하지 않고 음악을 했다. 랩 하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었다. 랩이 정말 너무 재밌어서 같이 학교 다닌 형과 살면서 작곡도 배우고 랩도 배우고 우리끼리 작은 앨범도 만들고 공연도 했다. 그러다 돈은 벌어야 하니 우연한 계기로 뮤지컬을 하게 됐다."

-뮤지컬에 집중하다 매체 연기로 넘어오게 된 계기는.

"진짜 하고 싶었던 뮤지컬 '헤드윅' 오디션을 준비하다 난청이 왔다. 왼쪽 귀 청력을 잃고 직립보행을 못하게 됐다. 입원하는 와중에 군대를 가야 하는 상황이 왔다. 이미 공군음악대에 합격한 상태였는데 청력을 잃어 공익으로 빠지게 됐다. 6~7개월 치료받으며 직립보행을 할 수 있게 됐고 청력은 이전보다 떨어졌지만 어느 정도 돌아와 연기는 할 수 있겠더라. 그래서 소집해제 후 프로필을 돌렸다. 그러다 처음 하게 된 작품이 김성훈 감독님의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2013)'였다. 그 인연으로 '공조'(2017), '수사반장 1958'까지 감독님과 세 작품을 함께하게 됐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것 자체가 본인의 의지보다 운명적인 것 같다.

"음악이 너무 좋아서 꼭 래퍼가 아니더라도 음악 하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나 역시 상상도 못 하고 있다가 영화 '달콤한 인생'(2005)을 보며 연기를 시작했을 때 이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 스태프들과 연기하는 게 하나의 버킷리스트가 됐다. 근데 그 꿈이 이뤄졌다. 영화 '밀정'(2016)에서 함께했다. 진짜 미친 듯이 연기하자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좀 진지해진 것 같다. 하루하루가 다시 태어난 느낌이었다."

-그럼 이제 본인의 꿈은 배우인가.

"지금도 좋은 배우가 되는 게 인생의 목표긴 한데 꿈은 아니다. 꿈은 뭐든 꿀 수 있는 것 아닌가. 난 한 번도 배우가 꿈인 적은 없었다. 시 쓰면서 여러 나라 돌아다니며 사는 게 꿈이다. 시인이 본래 꿈이었다. 그러면서 할 수 있다면 밴드 활동도 하면서 살고 싶다. 언젠가 그 꿈을 이룰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예술적인 DNA가 많은 것 같다.

"아버지가 기타를 엄청 잘 치신다. 노래도 잘한다. 그래서 라이브 카페 같은 것도 했었고, 할머니가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요양원에 계실 때 할머니들과 기타 치고 노래 부르는 봉사를 했고, 어머니는 그림을 잘 그리시고 어렸을 때 발레도 하셨다고 하더라."

홍인, 하이어랭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렸을 때부터 확고한 꿈을 가지고 자신만의 길을 나아갔는데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

"큰 사고를 친 적은 없는데 형 때문에 비교를 많이 당했던 것 같다. 친형은 공부도 잘했고 지금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일단 집에선 공부하길 바랐다. 부모님 모두 연세대 출신이다. 근데 난 중학교 때부터 춤을 췄다. 크루에 들어가서 밤낮으로 춤출 때였다. 지방 원정도 다니고 그랬다. 그때부터 아버지가 날 쳐다도 보지 않았다. 중간에서 어머니가 힘들었다. 총체적 난국이었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영화 촬영한다고 학교에 거의 안 갔고 졸업식도 못 갔다. 당연히 대학교에 못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서울예대 영화과에 진학했으니.(웃음) 그런데 대학 들어가서 또 랩 한다고 레게 머리 하고 그랬다. 부모님 입장에서 마냥 좋게 보긴 어려웠을 것 같다."

-이젠 철이 들었다고 생각하나.

"(철은) 못 드는 것 같다. 큰 사고를 친 적은 없지만 난 늘 내가 하고 싶은 게 뚜렷했다. 한 번 집중하면 에너지를 확 쏟고 많이 쉬는 스타일이다. 약간 게으르기도 하다. 항상 오전 5시, 6시에 자서 오전 11시쯤 일어나곤 했었다. 근데 3개월 전부터 일찍 일어나 보고 싶어서 오전 9시에 일어나고 있다. 늦게 자고 오전 11시쯤 일어나는 사람이 게으르다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직접 해보니 사람들이 왜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지 알겠더라. 하루가 너무 길어서 할 게 없다.(웃음) 그런 면에서는 철이 좀 든 것 같다."

-관심사는.

"옷을 너무 좋아해서 '배우반상회'도 찍게 됐었는데 쉬는 날 틈틈이 친한 샵들에 가서 커피 마시며 수다하고 옷에 대한 얘기를 나누곤 한다. 너무 재밌다. 그리고 요즘 가장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러닝, 마라톤이다. 내 의사는 아니었지만 친구의 가스라이팅(?)에 의해 시작하게 됐다. 보름 정도 지났는데 오늘 처음으로 8km를 뛰었다. 심박수가 100 정도밖에 안 나오더라. 힘들지 않았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고 꾸준함의 동물이란 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유산소만 하면 너무 살 빠질까 봐 헬스장도 자주 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근손실은 조금 두렵다."

-요즘 고민도 있나.

"차기작인 '협상의 기술' 속 캐릭터를 생각하면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해야 할까?' 생각하고 있다. 호흡이 길게 나오는 캐릭터가 아니다 보니 질문지를 쓰며 잡아가고 있다. 해결이 안 되는 부분들은 감독님이나 조감독님과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원래 걱정덩어리였는데 요즘은 걱정을 하지 않는 편이다. 기독교인으로서 아침마다 예배를 드리고 성경을 묵상하고 있는데 이제 거의 1독 다해가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걱정이 없어졌다. 하나님에 대한 감사함이 커졌고 말씀에 대한 믿음이 확 생겨 마음이 편해졌다."

-끝으로 배우로서의 목표는.

"책임감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캐릭터와 인생 잘 살아주는 배우가 최고인 것 같다. 예전에 자주 종방연 하곤 할 때 기자분들이 배우들 사진 찍고 그러지 않나. 드라마 '스토브리그' 때 기자분들이 날 못 알아봐 찍힌 사진이 없다. 현실에서 캐릭터와 날 못 알아보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그렇게 연기하고 싶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하이어랭크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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