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기로 모든 것을 증명한 ‘캡틴’ 손흥민···토트넘 간판의 품격 ‘부지런한 움직임+결정력+리더십까지’

이정호 기자 2024. 8. 25.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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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턴 골키퍼 조던 픽퍼드를 제친 손흥민의 첫 골 직전 장면. 게티이미지코리아



2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토트넘-에버턴전. 3-0으로 리드한 후반 32분 손흥민(토트넘)의 쐐기골이 터졌다. 센터백 미키 판더펜과의 빠른 역습을 합작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판더펜이 페널티박스에서 상대 침투 패스를 끊은 뒤 스피드를 끌어올려 전방으로 내달렸다. 이 역습 때 왼쪽에는 수비에 가담했던 손흥민, 오른쪽에는 최전방에 자리한 히샤를리송이 함께 뛰기 시작했다.

판더펜은 거의 상대 페널티아크 부근까지 달린 뒤 손흥민에게 패스를 내줬고, 손흥민의 왼발 슈팅이 그대로 상대 골망을 갈랐다.

토트넘 ‘캡틴’ 손흥민이 개막 2경기째에 시즌 1·2호 골을 몰아쳤다. 토트넘은 이날 홈 개막전에서 4-0의 대승으로 승점 3점을 챙겼다. 앞선 1라운드에서 승격팀 레스터시티를 상대로 경기를 지배(점유율 71%)하고도 1-1 무승부에 그친 아쉬운 출발을 지웠다.

레스터시티전에서 슈팅 1개 등 부진한 경기력이 나오자, 에이징 커브를 지적받는 등 현지 매체의 혹평을 받아야 했던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서 변함없는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해결사 능력은 물론, 팀의 리더로서 가치도 빛났다.

1-0으로 앞선 전반 25분 손흥민의 마수걸이 골은 손흥민의 부지런한 압박과 상대 패턴을 캐치한 센스가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손흥민은 에버턴 베테랑 골키퍼 조던 픽퍼드를 향한 백패스 때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강하게 압박했다. 볼을 잡은 픽퍼드가 왼발 쪽으로 돌아설 것을 예측한 움직임이었다. 공을 낚아챈 손흥민은 픽퍼드의 강한 저항에도 넘어지지 않는 집중력으로 차분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이날 경기 전 영국 ‘BBC스포츠’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우리는 매우 젊은 팀이고, 주장이 옳은 일을 한다면 선수들도 똑같이 할 것”이라는 책임감을 밝혔고, 곧바로 경기에서도 보여줬다. 영국 ‘풋볼런던’은 이 장면에 평점 9점을 주며 “끝까지 압박하는 모범적인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손흥민의 두 번째 골 장면. 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의 시즌 2호 골도 쉽지 않았다. 판더펜이 수비진을 자신에게 끌어당기면서 내준 패스에 다소 늦은 감이 있었다. 손흥민이 사각에서 슈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오른발로 공을 슈팅 포지션으로 옮긴 뒤 왼발로 골키퍼 다리 사이를 정확히 노려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역습 시작부터 오프사이드를 피한 라인브레이킹 움직임, 그리고 슈팅까지 완벽했다.

손흥민이 경기 뒤 멀티골에 대한 기쁨 보다 자신의 두 번째 득점을 도운 동료 판더펜을 향해 엄지를 드는 리더십도 보였다. 손흥민은 토트넘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한 인터뷰에서 “미키, 이건 네 골이야”며 웃으면서 “판더펜이 공을 몰고 전진할 때 나는 그냥 옆에서 뛰었다. ‘지금 패스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에는) 골대까지 거리가 너무 멀었다”면서 오히려 판더펜의 패스 타이밍에 엄지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런 대단한 수비수가 내 뒤에 있다는 게 기쁘다”고 치켜세웠다. 2001년생으로 어린 선수이면서 큰 기대를 받는 수비수 판더펜의 기를 살려준 ‘주장’다운 면모였다.

현지 매체들의 손흥민을 향한 평가는 이날 한 경기로 180도 달라졌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9.05점을 줬다. 손흥민은 이날 세 차례 슈팅을 모두 유효슈팅으로 연결했고, 한 차례 키 패스(득점 기회로 연결되는 패스)도 기록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한편 손흥민은 EPL 통산 121·122호 골을 신고해 이 부문 역대 21위로 올라섰다. 공동 19위 라힘 스털링(첼시), 드와이트 요크(은퇴·이상 123골)와 격차도 1골로 줄였다. 또 지난 시즌 17골을 터트린 손흥민은 올 시즌 2경기 만에 2골을 추가하며 ‘9시즌 연속 리그 두 자릿수 득점’ 달성도 기대케 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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