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우리금융 임종룡·조병규, 前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알고도 늑장 보고”

우리은행, 올해 1월 자체감사
지난해 범죄혐의 사실 인지
“금감원·이사회 보고 일절 없어”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 우리은행이 사실상 금융사고 보고 의무 기한을 어겼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은 25일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하고 “우리은행은 올해 4월 이전에 금융사고 보고 및 공시의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우리은행은 올해 1월~3월, 자체감사를 벌이고 4월에 자체징계를 내리는 등 부당대출 관련 사실관계를 인지하고 있었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지난해 4분기 중에 부당대출 중 상당수가 이미 부적정하게 취급되고 부실화됐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해 4분기에) 여신 심사 소홀 등 범죄 혐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미 금융사고 보고 및 공시의무가 발생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은행은 은행법에 따라 금융업무 관련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지체 없이 금감원에 보고하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해야 한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자체감사도 늑장 대처라고 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쯤부터 특정 영업본부장이 취급한 대출이 부실 검사 대상으로 계속해 통보되던 상황이다. 같은 해 9월~10월쯤에는 여신 감리를 통해 해당 대출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사실을 인지했다.

작년 12월에는 해당 영업본부장이 퇴직하고 올해 1월에서야 자체감사를 시작했다. 또한 3월에 감사를 마치고 4월에 자체징계를 내렸음에도 감사 결과 등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및 조병규 우리은행장 역시 지난해부터 부당대출 사실을 인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9~10월, 우리은행 여신감리부서는 부당대출 사실을 현 은행 경영진에 보고했다. 금감원은 지주 경영진이 늦어도 올해 3월에 감사 결과가 포함된 보고를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인지 이후에도 이사회에 해당 사실은 보고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번 부당대출 및 늑장 보고 관련해 엄정한 조치를 예고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인지 경과, 대처 과정 및 관련 의혹 등에 대해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할 예정이다. 또한 책임자를 가려 해당 임직원에 대한 조치도 내릴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금융사고 과정에서 드러난 내부통제상 취약점, 지배구조체계상 경영진 견제 기능 미작동 등도 면밀히 살펴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고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3일, 우리은행은 부당대출을 인지한 후 금감원에 즉시 보고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해명했다. 우리은행은 자체검사 당시 부당대출이 아닌 여신심사 소홀로 판단했고, ‘심사 소홀로 인한 여신 부실화는 금융사고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을 근거로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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