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더 힘들었던 부모님께" 1553일 꾹 참은 눈물 터졌다…LG→한화 이상규의 야구는 이제 시작이다

김민경 기자 2024. 8. 2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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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이글스 이상규 ⓒ 한화 이글스
▲ 한화 이글스 포수 최재훈(왼쪽)과 이상규 ⓒ 한화 이글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나보다 더 힘들었던 부모님께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한화 이글스 투수 이상규(28)가 꾹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이상규는 2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6-6으로 맞선 9회말 무사 1루 위기에 구원 등판해 2이닝 21구 무피안타 1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며 연장 10회 7-6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상규는 LG 트윈스 소속이던 2020년 5월 24일 잠실 kt 위즈전 이후 무려 1553일 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개인 통산 3승째이자 한화 이적 후 첫승이기도 했다.

이상규는 경기 후 중계방송사와 인터뷰에서 꾹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유니폼을 입고 버티기 위해 고생했던 지난 시간이 스쳐 갔는지 인터뷰 초반부터 펑펑 울기 시작했다. 이상규는 청원고를 졸업하고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 70순위로 입단했으나 2019년에야 처음 정식선수로 등록돼 1군 무대를 밟았다. 2019년에도 1군 단 한 경기에 출전해 ⅓이닝을 던진 게 전부였다.

2020년에는 작은 희망이 보이기도 했다. 이상규는 그해 마무리투수 고우석(현 마이애미 말린스)의 무릎 수술로 생긴 빈자리를 대신했는데, 개막 첫 달인 5월 12경기에서 2승, 1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1.46을 기록하며 당시 류중일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나 6월부터 내리막길을 걸어 평균자책점 6.68로 시즌을 마쳤고,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시즌 동안 1군 15경기 등판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LG는 지난 시즌 뒤 2차 드래프트가 부활했을 때 이상규를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고, 한화가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이상규를 지명하면서 정든 LG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올해 한화에서도 이상규는 마땅한 보직이 없었다. 1군과 2군을 여러 차례 오가며 정착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1군에 등록된 47일 동안 11경기에 등판해 1승을 얻기까지 15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4.80을 기록했다. 한화에서는 꼭 성공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을 텐데, 마음처럼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불안한 시간이 지속됐을 것이다.

이상규는 그렇게 어렵게 약 4년 만에 승리투수가 된 뒤 방송 인터뷰에서 "무조건 팀이 이겨야 할 상황이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 있게 내 공을 던지는 게 첫 번째라 생각했다. 자신 있게 준비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 LG 트윈스 시절 이상규 ⓒ곽혜미 기자
▲ 한화 이글스 이상규 ⓒ 한화 이글스

그러다 LG 시절 스승이었던 이상훈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칭찬에 울컥했는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 해설위원은 "투구 패턴에 깜짝 놀랐다. 잘했다. 투구 패턴이 빨라지고 자신감 있게 던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마운드에서 어떤 생각으로 던졌나"라고 물었다.

이상규는 "너무 힘들었던 시간이었다"고 입을 연 뒤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한동안 울다 조금 감정을 추스른 뒤 "LG에서 육성선수까지 갔는데, 야구를 하고 싶어도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그런 시간이 있었다. 야구를 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야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손을 내민 한화와 묵묵히 이상규를 지켜본 가족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상규는 "한화 이글스로 2차드래프트 1라운드로 뽑아 주셔서 감사하다.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나를 너무 믿고 자신감 있게 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그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다. 나보다 더 힘들었던 부모님께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하고 싶다. 엄마 아빠 항상 응원해 주시고 못해도 잘한다, 잘한다 해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했다.

잠실 원정 응원석인 3루를 가득 채웠던 한화 팬들은 끝까지 경기장에 남아 눈물 흘리는 이상규를 응원했다. "이상규"라고 이름을 연호하며 짜릿한 역전승을 이끈 그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상규는 "이런 것(팬들의 응원)을 또 느끼니까 좋다. 그냥 진짜 던지라고 하면 던지고, 팬들한테 좋은 선수로 남고 싶다"며 한화에서 제대로 하고 싶었던 야구를 다시 하겠다는 의지를 한번 더 꺼내 보였다.

▲ 한화 이글스 이상규 ⓒ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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