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시설 화재 매년 300건 넘는데…스프링클러 없는 모텔 ‘수두룩’

숙박시설 화재 5년간 1843건
소방시설 기준 강화해도 소급 안돼
2018년 이전 준공된 숙박시설은
스프링클러 없는 곳이 대부분

22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 부천 호텔. 연합뉴스

7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부천 호텔 화재 사건’ 이후 숙박시설의 안전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소방시설 기준이 강화되더라도 소급해서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부천 호텔처럼 오래전에 준공된 건물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수두룩해서다.   

25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2019∼2023년 숙박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1843건으로 집계됐다.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387명으로, 이 가운데 사망자도 32명에 달한다.

숙박시설 화재는 매년 300건을 웃돌았다. 연도별로는 ▲2019년 365건 ▲2020년 344건 ▲2021년 375건 ▲2022년 382건 ▲2023년 377건으로 나타났다. 인명피해는 ▲2019년 123명▲2020년 63명 ▲2022년 80명 ▲2023년 59명이다.

5년간 화재가 발생한 숙박시설은 모텔이 645건으로 전체의 약 35%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펜션과 호텔은 각각 328건과 273건으로 확인됐다.

특히 준공한 지 오래된 숙박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인명피해가 커질 우려가 높다. 22일 불이 나 투숙객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친 ‘부천 호텔’은 2003년 준공됐다. 오래된 건물일수록 전기적 요인 등으로 화재 위험이 더 높지만 오히려 스프링클러 등 소방안전시설이 미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프링클러는 1981년 11월 11층 이상 숙박시설의 11층 이상에 설치하도록 관련 규정이 만들어진 후, 2005년 5월부터는 11층 이상 숙박시설 전 층에 설치하도록 의무화됐다. 2018년 1월에는 6층 이상 숙박시설의 모든 층에 설치하는 개정안이 시행됐다. 또 2022년 12월부터는 층수와 관계없이 숙박시설로 사용하는 면적이 600㎡ 이상인 경우에는 일반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300㎡ 이상 시설은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했다.

문제는 소방시설 관련 기준은 계속 강화되더라도 개정된 기준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때문에 2018년 이전에 준공된 10층 이하 숙박업소 건물에는 대부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다.

스프링클러는 초기 화재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설비여서 오래된 건물에도 소급 설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영세 업체가 다수인 숙박시설 운영자들에게 막대한 비용이 드는 스프링클러 설치를 강제하기는 쉽지 않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재도 기존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시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부분이 있으나 큰 공사가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 대부분이 영세업체인 숙박시설에 무작정 설치를 강제하기는 어렵다”며 “소급 적용은 안전의 측면과 업주의 생계 등 다방면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