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 안타까운 비보' 파란만장했던 獨 희대의 스캔들 주인공, 암 투병 끝 사망

윤진만 2024. 8. 2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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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크리스토프 다움 인스타그램 캡쳐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한편의 드라마같은 커리어를 쌓은 크리스토프 다움 전 레버쿠젠 감독이 71세 나이로 별세했다.

다움 감독측은 24일(현지시각), 다움 감독이 가족들이 지켜보는 까운데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다움 감독은 2022년 9월부터 근 2년간 암 투병을 해왔다. 감독 커리어 내내 도전자의 이미지가 강했던 다움 감독은 끝내 암과의 싸움에선 이기지 못했다.

선수로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다움 감독은 1991~1992시즌 슈투트가르트를 이끌고 '1강' 바이에른뮌헨을 꺾고 분데스리가를 제패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때부터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삶을 살았다.

다움 감독은 우승 직후 유러피언컵(유럽챔피언스리그) 리즈전에서 교체 실수를 범했다. 팀의 대회 출전 자격이 박탈되는 끔찍한 실수였다. 영국 일간 '더선'은 "크리스토프 덤브(멍청이)"라는 조롱 섞인 기사 제목을 냈다.

튀르키예 베식타쉬를 우승으로 이끌며 재기에 성공한 다움 감독은 1996년 레버쿠젠 지휘봉을 잡으며 다시 독일 무대로 돌아왔다. 1997년, 1999년, 2000년 등 4년간 세 번의 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뮌헨의 아성을 위협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뮌헨 전설' 울리 회네스와는 틈만 나면 충돌했다. 서로에 대한 모욕과 신경전을 서슴치 않았다.

AFP연합뉴스

다움 감독은 독일이 유로2000에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끔찍한 성적을 낸 직후 독일 차기 사령탑 후보로 급부상했다. 혁신적인 훈련 방법과 뛰어난 동기부여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인정받았다. 파란색 정장을 입은 다움 감독은 늘 화제의 중심에 섰다. 회네스가 '태클'을 걸었지만, '독일 전설' 프란츠 베켄바워 등이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0순위' 다움 감독이 전차군단 지휘봉을 잡았다면, 2002년 한-일월드컵 준결승에서 거스 히딩크 당시 한국 감독과 지략대결을 펼칠 감독은 루디 �O러가 아닌 다움 감독이 됐을 터였다. 위기에 빠진 독일 축구의 '메시아'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회네스는 2000년 9월30일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다움 감독 선임 반대표를 던졌다. 곧바로 독일 신문 '아벤트자이퉁'이 다움 감독이 독일 사령탑이 되어선 안될 이유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매춘, 코카인과 같은 키워드가 떠올랐다. '뮌헨 전설' 폴 브라이트너는 "이 일이 끝나면 회네스와 다움, 둘 중 하나의 축구인생은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움 감독은 코카인 복용 혐의를 벗기 위해 자발적으로 자신의 머리칼을 샘플로 제공했다. "난 완전히 깨끗한 사람"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때까지 다움 감독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국가적 멍청이'로 전락한 회네스는 "많은 사람이 나에게 사과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월20일, 다움 감독의 샘플에서 코카인 양성 반응이 나왔다. 레버쿠젠은 즉시 다움 감독을 해고했고, 독일축구협회도 감독 선임을 철회했다.

출처=크리스토프 다움 인스타그램 캡쳐

"나는 모든 사람에게 거짓말을 했다. 내 약점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움 감독은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했다. 그는 "코카인을 복용했다. 나를 지지해준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고 잘못을 인정한 뒤 치료를 받았다. '여론 재판 최고형'을 받은 다움 감독은 커리어에 커다란 오명을 남겼다. 다움 감독의 훈련방식 등은 독일 축구가 성장하는데 적지 않은 공헌을 했지만, 정작 다움 감독은 코카인 스캔들 이후 2017년까지 베식타쉬, 페네르바체,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클럽 브뤼헤, 부르사스포르, 루마니아 대표팀 감독 등을 전전했다. 2008년 쾰른의 분데스리가 승격을 이끈 것이 거의 유일한 성과였다.

다움 감독은 최근까지 방송에 출연하고 칼럼을 쓰며, 자신이 거쳐간 클럽을 방문하는 등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끝까지 암과 싸우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줬다. "암이 사람을 잘못 골랐다"는게 그의 핵심 메시지였다. '앙숙' 회네스도 마지막엔 다움 감독의 쾌유를 비는 등 화해의 제스쳐를 취했다. 다움 감독은 지난 5월, 까마득한 후배 사비 알론소 레버쿠젠 감독이 분데스리가 첫 우승을 따내는 모습은 지켜봤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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