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감금한 수용소 철거 안돼”…미군 기지촌 성병관리소 ‘철거 논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경기 동두천시가 관광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옛 성병관리소 건물의 철거를 추진하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동두천시 등에 따르면 소요산 초입에 위치한 옛 성병관리소 건물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 상대 성매매 종사자들의 성병을 검사하고, 성병에 걸린 여성들을 수용하는 정부 시설로 운영됐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민·상인 “환영” vs 시민단체 “여성들의 아픈 근현대 역사 보존해야”
경기 동두천시가 관광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옛 성병관리소 건물의 철거를 추진하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상당수 지역 주민과 상인들은 지역 환경 정비 차원에서 환영 의사를 밝힌 데 비해, 시민단체들은 미군 기지촌 여성들의 아픈 역사가 담긴 시설을 근현대사 유적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5일 동두천시 등에 따르면 소요산 초입에 위치한 옛 성병관리소 건물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 상대 성매매 종사자들의 성병을 검사하고, 성병에 걸린 여성들을 수용하는 정부 시설로 운영됐다. 성병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낙검자 수용 시설’에 머물러야 했던 여성들이 철창 안에 갇힌 원숭이 신세 같다는 의미에서 ‘몽키하우스’ 라고 불리기도 했다. 부지면적 6766㎡에 2층짜리 건물로 지어진 시설은 방 7개에 140명까지 수용이 가능했다.
정부가 과거 기지촌 반경 2㎞ 이내에서 성매매를 허용하고 성병관리소까지 운영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가에서 성매매를 조장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동두천시를 비롯한 경기도 미군 주둔지역에 존재하던 성병관리소 6곳은 1990년대 이후 운영이 중단됐다. 그중 1996년 폐쇄된 동두천시 성병관리소만 아직 건물이 남아 28년째 방치돼 있다. 이후 건물 관리가 전혀 되지 않으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흉물로 인식됐다.
동두천시는 지난해 2월 29억원을 들여 건물과 부지를 매입해 호텔과 테마형 상가 등을 짓는 소요산 일대 개발 관광사업을 추진 중이다. 오는 27일부터 열리는 동두천시의회 임시회에서 철거비용 예산(2억2000만원)을 승인받으면 연내에 건물부터 철거한다는 계획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시의 사업 추진에 소요산 관광지 인근 상인과 주민들은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참여연대와 정의기억연대 등 중앙·지역 59개 시민단체는 지난 12일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발족한 뒤 본격적인 철거 저지에 나섰다. 특히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등은 지난 13일 동두천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거 비용의 전액 삭감을 시의회에 촉구했다. 이들은 "성병관리소는 여성들을 강제 감금하고 페니실린을 과다 투약해 생명을 치명적으로 위협한 수용소"라며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여성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병관리소 건물은 마땅히 보존돼 역사·문화예술의 공간으로서 미래 세대의 건축물로 재탄생해야 한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철거를 기필코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공대위 측은 동두천시의회 임시회 이틀 전인 25일부터 동두천시청 맞은편 농성장에서 철거 저지 시위를 벌이다가 회기가 끝나면 성병관리소 건물 앞에서 농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인지현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