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이민국가’ 선언한 이유…한국은 괜찮나 [창+]
[ 시사기획창 '니산의 대한민국은 아직 없다' 중에서]
시리아 난민 출신 샤벤은 지난 2019년 독일에 들어왔습니다.
<인터뷰> 샤벤 모하메드/ 시리아 난민
“시리아 전쟁으로 안전하지 않았고, 일자리도 없었습니다. 안정된 생활과 좋은 일자리를 찾아 독일에 왔어요”
독일어 교육 과정을 거쳐 도장 기술 직업학교를 수료했습니다.
그리곤 독일 10대 도장회사인 템스의 훈련생이 됐습니다.
템스는 직업학교 수료생들을 채용해 도장 기능 자격증을 취득할 때까지 훈련시킵니다.
주 4일은 실습을 나머지 하루는 공부를 합니다.
월급도 받고, 교육비도 회사가 부담합니다.
<인터뷰> 샤벤 모하메드/ 시리아 난민
“직업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독일인이 아닌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저는 고향에서 학교에 안 간 지가 10년이 넘었기 떄문에 수학 같은 과목은 아예 잊은 지 오래였죠, 그걸 여기서 모두 복습했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에는 격증 시험에 필요한 기초, 전문 이론부터,
독일어와 독일의 정치, 사회까지 망라돼있습니다.
처음부터 난민과 이주민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인터뷰> 클라우스 비르켄하겐/ 템스 교사
인구구조의 변화라는 문제를 성공적으로 극복하지 못한다면 회사는 점점 작아져 어느 순간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전세계의 우수한 숙련공들이 독일에 도장공으로 들어올 거다? 그건 동화같은 생각이에요, 말이 안 되죠, 하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어떻게 일하는지 가르칠 수는 있습니다.
독일은 유럽에서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국가입니다.
2015년 시리아 난민 수십만명이 들어오자, 독일 연방 상공회의소는 그들을 노동시장에 편입시키기 위해 '기업 네트워크’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기업들이 서로 난민의 채용, 교육, 법적 절차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난민 고용을 촉진한 겁니다.
<인터뷰> 마를레네 틸레/ 독일연방상공회의소 기업네트워크프로젝트 팀장
기업들이 처음에는 난민들의 사회 적응을 돕자는 취지에서 참여했지만, 점점 더 부족한 노동력과 전문인력을 메우기 위해 그들을 채용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기업의 부족한 노동력을 메운다는 관점이 더욱 부각되었습니다.
<인터뷰> 샤벤 모하메드/ 시리아 난민
(기자: 언젠가 독일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물론이죠 6년, 아마 7년 후에는 될 겁니다. 신청하면 됩니다. 신청하면 돼요.
독일의 이민 역사도 특정 분야에, 한시적으로 취업이민을 받는 데서 시작됐습니다.
한국의 광부와 간호사가 이 시기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민자들이 계약기간이 끝나도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이민 논란이 벌어졌고 외국인 귀환 정책이 시행된 적도 있습니다.
<인터뷰> 요헨 올트머/ 독일 뉘른베르크주 연방이민청 자문위원
돌아가는 사람들이 연방공화국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 광범위한 논의가 있었고 이후 사실상 2000년대초까지 그런 방식의 외국인력 채용은 더 이상 없었습니다.
독일 통일을 전후해 동구권과 유럽 내부 인력이 쏟아져 들어왔지만, 독일의 경제력 상승, 저출산고령화로 인력 부족이 심화해갔습니다.
독일은 2005년 이민법을 제정하고 연방 이민청을 출범시키는 등 ‘이민국가’를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인터뷰> 헬렌 슈벤켄/ 독일 오스나브뤼크대학교 교수
2005년에 변화가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큰 효과가 없었습니다. 규제 장벽이 너무 높았고 많은 외국인들이 언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숙련노동자와 관련한 새로운 전략을 다시 도입합니다.
2020년 이후 전문인력의 이주를 촉진하는 법안을 잇따라 제정하며, 독일은 이민에 대해 남아있던 마지막 장벽들을 허물었습니다.
우선 직종별, 분야별 제한을 대부분 없앴습니다.
이제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전문인력의 범위를 대폭 넓혔습니다.
대학 학위자, 각종 자격증 소지자에 2년 이상의 직업교육 수료자까지 포함시켰습니다.
전문인력으로 2-3년만 살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게르트 마켄로트/ 독일 작센주의회 의원(외국인특별위원)
완벽한 사람을 독일로 데려오려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인간이 발전하고 학습하고 일하면서 통합된다는 사실을 압니다. 이제 (인력 확보) 경쟁은 일상입니다, 우리는 캐나다, 미국, 그리고 한국과도 전세계적으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현주 / 서울대학교 아시아이주센터장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우리는 누가 필요한가 이것만 가지고 초기 이민정책을 설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이민사회로 전환하려면 한국사회 자체가 다양한 이민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어야 해요, 핫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가서 살고 싶은 곳이어야 되거든요.
한국에 들어온 지 11년 된 네팔 출신 노동자 라즈 쿠말씨,
처음엔 단순노무인력 비자로 들어왔다 지난 2021년 숙련기능인력 비자인 E7-4를 획득했습니다.
<인터뷰> 라즈 쿠말/ 36세, 네팔
(기자: 숙련인력비자를 얻는 한국어 시험이 어려웠나요? )
“너무 어려웠습니다. 외국인으로서 한국어는 정말 너무 어려워요”
각고의 노력으로 숙련인력비자를 획득한 이유는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서였습니다.
단순노무인력비자는 안 되고 숙련인력비자로 올려야만 가족 동반이 가능합니다.
드디어 2022년 부인과 둘째 아들 니산을 데려왔습니다.
<인터뷰> 라즈 쿠말/ 36세, 네팔
”1년 지나간 거는 그냥 1주 지나간 것 같다고 느꼈어요“
(기자: 너무 좋았어요?)
네, 너무 좋아서.
하지만 1년 만에, 아들 니산을 네팔로 돌려보냈습니다.
4살이었던 니산을 계속 한국에서 키우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인터뷰> 라즈 쿠말/ 36세, 네팔
우리 비자는 불완전해요, 좀 조건들이 너무 많아서 하나만 못 맞추게 되면 돌아가야 돼요. 다른 데서 일을 할 수 없고 그냥 우리 회사에서만 일 해야 되니까.
만약 비자 연장에 실패하면, 자신은 물론, 한국어로 공부하던 아들 니산도 네팔로 돌아가야 합니다.
아들의 미래가 불안한 게 가장 걱정이었습니다.
<인터뷰> 라즈 쿠말/ 36세, 네팔
만약에 제 비자를 그냥 아들 공부 끝날 때까지 계속 연장할 수 있다면 저는 계속 할 거예요, 상관없어요, 돈 안 벌어도. 아들만 좋아지면 일할 수 있어요, 그거에요, 제일 문제
외국인 자녀에게는 보육 복지 혜택이 전혀 없습니다.
어린이집만 보내려도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데, 부인은 일을 할 수 없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인터뷰> 렐리마야/ 35세, 부인
”한국 정부가 저도 일하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오래 있을 순 없겠지만...“
두 아들과 자주 영상 통화를 하지만, 이제는 그만 네팔로 돌아가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스럽습니다.
"엄마 니산 많이 보고 싶어"
"아빠 니산 생각 많이 나네. 아빠가 너무나 보고 싶어"
<인터뷰> 라즈 쿠말/ 36세, 네팔
“울고 싶어요, 1년 전에는 여기 같이 살았는데...저는 이제 오랫동안 연장할 수 있어도 많이 살 생각은 없습니다. 아들 때문에 제일, 왜냐하면 우리가 아무리 돈 벌어도 엄마 아빠 옆에 있는 것처럼은 안 되기 때문에“
방송일시: 2024년 8월 20일(화) 밤 10시 KBS 1TV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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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에스더 기자 (stella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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