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살아도 암에 절대 안걸린다”···특별한 건강 비결 있다는 이들 정체는? [생색(生色)]
[생색-32] 죽을 듯이 먹어대도,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아도, 이 녀석은 좀처럼 아픈 법이 없습니다. 방탕하게 살아도 튼튼하기가 그지없지요. 노년에 접어들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나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암’에 절대 걸리지 않는 걸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가 암에 쉽게 노출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녀석의 정체는 ‘코끼리’. 우람한 몸집에 코로 먹이를 먹는 모습이 귀여움을 자아내지만, 사실 이 녀석의 강점은 믿을 수 없는 건강함에 있습니다. 큰 몸집일수록 암세포가 생길 가능성이 큰 것이 의학적 상식. 어찌된 일인지 이 녀석은 암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만물의 영장으로 자칭하는 우리 인간이 암으로 고통받는 것과는 달랐습니다. 조물주가 이 녀석에 엄청난 은총이라도 내려준 걸까요.
기존 과학계는 몸집이 큰 동물들이 암에 걸릴 확률도 높다고 여겼습니다. 세포가 많을수록, 그만큼 암세포로 변이될 여지가 많다는 분석이 기반이었습니다. 발암 확률이 세포 전체에서 일정하다면, 아무래도 고래와 같은 큰 동물들이 인간보다 더 암세포가 생길 확률이 높겠지요.
우주에서 미사일(암)이 무작위로 떨어졌을 때 태평양 작은 섬나라(작은 육체) 보다 광활한 러시아(큰 육체)가 맞을 확률이 더 높은 것처럼요.
우리 인간을 보더라도 다른 환경적 요인을 통제한 뒤 실험한 결과, 키 큰 사람이 키가 작은 사람보다 암에 더 잘 걸린다는 사실이 드러났었지요(작은 키는 더 이상 루저가 아닙니다). 키와 암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발견된 셈입니다.
이 역설을 설명할 요인을 찾기 위한 학자들의 연구가 줄을 이었습니다. 2015년 마침내 페토의 역설을 설명할 유의미한 논문이 발표됩니다. 유타 대학교 소아 종양학과 조슈아 쉬프만이 주도한 연구팀에 의해서였습니다. 동물원에 찾아간 연구팀은 코끼리 혈액 표본을 구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코끼리 신체 내에 20쌍의 TP53을 발견합니다.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1쌍보다 무려 20배나 많은 셈이지요. 코끼리 세포 수는 100조개. 인간의 37조개에 비하면 2.5배 정도 많습니다. 그에 비해 이를 보호하는 ‘병원 시스템’은 20배나 많으니 건강할 수밖에 없겠지요. 이상 세포가 발견된 즉시 TP53이 출동할 테니까요.
세포가 더 많아지는 방식으로 진화할수록 더 많은 암세포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는 만큼 이를 방어할 체계 역시 함께 진화했다는 설명이지요. 실제로 코끼리의 고대 사촌 격인 매머드는 14쌍의 TP53을 보유했지만, 현생 코끼리는 더 많은 20쌍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신체 건강 측면에서는 코끼리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보다 우월합니다.
우리가 만물의 영장인 이유는 미물에게서도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류 모두가 암으로부터 해방되는 날, 인간과 코끼리가 함께 미소 짓고 있기를. 그 때까지 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기를.
ㅇ세포가 많을 수록 암에 걸릴 가능성도 높은 것과는 다르게 코끼리는 인간보다 암에 잘 걸리지 않는다.
ㅇTP53, ‘게놈의 수호자’로 불리는 세포가 인간보다 20배 많아서였다.
ㅇ암 정복의 장미빛 미래는 코끼리에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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