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에 짓눌린 내수…통화·재정정책 운용 쉽지 않아

폭증한 가계부채에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내수 회복세가 더딘 흐름입니다.

사상 처음으로 3천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가계신용)와 나랏빚(국가채무)은 높은 이자 비용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을 제한하고 정부의 재정역량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매판매액지수(불변)는 작년 같은 분기보다 2.9% 감소했는데 이는 9개 분기 연속 줄어 역대 최장기간 내림세입니다.

2분기 감소 폭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4.5%) 이후 15년 만에 가장 컸습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서도 민간소비는 재화 소비 부진으로 전 분기보다 0.2% 감소했고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2.1% 줄었습니다.

한국은행은 내수 지표가 크게 되지 않은 점을 반영해 지난 22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0.1%포인트(p) 낮췄습니다.

KDI도 예상보다 긴 고금리에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이달 하향 조정했습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계부채가 늘었다는 건 결국 미래 소비를 당긴 것"이라며 "앞으로 소비회복의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내수 회복에 기여할 통화·재정정책 역량은 축소된 상태입니다.

최근 수도권 집값이 상승세를 타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가계부채가 다시 가파르게 느는 가운데 자칫 금리 인하가 '영끌' 투자 심리를 자극해 수도권 집값에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어난 국가채무로 내수를 부양할 정부의 지출 여력도 제한적입니다.

올해까지 2년째 세수결손이 유력해지면서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총지출 증가율을 최대한 억제하는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

홍영재 기자 yj@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