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도 없고 AS도 약하고… 샤오미 '외산폰 무덤'서 살아날까

이혁기 기자 2024. 8. 2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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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IT언더라인
진격의 샤오미 욕망과 현실➋
수년째 한국 두드리는 샤오미
국내 시장 점유율 1% 안 돼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 많아
간편결제서 삼성전자에 밀리고
서비스 센터도 턱없이 부족해
샤오미의 7전8기는 이뤄질까
샤오미가 한국 시장에서 얼마나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사진=샤오미 제공]

# 샤오미가 오랜만에 새로운 스마트폰 '포코X6 프로'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습니다. 4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가성비폰'인데, 성능은 꽤 쓸만합니다. 중저가폰임에도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견줄 만한 스펙을 두루 갖췄습니다.

# 소비자 반응도 나쁘지 않은 듯합니다. 신작 효과 덕분인지 옆나라 일본에서 샤오미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2분기 시장 점유율에서 3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포코X6 프로를 먼저 사용해 본 국내 소비자들도 '나쁘지 않다'는 후기를 올립니다.

# 하지만 샤오미가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엔 아직 이릅니다. 간편결제 문제와 부족한 AS센터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아서입니다. 품질 좋은 스마트폰만으로 승부를 보기엔 한국은 여전히 만만찮은 시장입니다. 과연 샤오미는 올해 웃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진격의 샤오미 욕망과 현실' 1편에서 샤오미의 신제품 '포코X6 프로'의 이모저모를 살펴봤습니다. 기자가 두달간 직접 사용해 본 이 제품은 4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대인데도 빠른 처리속도, 부드러운 그래픽 등 '대륙의 실수'라 불릴 만한 성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역대급 가성비 덕분인지, 샤오미는 일본에서 출하량이 급속도로 증가해 세자릿 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2분기 일본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3위에 올라서는 쾌거를 이뤘죠.

이 기세를 몰아 샤오미는 한국 시장에서도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6월 28일 쿠팡에서 단독 론칭한 후 지난 20일엔 네이버 스토어에도 입점하면서 유통망을 넓혀나가고 있습니다.

한국 소비자 반응도 나쁘지 않습니다. 쿠팡에 올라와 있는 소비자 후기를 살펴보니 긍정적인 반응이 꽤 많았습니다. 23일 기준으로 총 335명이 사용 후기를 남겼는데, '성능에 비해 저렴하다(89.0%)' '디자인에 아주 만족한다(64.0%)' 등 점수가 후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샤오미는 일본에서 그랬듯 국내 시장에서도 날아오를 수 있을까요? 글쎄요. 그렇게 말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샤오미가 풀어야 할 숙제들이 국내 시장에 여전히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 걸림돌➊ 간편결제 = 무엇보다 샤오미 제품은 간편결제 부문에서 삼성전자에 크게 뒤처집니다. 삼성전자는 대부분의 자사 스마트폰에 간편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기능을 통해 소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만 들고 교통카드부터 편의점·음식점·백화점 등 어느 곳에서든 손쉽게 결제를 할 수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률에서 삼성페이는 13.0%로 네이버페이(20.0%)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만큼 한국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으로 간편결제를 하는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샤오미폰을 쓰면 이런 장점을 누릴 수 없습니다. 포코X6 프로에도 간편결제를 가능케 하는 근거리 무선 통신(NFC) 기능이 탑재돼 있긴 하지만, 삼성페이를 쓸 순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자사 스마트폰 외의 제품에 삼성페이를 허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로선 '삼성페이'가 신의 한수가 된 겁니다.

■걸림돌➋ 부족한 AS센터 = 서비스센터 수가 부족하다는 것도 샤오미의 약점입니다. 현재 샤오미는 국내 총 14곳의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에는 구로센터 하나뿐입니다. 경기도로 범위를 넓혀도 광명·구로·분당·오산 등 4곳에 불과합니다. 샤오미가 전국 곳곳에 서비스센터가 둥지를 틀고 있는 삼성전자를 넘기 힘든 이유 중 하나입니다. 샤오미 관계자는 "제품에 이상이 있을 경우 택배 접수를 통해 안내를 도와드리고 있다"면서 "센터 수를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만,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을진 의문입니다.

■ 걸림돌➌ 개인정보 = 중국산 스마트폰을 향한 한국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샤오미가 넘어야 할 관문입니다. 소비자들이 중국 제조사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인데, 허무맹랑한 루머로 치부하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없진 않습니다.

일례로, 3년 전인 2021년에 리투아니아 정부가 중국산 스마트폰 사용 금지령을 내린 게 대표적입니다. 중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용어 등이 담긴 콘텐츠를 자동 검열하거나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능을 스마트폰에 탑재했다는 이유에서였죠.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논란이 됐던 스마트폰은 대부분 중국 내수용 스마트폰으로, 글로벌 버전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그런데도 이런 부정적인 이슈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확산하는 한 한국 소비자들이 중국 스마트폰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스마트폰에서 개인정보가 빠져나간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사진=뉴시스]

자, 여기까지가 한국 시장을 노리는 샤오미의 현주소입니다. 샤오미는 뛰어난 기술력을 집대성한 스마트폰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면서 세계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로만 따지면 애플과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입니다.

이런 샤오미가 이번엔 한국 시장을 노립니다. 수차례 실패했지만, 또다시 '진격 앞으로'를 부르짖습니다. 분위기도 이전처럼 나쁘진 않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뒀으니까요.

간편결제, 부족한 AS서비스가 여전히 샤오미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고물가 국면에서 샤오미의 '가성비폰'이 주목을 끌지도 모릅니다. 샤오미는 과연 어떤 성적표를 남길까요? '외산폰의 무덤'이란 한국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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