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정지 상장사 100곳… 묶인돈만 10조

김남석 2024. 8. 2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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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를 정지시킨 상장사가 총 100곳으로 집계됐다.

25일 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사 가운데 코스피 21개사, 코스닥 74개사, 코넥스 5개사 등 총 100곳이 현재 거래정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가 정지되면 투자자들은 기업이 거래정지 사유를 해소하거나 거래소가 심사를 거쳐 상장폐지를 결정할 때까지 자금이 묶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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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438일 동안 기업자금 '꽁꽁'
이큐셀 등 3곳은 1600일 넘어서
"언제 팔수 있나요"… 개미 피눈물
[연합뉴스 제공]

한국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를 정지시킨 상장사가 총 100곳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시가총액을 모두 더하면 10조원이 넘었다. 거래정지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을 지정하는 투자자 보호장치지만, 4년 넘게 거래가 정지된 곳도 있어 오히려 돈이 묶인 투자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사 가운데 코스피 21개사, 코스닥 74개사, 코넥스 5개사 등 총 100곳이 현재 거래정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평균 거래정지 기간은 438일이었고, 1년 이상 거래가 정지된 곳도 50곳에 달했다. 이들 100개사의 시가총액은 10조8549억원 규모였다.

이큐셀,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 주성코퍼레이션은 거래정지 기간이 1600일을 넘어섰다. 이밖에 3년 이상~4년 미만이 6개사, 2년~3년 9개사, 1~2년 32개사, 1년 미만 50개사였다.

거래가 정지되면 투자자들은 기업이 거래정지 사유를 해소하거나 거래소가 심사를 거쳐 상장폐지를 결정할 때까지 자금이 묶인다. 거래정지가 길어진 종목의 투자자들은 "거래재개든 상장폐지든 빨리 팔고만 싶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올해 거래정지된 곳만 벌써 46곳에 달했다. 대부분이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인한 거래정지로, 이에 대한 실질심사가 이어지면서 결국 거래정지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감사의견거절로 인한 거래정지가 가장 많았다. 통상 감사의견을 다시 받아 사유를 해소하면 거래정지가 해소되지만, 현재 거래정지 기간이 가장 긴 주성코퍼레이션처럼 계속 사유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좀비기업으로 남게 된다.

거래소는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 자본잠식, 횡령 및 배임 등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을 때 해당 종목의 거래를 정지하고,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한다. 해당 기업의 영업지속성, 재무건전성 등을 개선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하는 것이다.

기업에 증시 퇴출 전 충분한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로 장기간 개선 기간을 부여하지만 투자자 보호 장치가 오히려 투자자의 재산권과 증시 활력 저해로 돌아온다는 지적이다.

코스피의 경우 최장 4년에 달하는 개선기간이 부여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2심제(기업심사위원회, 상장공시위원회), 코스닥시장에선 3심제(기업심사위원회, 1·2차 시장위원회)로 실질 심사가 이뤄진다.

다만 장기간 심사를 거쳐도 상장폐지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상당수다.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투자자에게 최종 매매기회를 주기 위한 정기매매 기간이 부여되는데, 상장폐지가 결정된 종목의 주식 가치는 통상 '휴지 조각'이 된다.

거래소는 현재 개선 기간 단축 방안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코스피 상장사의 심사 소요 기간을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은 상장폐지 절차를 3심에서 2심제로 단축하는 방안을 논의해 연내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문가는 "거래정지는 투자자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로 필요성은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좀비 기업인데 계속 시간만 끌고 가는 경우에는 과감하게 상장폐지로 유도해 시장의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정지 이후에도 기업 개선 가능성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개선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종목을 정리할 기회를 부여하는게 투자자들에게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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