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몽'이 악몽 된 대기업…이제 전략은 '중국에 진출하지 않는 것'? [스프]
김종원 기자 2024. 8. 25. 09:03
[귀에 빡!종원]
사실 2000년대 중반쯤부터 우리나라 화장품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특히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이 만드는 한방 기반의 중고가 브랜드는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중국 본토에서 승승장구하는 건 물론이고,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으로 건너와 면세점 물건을 싹쓸이해 가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이는 딱 2010년대 중반까지였다. 우리나라 화장품은 물론 중국에서 잘 나가던 미국과 유럽 화장품 회사들도 중국에서 고전을 하게 된다. 수년간 중국 시장 1등 자리를 놓치지 않던 메이블린은 급기야 2022년 중국에서 철수를 하기도 했다. 저가 라인부터 중고가 라인까지, 수입 화장품 자리를 중국산 국내 브랜드들이 빠르게 대체한 것이다. 특히 한국 화장품은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반한 감정까지 겹치면서 더 크게 판매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사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이 고전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2024년 2분기 아모레퍼시픽 실적이 이토록 폭락했을까? 그건 바로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철수' 움직임이 낳은 후폭풍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사정이 급격히 나빠진 이후 중국에서의 철수를 진행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닫고 중국 매출 의존도도 낮추기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최근 K문화 열풍을 타고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기타 선진국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새로운 유통 인프라를 까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중국에서는 사업을 축소하며 그동안 나오던 매출도 줄어든 것이다. 이런 구조조정 비용이 이번 분기에 적용되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의 6%밖에 나오지 않는 결과를 불러왔단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궁극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은 한 번은 겪어야 하는 탈중국의 홍역을 지금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당분간 폭락한 주가가 반등하거나, 실적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지기는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 주력 수출 시장을 글로벌로 옮기는 데 성공하면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동시에 나오는 이유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은 이유로 중국 수출 비중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줄어든 수출이 어디로 간 걸까? 바로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이다.
우리나라에는 수만 개에 달하는 화장품 인디 브랜드가 있다. 이들 중소기업의 최근 전략은 '중국으로 진출하지 않는다'이다. 미국과 일본 시장을 열심히 두드리다 보니, 올해 대미국 화장품 수출량은 72%나 급증하며 중국과의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실제로 미국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 판매 1위를 한국의 중소기업이 차지하기도 했다.
일본 역시 한국 화장품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한때는 일본의 SK-II나 시세이도 같은 화장품이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2019년만 해도 일본이 화장품을 수입하는 국가 5위였던 한국은 2022년 프랑스를 제치고 최대 화장품 수입국 1위에 올랐다.
실제로 일본의 대형 유통업체에는 어디를 가든 한국 화장품을 파는 코너가 마련돼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의 주력 시장이 이제 완전히 중국에서 미국과 일본으로 옮겨가는 모양새이다. 바로 이러한 중소기업의 수출 전략을 아모레퍼시픽이 벤치마크하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대부분의 소비재는 대기업이 가장 잘 만들고 가장 잘 팔기 마련이다. 수출도 마찬가지인데, 유독 화장품이라는 소비재만큼은 다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판매량을 뛰어넘기가 무척 쉬운 특이한 소비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ODM이라는 독특한 화장품 제조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ODM이란 화장품 제조만 전문으로 하는 대기업이 중소 화장품 기업으로부터 특정 기능을 가진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은 뒤 그대로 만들어주는 시스템이다. 중소 화장품 업체는 굳이 자신들의 생산시설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ODM 업체에 의뢰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이 이러한 시스템이 독보적으로 발달해 있다 보니 중소 업체들이 수많은 좋은 제품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ODM 시스템의 장점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수시로 새로 개발해 빠르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소 화장품 업체들이 미국과 일본을 사로잡은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색깔 톤이 마음에 안 들어서, 제품의 기능이 마음에 안 들어서 등등 다양한 소비자의 피드백을 종합해 2~3달 안에 기존에 없던 화장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게 가능하다 보니 해외 소비자들이 열광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공장을 따로 가지고 있는 대기업이 이런 면에서 더 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이렇게 기민한 대처가 가능하려면 조직 내에서 의사결정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대기업은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복잡하고, 책임 소재의 문제가 따르다 보니 소비자 피드백을 받고도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이런 점이 화장품이라는 소비재에 있어서는 오히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제품이 인기를 끄는 현상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 인디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따로 운영하는 곳이 적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화장품 중소기업은 미국의 아마존이나 일본의 라쿠텐 등 온라인몰로 먼저 진출을 한다. 그곳에서 인기를 끌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먼저 자신들에게 물건을 납품해 달라고 요청해 오는 식이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은 자사 오프라인 매장 등을 운영하다 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앞서 언급했듯, 화장품은 대부분의 소비자가 SNS나 유튜브 등에서 인플루언서의 리뷰를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만큼, 온라인 구매도 활발하게 이뤄지는 제품이다 보니 중소기업의 유통 전략 역시 성공적으로 작동하게 된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뭐니뭐니 해도 중국은 여전히 제조업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다. 하지만 유독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일부 소비재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한국산 자동차와 스마트폰, 그리고 화장품이다. 이 중에서도 한국산 화장품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국이 사실상 최대 수입원이었을 정도로 중국에서 불티나게 팔렸던 인기 상품이다 보니, 10여 년 만에 철수를 고려할 정도로 악화된 지금의 상황이 뼈아프기만 하다. 이런 현실은 화장품 대기업 아모레퍼시픽의 기업 실적과 주가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한때 중국몽을 꿈꿨던 화장품 대기업의 뒤늦은 중국 탈출기가 눈물겨운 이유이다.
우리나라 화장품 대표 대기업이 이렇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음에도 최근 한국 화장품의 세계적 인기가 높아지며 수출 실적이 기록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얼마 전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기업 실적이 발표됐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이 42억 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0%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시장 예상치가 688억 원이었는데, 예상치보다 96%가 덜 나온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됐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실적이 발표된 뒤 28%까지 급락했다. 시가총액 2조 6천억 원이 증발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대표적으로 '중국에서의 실적 부진'이 이유로 꼽혔다.
우리나라 화장품 대표 대기업이 이렇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음에도 최근 한국 화장품의 세계적 인기가 높아지며 수출 실적이 기록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시가총액 2조 원이 날아간 아모레퍼시픽
사실 2000년대 중반쯤부터 우리나라 화장품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특히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이 만드는 한방 기반의 중고가 브랜드는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중국 본토에서 승승장구하는 건 물론이고,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으로 건너와 면세점 물건을 싹쓸이해 가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이는 딱 2010년대 중반까지였다. 우리나라 화장품은 물론 중국에서 잘 나가던 미국과 유럽 화장품 회사들도 중국에서 고전을 하게 된다. 수년간 중국 시장 1등 자리를 놓치지 않던 메이블린은 급기야 2022년 중국에서 철수를 하기도 했다. 저가 라인부터 중고가 라인까지, 수입 화장품 자리를 중국산 국내 브랜드들이 빠르게 대체한 것이다. 특히 한국 화장품은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반한 감정까지 겹치면서 더 크게 판매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사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이 고전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2024년 2분기 아모레퍼시픽 실적이 이토록 폭락했을까? 그건 바로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철수' 움직임이 낳은 후폭풍 때문이다.
'중국 탈출' 아모레퍼시픽 vs '중국 강화' LG생활건강
그렇게 본다면 궁극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은 한 번은 겪어야 하는 탈중국의 홍역을 지금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당분간 폭락한 주가가 반등하거나, 실적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지기는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 주력 수출 시장을 글로벌로 옮기는 데 성공하면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동시에 나오는 이유이다.
반면 양대 화장품 거인인 LG생활건강의 경우 아모레퍼시픽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생건의 주력 상품이었던 '후'(중국명 '천기단') 브랜드를 리뉴얼하며 중국에서의 사업을 더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이 전략에 대한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물론 LG생건 역시 미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를 공략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처럼 변동성이 강하고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시장에 돈을 계속 쓰는 게 맞느냐는 의문이다. 함께 중국을 공략하며 승승장구하던 우리나라 대표적인 두 화장품 대기업이 이제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모레퍼시픽의 탈중국 전략은 사실 우리나라의 여러 '인디 브랜드'를 판매하는 화장품 중소기업들의 전략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수출의 나라 한국에서 화장품은 자동차에 이어 전체 소비재 수출 비중 2위에 해당한다. 가전제품보다도 화장품 수출이 더 많다. 대기업을 떼고 중소기업만 놓고 보면 전체 수출 1위가 바로 화장품이다. 화장품이 한국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이기는 유일한 소비재, 화장품
수출의 나라 한국에서 화장품은 자동차에 이어 전체 소비재 수출 비중 2위에 해당한다. 가전제품보다도 화장품 수출이 더 많다. 대기업을 떼고 중소기업만 놓고 보면 전체 수출 1위가 바로 화장품이다. 화장품이 한국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은 이유로 중국 수출 비중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줄어든 수출이 어디로 간 걸까? 바로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이다.
우리나라에는 수만 개에 달하는 화장품 인디 브랜드가 있다. 이들 중소기업의 최근 전략은 '중국으로 진출하지 않는다'이다. 미국과 일본 시장을 열심히 두드리다 보니, 올해 대미국 화장품 수출량은 72%나 급증하며 중국과의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실제로 미국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 판매 1위를 한국의 중소기업이 차지하기도 했다.
일본 역시 한국 화장품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한때는 일본의 SK-II나 시세이도 같은 화장품이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2019년만 해도 일본이 화장품을 수입하는 국가 5위였던 한국은 2022년 프랑스를 제치고 최대 화장품 수입국 1위에 올랐다.
실제로 일본의 대형 유통업체에는 어디를 가든 한국 화장품을 파는 코너가 마련돼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의 주력 시장이 이제 완전히 중국에서 미국과 일본으로 옮겨가는 모양새이다. 바로 이러한 중소기업의 수출 전략을 아모레퍼시픽이 벤치마크하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브랜드'가 중요하지 않은 유일한 소비재, 화장품
먼저 화장품은 소비자 맞춤형 생산이 가능하다. 화장품은 내 피부에 직접 바르는 제품이다 보니 소비자마다 정말 다양한 니즈가 있다. 색깔이 내 피부 톤에 맞아야 하고, 또 발랐을 때 내 피부가 트러블이 없어야 한다. 이러다 보니 특정 성분은 들어가면 안 되고, 특정 성분은 꼭 들어갔으면 하는 소비자 니즈가 엄청나게 많이 나오는 제품이다. 특정 유명 제품 하나가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두 번째로, 브랜드가 중요치 않다. 화장품은 일단 바르고 나면 어디 것을 발랐는지 알 수가 없다. 휴대폰은 애플인지 갤럭시인지 대번에 알 수 있고, 자동차 역시 어디 차를 타는지 따지게 된다. 하지만 화장품은 그렇지 않다. 유명한 브랜드를 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유명한 브랜드를 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굳이 브랜드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소비재이다.
문제는 이렇게 다양한 니즈가 있어도 이걸 제조업체가 만들어 내놓지 않으면 쓸 수 없다는 건데, 화장품은 특이하게도 이 수많은 니즈를 다 맞춰줄 수 있는 생산 체계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재는 특정 대기업이 주력 상품을 내놓고 광고를 한다. 그러면 그 제품이 대세 제품이 되고 소비자는 내가 원하는 딱 그런 제품이 아니어도 이 대세를 따라 대기업의 제품을 구매한다.
하지만 화장품은 뷰티 유튜버 등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이 SNS상에, 혹은 유튜브에 올리는 제품 리뷰를 사고 딱 자기에게 맞는 제품을 찾아 쓰는 경향이 강하다. TV에서 아무리 대기업이 화장품 좋다고 광고를 해도, 그 제품을 굳이 사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이러다 보니 오히려 중소기업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입소문 마케팅을 구사하기 최적의 상품이 된 것이고, 대기업과의 격차를 크게 느끼지 않는 거의 유일한 소비재가 된 것이다.
두 번째로, 브랜드가 중요치 않다. 화장품은 일단 바르고 나면 어디 것을 발랐는지 알 수가 없다. 휴대폰은 애플인지 갤럭시인지 대번에 알 수 있고, 자동차 역시 어디 차를 타는지 따지게 된다. 하지만 화장품은 그렇지 않다. 유명한 브랜드를 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유명한 브랜드를 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굳이 브랜드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소비재이다.
문제는 이렇게 다양한 니즈가 있어도 이걸 제조업체가 만들어 내놓지 않으면 쓸 수 없다는 건데, 화장품은 특이하게도 이 수많은 니즈를 다 맞춰줄 수 있는 생산 체계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재는 특정 대기업이 주력 상품을 내놓고 광고를 한다. 그러면 그 제품이 대세 제품이 되고 소비자는 내가 원하는 딱 그런 제품이 아니어도 이 대세를 따라 대기업의 제품을 구매한다.
하지만 화장품은 뷰티 유튜버 등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이 SNS상에, 혹은 유튜브에 올리는 제품 리뷰를 사고 딱 자기에게 맞는 제품을 찾아 쓰는 경향이 강하다. TV에서 아무리 대기업이 화장품 좋다고 광고를 해도, 그 제품을 굳이 사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이러다 보니 오히려 중소기업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입소문 마케팅을 구사하기 최적의 상품이 된 것이고, 대기업과의 격차를 크게 느끼지 않는 거의 유일한 소비재가 된 것이다.
한국에만 있는 화장품 제조 시스템
이런 ODM 시스템의 장점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수시로 새로 개발해 빠르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소 화장품 업체들이 미국과 일본을 사로잡은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색깔 톤이 마음에 안 들어서, 제품의 기능이 마음에 안 들어서 등등 다양한 소비자의 피드백을 종합해 2~3달 안에 기존에 없던 화장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게 가능하다 보니 해외 소비자들이 열광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공장을 따로 가지고 있는 대기업이 이런 면에서 더 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이렇게 기민한 대처가 가능하려면 조직 내에서 의사결정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대기업은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복잡하고, 책임 소재의 문제가 따르다 보니 소비자 피드백을 받고도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이런 점이 화장품이라는 소비재에 있어서는 오히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제품이 인기를 끄는 현상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 인디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따로 운영하는 곳이 적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화장품 중소기업은 미국의 아마존이나 일본의 라쿠텐 등 온라인몰로 먼저 진출을 한다. 그곳에서 인기를 끌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먼저 자신들에게 물건을 납품해 달라고 요청해 오는 식이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은 자사 오프라인 매장 등을 운영하다 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앞서 언급했듯, 화장품은 대부분의 소비자가 SNS나 유튜브 등에서 인플루언서의 리뷰를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만큼, 온라인 구매도 활발하게 이뤄지는 제품이다 보니 중소기업의 유통 전략 역시 성공적으로 작동하게 된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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