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숨어 “나 검사인데”…1500억원 뜯은 보이스피싱 총책 송환

한국인 보이스피싱 조직 중국서 검거
피해자 1900여명·피해금 1511억원

중국에서 붙잡힌 보이스피싱 조직원들 가운데 4명의 피의자가 지난 22~23일 국내로 강제송환됐다. [경찰청 제공]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중국에서 조직적으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를 벌여 피해자 1900여명으로부터 1500억원 이상을 뜯어낸 총책과 조직원이 경찰청과 중국 공안부의 공조로 검거돼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청은 현지에서 검거한 전화금융사기 총책 A‧B씨를 포함한 보이스피싱 조직원 4명을 지난 22~23일 이틀에 걸쳐 국내로 강제송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김○○파’라는 범죄단체 조직원들로 2017년부터 중국 항저우 등지에 콜센터 등 보이스피싱 거점을 운영하면서 사기 행각을 벌였다. 이들의 범행에 속은 피해자들은 현재까지 1923명이 확인됐고, 피해금액은 1511억원에 달한다. 이 정도 규모로 돈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조직 범죄는 처음이다.

피의자 A씨와 B씨는 최근에 중국 다롄에 거점을 차리고 조직을 운영해 왔다. 이 과정에서 C씨는 국내 피해자들에게 검사라고 속이면서 실제 검사의 사진을 합성한 위조 공무원증, 구속영장 등을 보이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

특히 조직원 D씨는 이번 수사를 담당했던 충남지방경찰청 형사기동대의 집중 추적 대상이었다. 그는 2019년경 전화금융사기 콜센터 상담원으로 활동하던 중 피해금을 돌려달라고 호소한 한 피해자를 조롱했고, 해당 피해자는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020년 이들 조직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충남청은 재작년 이들의 중국 내 소재지를 파악한 뒤 경찰청을 통해 중국 공안부와 국제공조수사를 벌였다. 지난해 현지에서 1차로 붙잡힌 조직원 11명은 이미 국내로 송환됐다.

이번에 추가로 강제송환된 피의자들은 올 3월 중국 다롄에서 추가로 검거된 29명 가운데 일부다. 경찰은 이번에 신병을 확보한 조직원과 중국에서 사법 처리 중인 피의자를 제외한 나머지 14명도 조만간 국내로 송환할 계획이다.

n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