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외에는 방도 없어…계약기간 남아 발버둥친다”
이현준 기자, 윤채원 기자,, 임경진 기자, 전혜빈 기자 2024. 8. 25. 09:01
[Special Report | 어쩌다…폐업 자영업자 100만 시대] 매출 전표에 나타난 자영업자들의 눈물
● 지난해 폐업신고 98만6487명, 역대 최대
● 노가리 30마리 2만7000→4만2000원, 김 100톳 76만→120만 원
● 4년 새 20% 오른 생산자물가…상인들 ‘비명’
● “재료비가 판매가 40% 넘으면 장사 안 하는 게 낫다”
● 최저임금은 135만 원(2017)→206만 원(2024), 52.4%↑
● 재료비·인건비·임차료·공과금 다 오르는데 손님은 ‘뚝’
● ‘강남’ 식당도… 매출액 대비 순익 26→0.6%
폐업 자영업자 100만 시대, 자영업자들의 절규는 각종 경제지표와 그들의 매출 전표에서도 나타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6487명으로, 2022년(86만7292명)보다 11만9195명 증가했다. 통계 집계(2006)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수다. 폐업률(영업을 하고 있는 사업자 수와 폐업자 합계 대비 폐업자 수 비율)은 9.0%. 2016년(11.7%) 이후 8년 만에 첫 상승 전환했다. 폐업 사유의 가장 큰 이유는 '사업 부진'(48만2183명, 48.2%)이다.
이를 방증하듯 생산자물가지수는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국내(내수)시장에 공급하는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의 변동을 종합한 지수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소비자의 구매력을 가늠하는 지수라면, 생산자물가지수는 기업의 비용 증가, 즉 생산원가와 관련된 것이다. 기준 연도(2020)를 100으로 했을 때, 생산자물가지수는 2021년 106.38, 2022년 115.29, 2023년 117.11로 매년 상승하다가 올해 6월엔 119.25를 기록했다(통계청). 2020년보다 원가가 19.25% 오른 셈이다.
오른 원가에 더해 인건비 상승도 악재다.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해마다 올라 올해 9860원이 됐고, 내년엔 1만70원이다. 주 40시간·월 209시간 근무 기준으로 올해엔 월 206만740원, 내년엔 209만6270원을 지급해야 한다(최저임금위원회). 2017년(135만2230원)보다 각각 52.4%, 55% 더 뛰었다. 전기·가스·수도 등 공과금도 있다.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지난해 1월 2022년 같은 기간보다 28.3% 상승한 것을 시작으로 2·3월엔 28.4%, 4월엔 23.7%, 5월엔 23.1% 뛰는 등 급증세를 보였다.
이러한 지표는 자영업자의 업황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8월 8일 만난 자영업자 A씨는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장사가 더 안 된다"고 말했다. A씨는 서울 강남권에서 식당을 운영한다. 유동인구가 많고, 상권이 좋은 지역이라 버틸 만하지만 해마다 나빠지는 업황이 고민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6487명으로, 2022년(86만7292명)보다 11만9195명 증가했다. 통계 집계(2006)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수다. 폐업률(영업을 하고 있는 사업자 수와 폐업자 합계 대비 폐업자 수 비율)은 9.0%. 2016년(11.7%) 이후 8년 만에 첫 상승 전환했다. 폐업 사유의 가장 큰 이유는 '사업 부진'(48만2183명, 48.2%)이다.
이를 방증하듯 생산자물가지수는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국내(내수)시장에 공급하는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의 변동을 종합한 지수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소비자의 구매력을 가늠하는 지수라면, 생산자물가지수는 기업의 비용 증가, 즉 생산원가와 관련된 것이다. 기준 연도(2020)를 100으로 했을 때, 생산자물가지수는 2021년 106.38, 2022년 115.29, 2023년 117.11로 매년 상승하다가 올해 6월엔 119.25를 기록했다(통계청). 2020년보다 원가가 19.25% 오른 셈이다.
오른 원가에 더해 인건비 상승도 악재다.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해마다 올라 올해 9860원이 됐고, 내년엔 1만70원이다. 주 40시간·월 209시간 근무 기준으로 올해엔 월 206만740원, 내년엔 209만6270원을 지급해야 한다(최저임금위원회). 2017년(135만2230원)보다 각각 52.4%, 55% 더 뛰었다. 전기·가스·수도 등 공과금도 있다.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지난해 1월 2022년 같은 기간보다 28.3% 상승한 것을 시작으로 2·3월엔 28.4%, 4월엔 23.7%, 5월엔 23.1% 뛰는 등 급증세를 보였다.
이러한 지표는 자영업자의 업황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8월 8일 만난 자영업자 A씨는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장사가 더 안 된다"고 말했다. A씨는 서울 강남권에서 식당을 운영한다. 유동인구가 많고, 상권이 좋은 지역이라 버틸 만하지만 해마다 나빠지는 업황이 고민이다.
그가 공개한 월별 총수입 지출 현황(2015.07~2024.06)에 따르면, 월평균 매출 대비 순익은 2015년 26%에서 매년 하락해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2022년엔 15%대로 떨어졌다. A씨는 "배달이 많아 그나마 그 정도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사정이 더 나빠져 11.5%까지 낮아졌다. A씨는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더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높아진 인건비가 부담이다. 2015년엔 직원 1인당 210만 원을 줬지만 올해는 320만 원을 주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직원 10명을 썼던 그는 올 들어 3명을 내보냈다. 임차료도 올랐다. 2015년 보증금 7000만 원, 월세 550만 원이던 임차료가 올해엔 보증금 1억5000만 원에 월세 680만 원이 됐다. 관리비도 같은 기간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상승했다.
원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파, 마늘 등 식재료비도 뛰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엔 하루 70만~80만 원이 들었지만 올해는 100만~120만 원이 든다. A씨는 "주문량은 대동소이하지만 가격이 그만큼 뛴 것"이라며 "예컨대 코로나19 사태 이전 김 100톳이 76만 원이었는데, 이젠 120만 원"이라고 말했다. A씨는 장사를 접을지 말지 기로에 서 있다. "재료비가 판매가의 40%가 넘으면 장사를 안 하는 게 낫다. 적정선은 32%인데, 영업 초기에만 그랬다. 이제 37~38%까지 왔다"는 게 그의 말이다.
지난해엔 사정이 더 나빠져 11.5%까지 낮아졌다. A씨는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더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높아진 인건비가 부담이다. 2015년엔 직원 1인당 210만 원을 줬지만 올해는 320만 원을 주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직원 10명을 썼던 그는 올 들어 3명을 내보냈다. 임차료도 올랐다. 2015년 보증금 7000만 원, 월세 550만 원이던 임차료가 올해엔 보증금 1억5000만 원에 월세 680만 원이 됐다. 관리비도 같은 기간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상승했다.
원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파, 마늘 등 식재료비도 뛰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엔 하루 70만~80만 원이 들었지만 올해는 100만~120만 원이 든다. A씨는 "주문량은 대동소이하지만 가격이 그만큼 뛴 것"이라며 "예컨대 코로나19 사태 이전 김 100톳이 76만 원이었는데, 이젠 120만 원"이라고 말했다. A씨는 장사를 접을지 말지 기로에 서 있다. "재료비가 판매가의 40%가 넘으면 장사를 안 하는 게 낫다. 적정선은 32%인데, 영업 초기에만 그랬다. 이제 37~38%까지 왔다"는 게 그의 말이다.
오징어 10마리 4만~5만→7만3000원
서울 외곽 지역 자영업자의 사정은 A씨보다 더 나쁘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족발집 사장 B(65)씨는 "코로나19 사태 때 받은 대출금을 상환하는 데만 월 80만 원이 든다"고 말했다. 손님이 없어 오후 4시에 영업 종료를 알릴 때도 있다. 임차료는 월 80만 원, 가스비로 12만 원, 수도세로 3만 원, 전기세로 40만 원이 나간다. 식재료비도 6년 전에 비하면 30%쯤 올랐다. 그러다 보니 밀린 식자재 외상값만 1000만 원이 됐다. B씨는 "가게를 유지하려면 일 매출 70만~80만 원은 돼야 하는데, 이젠 20만~30만 원을 번다"며 "적자를 보고 있지만 손님들도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2018년부터 메뉴 가격도 동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10년째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구나영(60) 씨는 "8월 1일 소상공인 대출 3000만 원을 신청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식재룟값 인상이다. 3년 전 4만~5만 원대를 오가던 오징어 10마리 가격은 7만3000원이 됐다. 같은 기간 노가리는 30마리에 2만7000원에서 4만2000원, 참치는 한 캔에 1500원에서 2500원, 오이는 3개에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랐다. 결국 구 씨는 메뉴 가격을 10%가량 인상했다. "손님들도 사정이 안 좋은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하지만 올린 가격으론 부대비용 상승분을 메꾸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임차료는 2년 전보다 80만 원 더 올랐고, 월 25만 원에 이르는 전기세도 부담이다. 하루 매출 30만~40만 원은 벌어야 본전이지만 하루 15만 원 넘게 버는 날이 드물다. 손님이 없어 '공치는' 날도 있다. 구 씨는 "사실 이 정도면 문을 닫아야 한다"며 "점포 계약기간이 3년 남아서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폐업 외에는 길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린 가격으론 부대비용 상승분을 메꾸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임차료는 2년 전보다 80만 원 더 올랐고, 월 25만 원에 이르는 전기세도 부담이다. 하루 매출 30만~40만 원은 벌어야 본전이지만 하루 15만 원 넘게 버는 날이 드물다. 손님이 없어 '공치는' 날도 있다. 구 씨는 "사실 이 정도면 문을 닫아야 한다"며 "점포 계약기간이 3년 남아서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폐업 외에는 길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전혜빈 기자 heavin01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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