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성, 류승룡 짝사랑하던 성소수자→박훈정 감독의 새 얼굴로…"남우조연상 타고파" ('폭군') [TEN인터뷰]
[텐아시아=김세아 기자]
"신인상은 성소수자, 조연상은 빌런, 주연은 로맨스로 타는 과정도 생각해보고 있어요"
교수인 류승룡을 짝사랑하는 당돌한 학생에서 빌런으로 완벽히 탈바꿈했다. 배우 무진성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구나, 싶었던 디즈니+ '폭군'과 관련해 서울 중림동 텐아시아 사옥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폭군’은 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추격 액션 스릴러다. 무진성은 극 중 기술자 자경(조윤수 분)에게 폭군 프로그램의 샘플 탈취 작업을 의뢰하는 연모용 역을 맡았다.
박훈정 감독의 '마녀'의 세계관을 잇는 작품인 만큼, '폭군'에 합류하게 된 기분은 어땠을까. 무진성은 "오디션 보러 갔을 때 감독님이 본인이 생각한 이미지보다 너무 곱다고 하시더라"면서 "대중상 시상식 전에 뵙고 가는 거였어서 메이크업도 진하게 하고 꾸민 상태로 갔는데 그 모습이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영화적 스타일이나 장르에서 안 어울린다고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어 무진성은 "피부도 하얗고 예쁘장하게 생겨서 어울리지 않다고 느끼신 것 같다. 그래서 '작품에 참여하지 못하는 구나' 생각했는데 한달 뒤쯤에 연락이 와서 한번만 더 만나보고 싶다고 하시더라. 그 땐 안 꾸미고 자연인 상태로 갔는데 (웃음) 감독님께서 '그동안 고민을 했는데 제가 연기하는 연모용의 모습이 궁금하고, 대중들이 연모용을 봤을 때 신선하고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잘 해봐'라고 하셔서 합류하게 됐다"고 비화를 전했다.
앞서 '폭군'은 공개하자마자 전 세계 OTT 플랫폼 내 콘텐츠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3일 연속 한국 디즈니+ 콘텐츠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홍콩 디즈니+ TV 쇼 부문 3일 연속 1위를 비롯해 싱가포르 2위, 대만 2위, 일본 5위 등 3일 연속 5개국 톱5를 기록하면서 높은 화제성을 보이고 있다.
이에 무진성은 "전작인 '장르만 로맨스'에서 성소수자 연기에서 또다른 인물을 표현한 거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더라. 많은 대중분들에게 다른 스타일의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라는걸 보여준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라며 "주변에서는 '배신 안할거지? 뒷통수 조심해야 하는거 아니지?' 하더라"고 너스레 떨었다. 그러면서 "댓글 중에 '연모용씨 연모해요 연모용 살려줘요' 이런 반응 기억 난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처음 촬영하게 된 장면은 채자경(조윤수 분)과 장례식장에서 임무를 의뢰하는 씬이였다고. 무진성은 "새해 첫 촬영이라 신년의 기운을 받아서 설레서 갔는데 감독님께서 워낙 유명하시고 하니까 긴장하고 혼나지 않을까 했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편하게 연기하라고 너가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고 표현했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믿어주시더라. 그런 말씀들이 첫 촬영부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무진성은 "극 중에서 연모용이 씁쓸함과 슬픔이 교차하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감독님께서 오케이가 났을 때 무전기로 '잘했다'하고 칭찬을 툭 던져주시는데 좋더라. 스태프분들이나 감독님도 눈물이 살짝 고인 것 같다고 연기 디테일을 알아봐주셔서 뿌듯했다"고 웃어보였다.
무진성은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 차승원과 김선호, 김강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촬영을 한달 정도 넘게 같이 해서 사적으로 뵐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대기 시간에 많은 얘기를 나누고 모니터링도 해주시고 조언도 해주셨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무진성은 "김강우 선배님과 붙는 씬이 있었는데 선배님이 연기적인 디테일이나 놓치고 가는 방향성에 대해서 선택할 수 있게 '그런 부분은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고 이렇게 하는 건 어때' 하고 얘기해주셔서 연기적으로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촬영장에서 나이 차이가 가장 적게 났다는 김선호에 대해서는 "김선호 선배님 같은 경우에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서 심리적인 거나 촬영에 임하는 자세라던지 그런 부분에서 선배이자 형으로서 상담도 많이 해줬다. 고민도 많이 들어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주셨다"고 이야기했다.
무진성은 "차승원 선배님은 멀리서 '연모용이 괜찮냐, 잘 하고 있어' 이런 식으로 툭툭 건네는 격려와 말들이 힘이 많이 됐다. 신기한 게 제가 정말 힘들 때 선배님이 귀신같이 아시더라. 극 중에서의 임상처럼 선배님이 툭툭 던지는 말씀들이 힘이 많이 됐었다"고 고마워했다.
2021년 개봉한 '장르만 로맨스'를 통해 제27회 춘사국제영화제와 제58회 대종상에서 '신인남우상'을 거머쥔 만큼, 이번 '폭군'으로 조연상 욕심이 생기진 않았을까.
이에 대해 무진성은 "다른 배우들도 그렇겠지만 늘 작품에 임할 때 상을 생각하고 연기를 하지는 않는다"라면서도 "그래도 시상식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너무 영광이고 좋을 것 같다. 또 다른 연기를 했으니 많이 불러주신다면 배우로서 뿌듯할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차기작으로는 로맨스를 하고 싶다는 마음도 내비쳤다. 그는 "할 수만 있다면 로맨스를 해야될 때가 온 것 같다. 기회만 주어지고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온다면 이 한몸 바쳐 한 사람을 위해서 사랑할 수 있는 로맨스를 하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신인상은 성소수자, 조연상은 빌런, 주연은 로맨스로 타는 과정도 생각해보고 있다"고 너스레 떨었다.
같이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가 있냐는 질문에 무진성은 "생각했던 배우는 없다. 왜냐하면 이미 누구라도 사랑할 마음과 몸이 준비됐기 때문"이라며 "류승룡 선배도 사랑했는데 어떤 분이건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무진성은 "지금까지 바르고 깨끗하고 올곧고 이런 역할을 많이 맡아서 이미지가 국한되는 연기를 하다 보니까 고착화 되어있는 느낌이었다. '폭군'은 자유롭고 위트있고 라이트한 캐릭터도 연기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린 작품 같아서 많은 분들께서 폭군에서 무진성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무진성을 대체할 배우는 없다, 대체불가다, 이 역할은 무진성만이 했어야 한다' 이런 얘기들을 듣고 싶어요. 선배님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나는 선배들처럼 '이 역할은 다른 배우는 상상이 안되는데'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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