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1주일 전 발자국을 추적하는 비결은…신간 '냄새 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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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주인은 고개를 땅에 처박은 개와 수시로 줄다리기한다.
늘 다니던 길이 새로운 것 없는 주인은 이제 가자고 줄을 잡아당기고 개는 무엇에 홀렸는지 네 다리로 버티며 코로 냄새를 맡는다.
개의 후각이 뛰어난 것은 인간보다 냄새를 감지하는 문턱이 훨씬 낮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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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주인은 고개를 땅에 처박은 개와 수시로 줄다리기한다. 늘 다니던 길이 새로운 것 없는 주인은 이제 가자고 줄을 잡아당기고 개는 무엇에 홀렸는지 네 다리로 버티며 코로 냄새를 맡는다.
개는 인간이 감지하지 못하는 많은 정보를 코로 접하는 재미에 빠져 고집을 부린다. 개의 후각이 뛰어난 것은 인간보다 냄새를 감지하는 문턱이 훨씬 낮기 때문이다. 개는 특정 화합물의 냄새에 대해 인간보다 1천∼1만배 예민하며 어떤 유기 화합물을 냄새로 감지하는 능력은 무려 1조배 우월하다. 후각은 개의 조상이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였다. 보이지 않는 위험을 감지하고 먹잇감을 포획할 수 있는 것은 뛰어난 후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수만 년 전에 인류의 친구가 된 개는 이제 상상을 초월하는 후각으로 인간을 돕는다. 추적견 중에는 1주일 된 발자국 냄새를 찾아내 따라 간 사례가 있다. 탐지견은 미량의 화약, 마약을 냄새로 잡아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특정 암의 바이오마커(단백질, DNA, RNA, 대사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를 냄새로 찾아내 진단 전에 미리 발견할 수 있는지 보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개처럼 고등동물이 아니라도 후각이 예민한 생물이 있다. 예를 들어 초파리는 발사믹 식초 냄새를 맡으면 귀신같이 몰려든다. 코와 더듬이에 서로 다른 냄새 분자를 감지하는 미세한 단백질이 있으며 특유의 감지 시스템을 이용해 썩은 과일을 회피한다.
전 세계를 무대로 동식물을 연구해 온 신경행동학자 빌 한손은 최근 번역·출간된 '냄새 킁킁'(니케북스)에서 냄새를 맡는 능력이 이처럼 생명체의 번식과 생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흥미롭게 소개한다.
책은 물고기, 새, 쥐, 나방, 초파리, 모기, 게 등 여러 생물체의 사례를 통해 독자들이 감각 기관으로서의 코, 혹은 후각기를 새롭게 인식할 기회를 제공한다.
흔히 냄새를 맡는 것은 동물에게만 해당하는 행위로 여기기 쉽지만, 그간의 연구에 의하면 식물이 냄새를 맡지 못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책에 따르면 식물에는 코가 없지만 특정 화학 정보를 인지하는 메커니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식물은 진화를 거치면서 공기 속의 특정 신호를 이용하게 됐는데 학자들은 이 물질이 휘발성 유기 화합물이라고 본다. 도쿄대 학자들은 식물이 냄새로 이웃 식물에 경고를 보낸다는 것을 밝혀냈다. 실제로 어떤 식물이 곤충에게 공격당하면 근처에 있는 다른 식물들의 저항력이 뚜렷하게 증가한다고 한다. 그 메커니즘이 아직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학자들은 초식 동물에 의해 유도되는 식물 휘발성 물질이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책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냄새를 활용하는 방식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시각 정보나 청각 정보는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전달할 수 있지만 아직은 후각 정보를 이런 방식으로 전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미 여러 기술 조건에 맞춘 다양한 '전자 코'가 시장에 나와 있으며 이런 전자 코를 냄새를 받아들이는 수신기로 활용한다면 이를 디지털 코드로 바꾸어 보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책은 설명한다. 다만 아직은 이런 프로젝트는 실현되지 않았다.
장혜경 옮김. 360쪽.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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