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서만 날던 국산 KF-21 시제기 서산에 제2둥지 트는 이유는?

“내후년 6월까지로 예정된 시험비행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서산기지 KF-16 추적기 활용, 서해안 실사격시험장 시험비행에 유리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기가 오는 9월부터 충남 서산 공군기지에 제2의 둥지를 틀게 됐다.

25일 군 당국에 따르면 KF-21 시제기 6대 중 1∼2대와 개발인력 100여명이 9월 초부터 서산 제20전투비행단에 주둔하며 비행시험에 나선다.

KF-21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있는 경남 사천 소재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 배치됐던 시제기 일부가 서산에도 일부 주둔하게 된 것이다.

군 관계는 이와 관련, 2026년 6월까지로 예정된 전투기 성능 검증을 위한 비행시험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KF-21 시제기가 운용될 제2의 둥지로 서산기지가 낙점을 받은 것은 기존 시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KF-21의 동체 크기가 서산기지에서 운용하는 KF-16과 비슷해 기존 격납고를 넓히는 등의 추가 공사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제기 운용 분산 이유는 무엇보다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선 KF-21 성능 검증을 위한 무장시험이나 초음속 비행시험 등을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초음속 비행시험을 할 때는 유사시 조종사 구조 등을 위해 추적기가 따라붙는데, 이 비행단이 운용하는 KT-1 훈련기는 최대속력이 시속 648㎞로 음속(시속 123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서산기지에 배치된 KF-16은 음속의 2배 가까운 속력으로 비행할 수 있어 추적기 역할을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다.

아울러 실사격 시험이 서산기지 인근 서해 쪽에서 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천보다는 서산에 주둔하는 편이 이를 수행하기에도 수월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의 한 소식통은 "수년 전부터 KF-21 시제기 주둔 기지를 이원화하는 방안이 추진돼왔다"며 "기존 전투기 임무 수행에 지장이 없도록 방위사업청과 공군, KAI 등 관계기관 간 조율을 거쳐 9월 초부터 시제기를 서산에도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KF-21은 2022년 7월 첫 비행에 성공한 이래로 각종 비행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지난해 5월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아 양산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이후로도 KF-21은 올해 3월 공중 급유 비행에 성공해 원거리 작전이 가능함을 증명했고, 5월에는 서해 상공에서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미티어(Meteor)와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2000 실사격에도 성공했다.

방사청은 2026년 6월까지 KF-21 개발 절차를 마치고 2032년까지 총 120대를 공군에 납품해 퇴역한 노후 전투기인 F-4 팬텀과 곧 퇴역 예정인 F-5를 대체할 계획이다.

올해 3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선 올해 20대, 내년 20대 등 이른바 ‘20+20’ 방식의 초도 물량 양산 계약 체결이 결정됐으며, 2026년 말부터 기체의 공군 인도가 시작된다.

정충신 선임기자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