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팅훈련 없이 티배팅만!’ 교토국제高가 만들어낸 고시엔의 기적[SS포커스]

배우근 2024. 8. 2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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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뜨거운 여름의 정점에 섰다.

교토국제고는 23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소재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창단 첫 우승 역사를 썼다.

올여름 고시엔은 일본전역 3441개 팀이 참가, 49개 학교만 본선에 올랐고, 그 정점에 교토국제고가 우뚝 섰다.

그래서 교토국제고는, 다른 학교와의 연습경기 또는 고시엔과 같은 대회에 출전할 때만 야구장을 빌려 배팅 연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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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엔 첫 우승 순간의 교토국제고 선수들. 2024.8.23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뜨거운 여름의 정점에 섰다.

교토국제고는 23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소재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창단 첫 우승 역사를 썼다. 도쿄도 대표 간토다이이치고를 상대로 연장승부 끝에 2-1 승리했다.

경기내용은 팽팽했다. 9회까지 양팀은 점수를 뽑지 못했다. 0-0의 승부가 이어졌다. 양팀 모두 주자 2명 이상이 누상에 있는 기회를 수차례 잡았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점수가 나지 않을수록 더 손에 땀을 쥐게하는 명승부가 계속됐다.

승부는 결국 타이브레이크로 진행된 10회 결정 났다. 교토국제고가 10회초 승부치기에서 안타와 볼넷, 외야뜬공 등을 묶어 2점을 먼저 냈다. 간토다이이치고는 10회말 1점만 추격하며 무릎을 꿇었다.

교토국제고가 고시엔 우승을 차지하며, 선수들은 경기전 교가에 이어 경기 후 다시 한번 힘차게 교가를 불렀다.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

NHK는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한국어로 교가를 부를 때, 중계방송 화면에 한글 가사와 함께 일본어를 병기했다.

이전 경기와 마찬가지로 고유명사인 동해는 동쪽의 바다(東の海)로, 한국의 학원은 한일의 학원(韓日の学び舎)으로 자막을 내보냈다.

NHK 화면 캡처


교토국제고의 우승은 창단 25년 만의 쾌거다. 또한 교토부 대표로는 68년 만에 우승기를 가져왔다.

올여름 고시엔은 일본전역 3441개 팀이 참가, 49개 학교만 본선에 올랐고, 그 정점에 교토국제고가 우뚝 섰다.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환경과 여건도 부족했다. 결승 상대인 간토다이이치고와 비교해도 금세 알 수 있다.

전교생 2493명(야구부원 92명)의 간토다이이치고는 야간조명 시설과 실내 연습시설까지 갖춘 야구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전교생 160명(야구부 61명)의 교토국제고는 제대로 된 야구장이 없다. 연습구장의 펜스거리는 좌·우측이 각각 67m와 60m에 불과하다. 중앙펜스까지의 거리는 70m다. 거리가 짧은 대신 궁여지책으로 펜스를 높였다. 제대로 된 타격훈련 및 외야수비훈련을 하기 힘든 조건이다.

교토국제고 야구부 고마키 노리쓰구 감독. 2024.8.23 연합뉴스


교토국제고 야구부 3기 출신인 전 LG트윈스 황목치승은 “우리 때도 그랬다. 외야가 좁아 배팅훈련을 하지 못했다”며 “올해 (고마키 노리쓰구)감독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는데 ‘선수들이 배팅 연습을 안 한다’고 했다. ‘망 안에서 티배팅만 한다’라고 해서 놀랐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교토국제고는, 다른 학교와의 연습경기 또는 고시엔과 같은 대회에 출전할 때만 야구장을 빌려 배팅 연습을 한다.

이는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늘 토로하는 한국 고교야구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야구환경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교토국제고의 우승은 기적에 가깝다. 다윗 1명과 여러 골리앗과의 싸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교토국제고는 운동장이 작은 대신 기본기에 더 충실했다. 끈끈한 내야수비와 빠른 송구, 그리고 내야를 뚫는 강한 타구에 집중했고, 결국 정상을 차지했다.

결승전이 열린 고시엔 구장. 사진제공|황목치승


황목치승도 빛나는 역사를 쓴 후배들을 향해 “그런 상황에서도 우승으로 증명했다”라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는 23일 결승전을 직관하며 목이 터져라 응원했고, 후배들은 선배가 이루지 못한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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