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이번엔 진짜’ 금리 인하 선반영한 시장
회사채 금리 CD 금리보다 낮아…‘역캐리’ 진입
조달금리 낮아지자 기업들 유동성 확보 나서
금리 인하 시점?…“FOMC 결과·국내 부동산 지표 중요”
연내 금리인하가 임박했다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채권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는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와 초강세를 이어간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쏟아지는 한전채 물량, 주요 그룹사들의 크레딧 리스크 등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크레딧시장 영향 요인’을 총 네 편에 걸쳐 정리해본다.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최근 국채금리가 금리 인하를 과도하게 선반영하고 있다. 심지어 우량 등급 회사채 금리조차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보다 낮은 역(逆)캐리 상황에 진입한 모습이다. 채권시장 과열로 금리폭이 과도하게 낮아졌다는 일부 지적도 나온다.
통상 채권시장에서 기관투자자는 CD 등 단기물로 자금을 조달해 국고채 3년물 등 장기물로 자금을 운용한다. 단기 금리가 더 높을 경우 오히려 운용 수익률이 낮아지는 역캐리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자체적으로 신용도가 높고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은행과 달리 증권사의 경우 역캐리 손실을 그대로 감수하기가 어렵다. 이에 따라 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국고채보다 금리가 높은 회사채에 투자 수요가 높아지게 된다.
회사채로 채권 매수세가 몰리자 심지어 회사채 금리에서조차 역캐리가 나타났다. 이날 회사채 3년물 AA-급 금리는 3.443%로, 기준금리를 5.7bp가량 하회했다. 회사채 금리가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온 건 한국은행이 지난 1999년 기준금리 정책을 도입한 이후 처음 나타나는 현상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국채 금리가 CD 금리보다 낮은 역캐리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채 투자 비중을 늘렸는데, 이젠 우량 등급 회사채 투자 확대로도 역캐리 상황을 극복하기는 힘들어졌다”며 “이러한 시장 상황으로 인해 국채 금리 급락에도 우량 회사채 매수세가 크게 증가하지 못하면서 8월 들어 크레딧 스프레드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회사채 조달금리가 정책금리 인하를 선반영해 올해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자 기업들은 서둘러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9월 이후 금리 불확실성을 피하고자 8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발행 수요가 집중된 모습이다.
실제로 해당 시기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인 곳은 KB증권(AA+), 에쓰오일(S-Oil(010950)·AA+/A 스플릿), 한솔테크닉스(004710)(BBB+), HL홀딩스(060980)(A), 동원산업(006040)(AA-), 종근당(185750)(AA-), 두산에너빌리티(034020)(BBB+), 삼양패키징(272550)(A-), SK어드밴스드(A-), 한화(000880)(A+), 삼성물산(028260)(AA+), GS EPS(AA), 하이트진로홀딩스(000140)(A),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AA-), 우리금융에프앤아이(A-), 현대제철(004020)(AA), 삼척블루파워(A+) 등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장의 눈은 금리 인하 여부보다는 인하폭과 그 시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내린 후인 10월께나 한은이 금리를 조정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0월 금통위 전까지 FOMC 결과와 국내 부동산 관련된 지표의 안정화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올해 10월 한 차례 인하를 전망하며, 2025년 상반기까지 매 분기 한 차례씩 인하를 단행해 2.75%까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당분간 역캐리를 감당해야 하는 채권시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올해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가정했을 때 대략 한 달 반 이상 역캐리 상황에서 채권을 사야 하는 상황”이라며 “수급 여건은 우호적이나, 시장이 과도하게 움직여 가격부담이 높다”고 답했다.
박미경 (kong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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