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1분 거리 전자담배 가게…"아이들 호기심 생길까 걱정"
청소년유해시설 제외돼 학교 앞서 판매 가능
그러나 청소년 70%가 '전담'으로 흡연 시작
"혹여 흡연 부추기는 꼴 될까" 학부모 우려
안전장치 無…"법 개정으로 대책 마련해야"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임수정 인턴기자 = "'노담' 등 금연 캠페인을 학교에서도 열심히 했는데, 정작 근처에서 전자담배를 판매하니 좀 웃겼어요. '흡연해도 괜찮다는 건가'란 생각도 들고요. 근처를 지나가면 풍선껌, 초콜릿 등 다양한 향이 나서 궁금하기도 했어요."
재학 중인 고등학교 맞은편에 위치한 전자담배 판매업소 앞을 지나던 김모(17)양의 말이다.
김양의 말처럼 액상형 전자담배는 다양한 맛과 향으로 청소년 흡연의 관문으로 작용하지만, 현행법상 '유사담배'로 규정돼 청소년의 전자담배 노출을 막을 수단은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학교 근처 전자담배 판매업소 운영 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니코틴이 함유된 액상을 끓여 그 수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의 액상형 전자담배는 멘톨, 과일, 초콜릿 등 다양한 맛과 향이 첨가된 경우가 많아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흡연·음주·식생활 등 청소년 건강 패널 추적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69.5%가 가향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로 처음 흡연을 시작한 청소년 10명 중 6명은 현재 주로 일반 담배 제품으로 흡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청소년의 전자담배 노출을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현행법상 '유사담배'로 규정돼 일반 담배에 적용되는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담배사업법 제2조 제1항 담배의 정의에 따르면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해 제조한 것'이다. 때문에 연초 잎이 아닌 화학물질을 배합해 인공적으로 만든 합성 니코틴으로 제조한 액상형 전자담배는 현행법상 담배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교육환경보호법에 따르면 학교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200m 내는 교육환경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학생의 보건·위생, 안전, 학습 등에 해를 끼치는 위험시설과 유흥업소, 숙박업소, 게임제공업소 등이 들어올 수 없다.
그러나 전자담배 판매업소는 현행법상 청소년 위험시설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행법상 일반담배가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온라인에서도 판매할 수 있고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경고 문구와 그림을 제품에 붙일 필요도 없다. 초·중·고등학교 인근에서의 판매는 물론, 담배자동판매기 설치도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22일 뉴시스가 서울 양천구와 금천구 일대를 돌아본 결과, A초등학교 근처 전자담배 가게는 학교 경계로부터 70m 이내에 있었다. 성인 걸음 기준으로 1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다.
B초등학교와 C고등학교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자담배 가게와 마주보고 존재했다. 학교 담벼락에 걸려있는 '담배 연기 싫어요' 현수막 맞은편이었다. D, E초등학교는 도보 6분 거리에 전자담배 가게가 들어섰다.
학교 인근에 전자담배 판매 시설이 계속해서 들어서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어 학부모들의 불안, 학생들의 불편은 커지는 상황이다.
초등학교 3학년, 6학년 두 아들을 둔 신모(42)씨는 "큰 아이도 아빠가 전자담배를 피우는 걸 보고 가끔 흉내를 내는데, 전자담배 가게가 학교 근처에 있는 걸 보니 더 걱정이 된다. 전자담배에 대한 거부감도 없는데다 쉽게 구할 수 있으니 호기심에 손을 댈까 걱정된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문모씨는 "학교 근처에 전자담배 가게가 있으면 아이들이 담배에 접근하기 쉬워질 것 같다. 흡연을 부추기는 꼴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양천구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서모(17)군은 "(액상형)전자담배도 사실상 니코틴이 포함돼 있어서 몸에 안 좋은 건 담배와 똑같다고 생각한다. 왜 담배와 적용되는 법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했다.
금천구 소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17)양은 "'노담' 등 금연 캠페인을 학교에서도 열심히 했는데, 정작 근처에서 전자담배를 판매해도 된다는 게 웃겼다. '흡연해도 괜찮다는 건가'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양천구 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12)양은 "담배 연기를 맡으면 기침이 나고 기분이 나빠져요. 학교 근처에선 피지도 팔지도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법 개정으로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해 청소년들의 흡연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센터장은 "합성 니코틴의 안전성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최종 결과물은 니코틴이고, 이것이 몸에 들어오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다 알려진 내용"이라며 "건강에 더 위험하냐, 덜 위험하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사전예방주의원칙에 의거해 규제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합성 니코틴이 담배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학교 근처에 전자담배 판매업소가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 담배 구매의 용이성을 높여 흡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담배사업법에 명시된 담배의 정의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담배 원료를 연초 잎만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합성 니코틴 등을 포함하도록 확대 개정하면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센터장은 "다만 법 개정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기간 동안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보호법 고시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여성가족부는 2017년 '흡연하는 행위와 유사한 행위를 하기 위한 기계장치 등을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지정한다'는 고시를 발표했는데, 이를 기준으로 두기만 해도 문제의 일부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1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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