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쏟아내자 세계가 흔들…원조 중국발 공급과잉, 철강[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4. 8. 25.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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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중국 바오우그룹 생산현장/사진=블룸버그
매년 10억톤이 넘는 철강을 생산하며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가 있다. 어딜까.

당연히 중국이다. 최근 유럽연합(EU)·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때리기 시작하면서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중국 신성장 산업의 공급과잉에 관심이 쏠렸지만, 중국발 공급과잉의 원조는 철강이다. 철강 산업은 중국 정부가 무분별한 확장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구조조정을 시도했지만, 목표한 만큼 생산량을 줄이는 데 실패했다.

최근 부동산 침체로 국내 철강 수요가 줄자 중국이 생산 감축과 수출 확대에 나서면서 철광석 가격은 급락하고 국제 철강가격이 하락하면서 전 세계적인 파장이 커지고 있다. 값싼 중국산 철강재 수입이 증가하자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체의 영업이익도 반 토막 났다.

10억톤이 넘는 중국 철강 생산량
세계 10대 철강 생산국 및 철강 기업/그래픽=김지영
세계 철강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작년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은 10억1900만t을 생산한 중국이다. 중국 혼자서 전 세계 철강 생산량(18억8820만t)의 54%를 생산했다. 이어 인도가 1억4000만t으로 2위를 차지했으며 일본이 3위(8700만t), 미국이 4위(8070만t)다. 한국은 6670만t으로 6위를 기록했다.

세계 10대 철강기업 중에서는 중국이 6곳을 차지했다. 2016년 중국 2위 바오산강철과 6위 우한강철이 합병하며 탄생한 바오우그룹이 작년 1억3077만t을 생산하며 1위를 기록했다.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아르셀로미탈이 6852만t으로 2위, 안산강철이 3위(5589만t), 일본제철이 4위(4366만t)다.

한국의 포스코는 3844만t으로 7위, 인도의 타타스틸이 2950만t으로 10위다.

중국 철강생산량 추이/그래픽=최헌정

그동안 중국 철강 생산이 얼마나 늘었는지 살펴보자.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2005년 3억4900만t에서 2020년 10억5300만t으로 15년동안 3배로 불어났다. 지난해는 소폭 감소한 10억1900만t이다.

중국 철강 생산량이 급증한 이유는 20여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 장기 상승하며 수요가 증가한 데다 지방정부들이 앞다퉈 용광로를 지었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당서기·성(省)장·시장 등 고위 공직자 실적을 주로 GDP(국내총생산)로 평가했기 때문에 지방정부들은 철강업체 등 중공업 건설에 앞장섰다.

중국 중앙정부가 2016년 철강 산업의 과잉 생산 해결을 위해 '철강산업 인수합병을 통한 좀비기업 퇴출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며 구조 조정을 추진했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이유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아서다.

즉 중국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는 철강산업의 과잉공급을 해소하는 게 유리하지만,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다른 지역의 철강업체가 문을 닫고 지역 내 철강업체는 계속 운영되는 게 최선의 결과다. 따라서 중국 지방정부들은 지역 내 국유 철강업체의 구조조정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부동산 침체가 철강 수요 감소로 연결
중국 철강의 과잉 공급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건 중국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다. 중국 경제지인 경제관찰보는 지난 16일 중국 대형 철강업체 관계자가 "현재 업황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다"며 "(부동산 등) 전방산업 수요 감소로 제품을 팔 데가 없다"고 토로했다고 보도했다.

2021년 중반 중국 2위 부동산업체 헝다의 유동성 위기로 촉발된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올해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부동산 개발투자는 작년 동기 대비 10.1% 감소했으며 주택판매 면적은 19% 줄었다. 같은 기간 신규 착공면적과 준공면적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3.7%, 21.8% 쪼그라들었다.

작년 대비 올해 중국의 산업별 철강수요 전망/그래픽=최헌정

블룸버그도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철강 수요 둔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철강 정보업체 칼라니시 커머디티스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건설용 철강수요는 약 10%(2500만t) 감소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전체 철강 수요에서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로 줄며 이는 지난 20년간의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자동차, 부품, 백색가전, 조선, 에너지, 엔지니어링, 인프라 분야의 수요 증가분을 모두 합쳐도 건설 분야의 수요 감소분을 상쇄하지 못할 정도로 건설용 수요 감소의 영향은 크다.

중국 철강 수요 감소에다 호주·브라질 철광석 생산업체의 생산 증대가 겹치면서 싱가포르 철광석 선물 가격은 최근 t당 92달러대로 하락하며 2022년 이래 최저치를 찍었다. 지난 22일 98달러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100달러를 뚫지 못했다.

'혹독한 겨울'이 오고 있다
중국 철강업계 분위기를 대변하는 게 세계 최대 철강업체 바오우그룹 후왕밍 회장의 최근 발언이다. 후 회장은 회사의 반기 업무 회의에서 "철강 업황은 '장(長)주기' '감산' '구조조정' 등 3가지 특징이 명확해졌으며 이번 철강의 '혹독한 겨울'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길고, 더 춥고, 더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요가 줄고 업황이 악화되자 중국 철강업체들은 돌파구를 수출에서 찾기 시작했다. 중국 철강공업협회(CISA)는 올해 상반기 중국 철강 수출물량이 작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5340만t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평균 수출가격은 t당 778.8달러로 작년 대비 26.9% 급락했다.

중국의 철강 수출 추이/그래픽=최헌정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중국 철강수출은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 중이며 현 추세대로라면 1억t을 돌파하며 1억490만t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이 싼 가격에 해외로 철강을 무더기로 쏟아내면서 국제 철강가격이 급락한 여파로 세계 철강업체들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국내 대형 철강사도 직격탄을 맞았다. 포스코홀딩스의 철강 자회사 포스코는 2분기 영업이익이 418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0.3% 감소했으며 현대제철은 980억원으로 78.9% 급감했다.

중국은 엄청난 규모 때문에 국내 수요의 작은 변동이라도 외부로 전이됐을 때 리플 효과(Ripple Effect·파급효과)가 발생하며 상당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올해 중국이 철강생산량의 '10분의 1'인 1억t을 수출할 전망인데, 이는 작년 북미 전체 생산량보다 많은 규모다.

중국 철강 수요는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 철강정보업체 상하이스틸홈의 우원장 CEO는 "중국의 철강 수요가 이미 정점을 찍었으며 앞으로 꾸준히 감소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않는 한 향후 2~3년 동안 철강산업이 이 사이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4월 세계철강협회도 중국 철강 수요가 정점에 도달했다며 중기적인 하락세를 예상했다. 중국발 철강 공급과잉은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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