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신설' 추진하며 '댐 사전검토협의회' 폐지하는 환경부
'위원회 정비 명목'으로 물 정책 결정 국가물관리위 위상도 낮춰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댐 신설을 추진하는 환경부가 댐이 실제 필요한지 검토하고 댐 건설로 발생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위원회를 폐지하고, 물 정책 결정 기구 위상은 낮추는 방안을 재추진하고 있다.
댐 신설 과정이 사회적 합의 없이 졸속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댐건설관리법상 '댐 사전검토협의회'를 폐지하고 국가물관리위원회 소속을 대통령에서 국무총리로 변경하는 위원회 정비 법안을 지난달 국회에 발의했다.
정부위원회 정비 계획에 따라 재작년 9월 국회에 발의했다가 제21대 국회가 끝나며 폐기된 법안을 재발의한 것이다.
댐 사전검토협의회는 댐이 필요한지, 수자원을 확보하고 홍수와 가뭄에 대응하는데 댐 외에 다른 방안은 없는지, 지역사회가 댐을 수용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댐 추진 여부를 담은 권고안을 마련해 정부에 제출하는 것은 물론 국민에게도 공개하는 자문기구다.
이 협의회는 관계부처 공무원과 전문가 외에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가 열려있다. 특히 시민단체도 위원을 추천할 수 있도록 법령에 규정됐다.
댐 사전검토협의회는 댐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피해와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기구인 셈이다.
환경부는 댐 건설 계획을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에 반영하려면 지역수자원위원회, 국가수자원위원회, 국가물관리위원회 검토를 거쳐야 하므로 댐 사전검토협의회는 폐지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다른 위원회와 기능이 중복된다는 것이다.
이는 현 정부가 위원회 정비를 본격 추진하기 전 환경부 입장과 배치된다.
환경부는 작년 5월까지만 해도 소관 법정위원회 현황 자료에서 "물관리일원화 이후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을 수립·추진하는 중으로 필요시 댐 사전검토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같은 과거 환경부 입장은 전 정부 때 개정돼 현 정부 때 시행된 댐건설관리법 취지에 부합한다.
지난 2021년 6월 개정돼 1년 뒤 시행된 댐건설관리법은 문재인 정부가 '국가 주도 댐 건설'을 추진하지 않기로 한 데 맞춰 환경부가 '댐건설장기계획' 대신 '댐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댐 건설을 추진할 땐 '사전검토협의회 등을 통해 적정성을 검토하고 지역 의견을 수렴한 뒤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에 반영해 추진'하도록 했다.
환경부는 댐 건설 계획을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에 반영할 때 국가물관리위가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부합하는지 심의하기에 댐 사전검토협의회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현행 계획엔 국가가 주도해 대형 댐을 건설한다는 내용은 없다.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엔 댐 건설과 관련해 '물 자급률을 고려한 지역별 맞춤형 신규 수자원 확보'를 위해 '지역 특성을 고려한 중소규모 지역 건의 댐·저수지 건설'이라는 내용만 들어가 있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물 분야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환경부가 지난달 발표한 14개 댐 건설 후보지에는 강원 양구군 수입천과 충북 단양군 단양천 등 지자체가 건의하지 않은 곳도 포함됐다. 수입천댐과 단양천댐은 이미 지역사회의 거센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현재 환경부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 개정을 준비 중이다. 5년 주기 타당성 검토 기한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만약 새 계획에 '국가 주도 대형 댐 건설' 방안이 포함되면 환경부가 정책을 결정한 뒤 최상위 계획이 바뀌는 일이 재연된다.
작년 환경부가 4대강 16개 보를 유지하기로 먼저 정한 뒤 보를 해체·개방하는 방안이 포함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 변경되면서 이 계획을 심의·의결하는 국가물관리위가 '환경부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환경부는 국가물관리위를 '대통령 소속'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바꾸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위원회를 실무적으로 지원하는 물관리지원단장 직위는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이미 국장급인 '고위공무원'에서 과장급으로 낮췄다.
환경부는 국가물관리위가 공동 위원장인 국무총리 소속이 되면 "여러 물 관련 이슈에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도 국무총리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소속을 변경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주장은 나오지 않는다.
환경부는 댐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늘어날 물 수요를 충족시키고 기후변화로 빈번하고 심해질 가뭄과 홍수에 대응하려면 댐이 시급히 필요한데, 댐 건설엔 통상 10년 정도가 소요되니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환경부 주장이다.
최근 댐 건설지 선정 절차가 속도를 내면서 졸속 추진 우려도 나온다.
환경부는 다음 달까지 주민설명회 등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11월까지 국가물관리위 심의 등 후속 절차를 마친 뒤 댐 지을 곳을 확정해 11월 중 이를 반영한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을 고시한다는 계획이다.
박홍배 의원은 "정부가 댐 사전검토협의회를 폐지하고 졸속으로 댐 건설을 추진한다면 환경정책이 근본적으로 후퇴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댐 건설에 주민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제도개선이 시급하며,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는 무리한 계획은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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