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에 고른다" 트래블카드 고객 싹 쓸고도…'쓴웃음' 신한·하나

황예림 기자 2024. 8. 25.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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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특화카드(트래블카드) 돌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객의 수요가 계속해서 체크카드로 쏠리는 분위기다.

카드사의 수익성에 기여하는 건 신용카드인데, 트래블카드 시장은 은행 상품에 가까운 체크카드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해외 체크카드 시장에선 성장세가 두드러지지만 해외 신용카드 점유율은 횡보 중이다.

대부분의 고객이 트래블카드를 신용카드가 아니라 체크카드로 발급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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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신한카드 해외결제 점유율 추이/그래픽=윤선정


해외특화카드(트래블카드) 돌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객의 수요가 계속해서 체크카드로 쏠리는 분위기다. 카드사의 수익성에 기여하는 건 신용카드인데, 트래블카드 시장은 은행 상품에 가까운 체크카드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2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트래블카드 시장 '톱2'인 하나·신한카드의 해외 체크카드 결제 점유율이 1년 새 크게 성장했다. 하나카드 개인 고객이 올해 1~7월 체크카드로 해외에서 결제한 금액은 1조4055억원이다. 시장 점유율은 45.7%로, 8개 카드사 중 압도적인 1위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하나카드의 해외 체크카드 결제액은 5494억원이었다. 점유율도 29.9%로 현재보다 크게 낮았다.

신한카드 역시 지난해 1~7월에는 해외 체크카드 점유율이 24.5%였으나 올해 1~7월엔 25.6%로 높아졌다. KB국민·우리·NH농협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의 파이가 4.6~5.8% 빠지는 동안 신한카드는 외려 점유율이 소폭 상승했다.

해외 체크카드 시장에서 하나·신한카드의 지표가 좋아진 건 트래블카드의 흥행 덕이다. 하나카드 트래블로그는 지난 6월 가입자 수 5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2월 출시된 신한카드의 SOL트래블 체크카드도 5개월 만에 누적 발급좌 수가 100만장을 넘어섰다.

해외 체크카드 시장에선 성장세가 두드러지지만 해외 신용카드 점유율은 횡보 중이다. 하나카드 개인 고객이 올해 1~7월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6899억원으로, 시장 점유율은 8.0%다. 지난해 1~7월 하나카드의 점유율은 8.3%였다. 신한카드의 올해 1~7월 해외 신용카드 결제액 점유율도 1년 전 17.5%에서 올해 들어 16.4%로 1%포인트(P) 넘게 빠졌다. 반면 경쟁사인 현대카드는 19.0%에서 23.1%로, KB국민카드는 15.6%에서 14.8%로 점유율이 상승했다.

양사가 사실상 트래블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데도 신용카드 시장에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고객이 트래블카드를 신용카드가 아니라 체크카드로 발급해서다. 트래블카드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제공되는 핵심적인 서비스는 △환전수수료 무료 △해외 ATM(현금자동인출기) 출금수수료 무료 △해외 가맹점 결제수수료 무료 등이다. 이 혜택은 체크·신용카드 구분 없이 지원된다.

최근에는 카드사간 트래블카드 경쟁이 격화되고 있어 체크카드에도 공항 라운지 무료입장 혜택 등이 제공된다. 이로 인해 고객은 트래블카드를 발급할 때 연회비가 없는 체크카드를 주로 선택한다. 트래블로그 신용카드의 연회비는 2만원, 쏠트래블 신용카드의 연회비는 3만원이다.

카드사 입장에선 체크카드보다 신용카드가 돈이 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내심 씁쓸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신용카드의 국내 중소·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은 0.5~1.5%이지만 체크카드의 수수료율은 0.25~1.25%다. 카드사의 주요 수입원이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신용카드를 이용한 대출상품이어서 신용카드 고객 확보가 장기적으로 더 중요하기도 하다.

다만 트래블카드로 한정했을 때 체크카드 중심의 흥행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외에선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결제 수수료율이 동일해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 결제까지 고려했을 때는 신용카드를 쓰는 게 더 이익이겠지만 해외에만 한정하면 체크카드가 오히려 더 수익성이 좋다"며 "체크카드는 조달비용이 들지 않고 대손 리스크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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