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인사이트] ‘음주 운전 방지 장치’ 두 달 뒤 의무화
음주 운전 재범자들은 두 달 뒤인 오는 10월 25일부터는 ‘음주 운전 방지 장치’가 설치된 차량만 운전할 수 있게 된다. 차량 내 측정기에 운전자가 호흡을 불어넣었을 때 알코올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감지되면 시동 자체가 걸리지 않는 차량이다.
해외에서는 비슷한 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음주 운전 범죄를 다시 저지르는 비율을 10% 미만으로 떨어뜨리는 효과가 나왔다고 한다.
◇측정기에 호흡 불어넣고 알코올 감지되면 차에 시동 안 걸려
음주 운전 방지 장치는 국내 업체 2곳, 미국 업체 1곳, 독일 업체 1곳 등이 공급할 전망이다. 음주 운전 방지 장치 설치 비용은 200만~300만원 수준인데 모두 운전자 부담이다. 음주 운전 2회 적발에 따른 벌금 1000만~2000만원에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되는 것이다.
지난 21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음주 운전 방지 장치 제조·개발 업체 센텍코리아. 조선비즈 기자가 차량 운전석에 앉아 시동 버튼을 눌렀지만,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음주 측정을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전대 밑에서 빼낸 케이블을 리모컨 크기의 측정기에 연결하자 ‘BLOW(숨을 불어 넣으라)’라는 문구가 뜬다. 마우스피스에 입을 대고 3~4초간 숨을 불어넣었더니 1~2초 동안 분석(Analyzing) 절차가 진행됐다. 이후 PASS(통과)나 FAIL(불합격)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당연히 PASS가 나와야 시동이 걸린다.
이태우 센텍코리아 기술연구소 이사는 “술을 마시면 (알코올 성분이) 위와 장에서 흡수된 뒤 혈액으로 들어가 폐로 축적된다”라며 “(음주) 호흡 측정을 할 때 길게 불게 하는 이유도 폐에 있는 공기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술을 마시고 양치, 가글을 하거나, 다른 음식을 먹어 입에서 술 냄새가 나지 않게 하더라도 결국 폐 속의 남은 알코올이 측정된다는 것이다.
◇5년 내 2번 이상 음주 운전 적발되면 방지 장치 차량만 운전 허용
경찰은 ‘음주 운전 방지 장치’ 설치 대상을 5년 이내 2회 이상 음주 운전으로 적발된 사람들로 한정했다. 최근 5년(2019~2023년)간 음주 운전 적발 건수(62만4636건)에서 2회 이상 적발은 27만2147건(43.57%)이다.
‘음주 운전 방지 장치’ 설치 기간은 운전면허 취득 결격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음주 운전에 적발되면 운전면허 취소와 함께 결격 기간이 부여된다. 통상 1회 적발의 경우 1년인데, 2회 이상 적발되면 2~5년까지다.
예컨대 음주 운전 2회에 적발돼 결격 기간 2년을 적용받았다면 2년 동안 운전면허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이 기간을 넘겨 면허를 다시 받더라도 2년 동안은 ‘음주 운전 방지 장치’가 설치된 차량만 운전할 수 있게 된다. 이 기간에 ‘음주 운전 방지 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차량을 운전하면 무면허 운전이 된다. 또 ‘음주 운전 방지 장치’ 설치를 원하지 않는다면 차량 운전이 허용되지 않는다.
◇미국 1986년부터 시행… 음주 운전 재범 비율 10% 아래로
해외에서도 음주 운전 재범자에게 ‘음주 운전 방지 장치’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86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버지니아주, 애리조나주 등 50개주 이상이 ‘음주 운전 방지 장치’를 시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음주 운전 재범률이 70%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다. 일부 주에서는 음주 운전을 다시 저지르는 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캐나다 일부 주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경찰은 해외 사례에 비춰볼 때 국내에도 ‘음주 운전 방지 장치’를 도입하면 음주 운전 재범 비율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에는 음주 운전 방지 장치를 임의로 해체·조작하다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게 돼 있다. 또 장치 설치 차량 운전자는 연 2회 이상 음주 운전 방지 장치 부착 차량의 운행기록을 경찰에 제출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대신해 측정기에 호흡을 불어 넣는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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