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고갈 30년 늦추는 연금개혁안 곧 등장… 기금본부 공운법 열외도 논의될까
이 조치로 고갈 30년 이상 늦춘다는데
시장에선 “수익률 극대화도 고민해야”
극대화 핵심은 해외·대체 전문가 영입
“공운법 굴레서 기금운용본부 빼줘야”
윤석열 대통령이 기금 고갈 시점을 2055년에서 30년 이상 늦추는 아이디어가 담긴 국민연금 개혁안을 조만간 발표한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이를 계기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공운법(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빼내는 작업에도 착수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되는 개혁안은 보험료율을 세대별로 차등 인상하고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하는 내용 중심이어서다.
여기에 운용 수익률 극대화를 위한 조치까지 추가하면 기금 고갈 시점을 더욱 늦출 수 있고, 그러려면 공운법에 갇힌 기금운용본부부터 자유롭게 풀어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수익률을 끌어올리고자 해외·대체투자를 강화하고 있으나 운용역 처우 수준 등 세세한 부분까지 정부 통제를 받다 보니 유능한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5일 대통령실과 정부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내달 초 세대 간 형평성과 지속 가능성에 방점을 둔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한다. 눈에 띄는 내용은 기금 고갈 상황이 다가오면 자동으로 납부액을 올리고 수급액을 줄이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현재 2055년으로 관측되는 기금 고갈 시점을 30년 이상 늦출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정부가 연금 개혁의 방향성을 너무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에만 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금 운용 측면에서도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출 방법론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988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민연금의 연평균 운용 수익률은 5.92%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수익률을 1%포인트(p)만 높여도 기금 고갈 시기를 6년 정도 늦출 수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발간한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한 기금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연평균 운용 수익률 8.21%를 유지하면 별도의 보험료율 조정 없이도 69년 후인 2093년까지 기금 고갈을 피할 수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납부액과 수급액을 자동 조정해 기금 고갈을 30년 넘게 늦출 수 있다는데, 여기에 운용 수익률 극대화까지 더하면 30년이란 숫자를 50년 또는 70년으로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시장 전문가들이 말하는 기금 운용 수익률 극대화의 출발점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공운법의 굴레에서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다. 기금운용본부는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 소속으로, 공운법 적용 대상 기관이다. 이렇다 보니 중장기 투자를 지향하는 기관인데도 1100조원 운용을 총괄하는 기금운용본부장(CIO)은 2~3년마다 바뀌고 있다. 공공기관 임원 임기를 기본 2년에 1년 연장으로 정한 공운법 탓이다.
기금운용본부 전·현직 운용역들은 국민연금이 기금 운용의 방향성을 해외·대체투자 강화로 잡은 뒤로 공운법의 굴레가 더 답답해졌다고 말한다. ‘2024~2028년 국민연금 기금운용 중기자산배분안’에 따르면 올해 말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비중은 33%로 전년 말(30.3%)보다 2.7%p 높아지고, 같은 기간 대체투자 비중은 13.8%에서 14.2%로 0.4%p 올라간다.
올해 하반기 중으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4번째 해외사무소도 출범한다. 이미 선발대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 도착해 기틀을 다지고 있다. 국민연금 해외사무소는 부동산·인프라·사모펀드 등 대체투자 부문을 중점적으로 관리한다. 문제는 공공기관 처우 규정 수준으로는 내로라하는 해외·대체투자 전문가 영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대체투자 분야에서 인재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역 출신인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주식 운용은 인력이 부족해도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커버해 줄 수 있지만, 부동산·사모펀드 등 대체투자 쪽은 오랜 경험과 네트워크가 쌓인 운용역 개인의 역량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민연금이 이런 전문가를 국내나 해외 현지에서 채용할 수 있도록 기금운용본부를 한국투자공사(KIC)처럼 기타 공공기관으로 빼거나 KBS·EBS처럼 공운법 적용 예외 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분석에 따르면 현재 60명을 밑도는 국민연금 해외투자 전문인력을 201명으로 늘리면 인건비도 1137억원 불어난다. 대신에 이들 전문가가 최대 1조7000억원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공운법 열외를 원하는 공공기관이 많은 상황에서 (기금운용본부에만) 특혜를 주는 걸로 비칠 수 있어 논의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자산운용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기금 고갈 이슈는 젊은 세대가 국민연금 제도를 불신하는 가장 큰 배경”이라며 “정부가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은 물론 수익률 강화 방안까지 포괄적으로 다뤄 젊은 세대의 불안감을 어루만지고 세대 갈등의 불씨를 진화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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