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약세’ 원화 저평가 해소되나… “1300원 초반까지 갈수도”
美 경기침체 우려 해소·연준 금리 인하 기대 영향
‘원 동조화’ 엔·위안 캐리 트레이드 청산 여파도
전문가 100명 중 23명 “원·달러 환율 더 내린다”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잦아들면서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해소되고, 원화와 동조화되던 엔·위안 가치가 오른 것도 영향을 줬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원·달러 환율, 7일간 2.3% 하락… 42개국 중 3위
2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23일까지 7거래일간 원·달러 환율(매매기준율)은 2.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환율 하락(통화가치는 상승) 폭은 ECOS에서 비교가능한 42개국(중국 등 제외) 중 스웨덴(-2.7%)과 영국(-2.5%)에 이어 3번째로 컸다.
주요국과 비교하면 원화 환율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유럽(-1.7%)과 캐나다(-1.0%), 일본(-0.8%) 등 선진국 통화는 환율이 1% 안팎으로 떨어지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원화 가치가 오른 배경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두터워지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한 것을 꼽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3일(현지 시각)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정책을 조정할 시간이 도래했다”면서 “우리의 여정 방향이 명확하다” 했다. 사실상 통화정책 전환을 공식화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빅컷(big cut·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내리는 것)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8시(현지 시각) 기준 미국 연방기금 금리(FF) 선물 시장에서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0.5%p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24%로 예상하고 있다. 한 달 전(9.5%)과 비교해 2.5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달 초 불거졌던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잦아든 것도 이유로 꼽힌다. 지난 2일(현지 시각) 발표된 미국 7월 비농업고용건수(11만4000건)가 예상치(17만6000건)를 한참 밑돌자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 둔화 우려가 불거졌고, 달러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확산됐다. 그러나 미국 7월 소매판매 지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런 우려가 해소됐다.
엔화와 위안화 등 주변국 통화가 강세를 보인 영향도 있다. 엔화와 위안화 가치가 오른 것은 일본과 중국의 기준금리가 미국 기준금리보다 낮다는 점을 노렸던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통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해 차익을 남기는 것)’ 자금이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과 달러 가치 하락으로 상당수 청산됐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약세였던 원화도 아시아 통화에 동조화되면서 가치가 올랐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초 이후 엔화와 원화의 상대적 약세가 관찰됐는데, 엔화는 7월 BOJ 회의 이후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상대적 저평가가 상당부분 해소됐고, 원화 역시 연초 이후 누적된 매도 포지션이 대부분 정리됐다”고 했다.
◇ “원·달러 우하향 지속… 1300원 초반까지 갈 수도”
전문가들은 연말에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초반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하연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다른 통화 대비 원화 가치가 오랫동안 저평가된 것이 주요국 통화 키 맞추기(가격 따라잡기) 현상으로 해소됐다”면서 “1330원대에서 변동성이 있겠지만 연말까지 우하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찬희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9일 통화 선물 쪽에서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환율이 급락하는 과정에 원화 저평가 현상이 많이 해소됐다”면서 “향후 달러화와 연동된 완만한 하락 경로를 예상한다”고 했다. 덧붙여서 그는 “단기에는 1320원에서 134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장 참여자들도 원화 강세를 점치고 있다. 지난 20일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62개 기관의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의 설문 응답을 분석한 결과, 응답자의 23%는 달러 약세 압력이 더욱 증가해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월 대비 7%포인트(p) 늘어난 수치다.
물론 1330원대에서 더 내려가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완화의 추가 강세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봤다. 박 연구원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 회복세가 약하고 향후 수출도 작년 말 급등한 기저효과 등으로 증가율이 둔화될 수 있어 추가 강세 재료가 빈약해 보인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BOJ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BOJ가 연말까지 추가 긴축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지난 13~19일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제학자의 57%(54명 중 31명)가 BOJ가 연말까지 다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답했다. BOJ가 금리를 인상하면 엔화 강세 흐름이 더 거세지면서 원화가치도 덩달아 치솟을 수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긴축 및 엔화 강세 쪽 변동성은 당분간 아시아 통화 동조화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의 주요 변수 중 하나가 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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