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할 땐 꼭 거짓말해라”…새학기 선생님의 폭탄선언, 이유는 [Books]
‘이중 하나는 거짓말’ 펴낸 김애란 작가
서로의 비밀 알게 된 세 고교생
우정 쌓여가는 과정 담은 소설
“거짓말은 허구보다 더 큰 개념
여러 상황 담아낼 수 있는 장치”
첫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이후 13년 만에 두 번째 장편소설로 돌아온 젊은 소설가 김애란 작가(44)는 오는 27일 출간을 앞둔 신작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 일상 속 다양한 거짓말을 매개로 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고심하면서 3년여 간의 긴 집필 끝에 소설을 완성했다는 그는 “비밀과 거짓말이 이야기성을 더 높여 줄 것이라고 생각했고, 거짓말이라는 게 허구나 소설 같은 말보다 훨씬 더 큰 개념이라고 생각했다”며 “여러 가지 상황을 담아낼 수 있는 장치로서 거짓말을 사용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고등학교 2학년인 지우, 소리, 채운이 몇 가지 우연한 계기로 서로의 비밀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가까워지는 이야기다. 서로의 비밀을 엿본 뒤 서로에게 호감을 비치기도 하고, 서로를 의심하기도 하면서 세 아이가 만들어가는 우정을 그렸다. 세 인물의 시점을 오가는 이야기 속에서 서서히 진실이 밝혀지는 소설의 독특한 구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는 각 인물의 다면적인 삶을 마주하면서 이들의 감정에 공감하게 된다. “그해 우리 셋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했고 처음으로 가까워졌다. 그건 하나의 비밀이 다른 비밀을 돕는다는 뜻이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소설 속 담임 선생님이 제안한 자기소개 게임의 규칙이다. 새 학기를 맞아 선생님은 각 학생이 다섯 개의 문장으로 자기소개를 하되, 그 중 하나는 반드시 거짓을 포함시켜 다른 학생들이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아맞히도록 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소개 게임을 하면서 하나의 거짓 문장을 통해 농담을 하기도 하고, 현실에선 불가능한 소원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중 소리는 누가 들어도 명백한 거짓 같아서 모두 웃어 넘길 수 있길 바라며 혼자 오랜 시간 감당해야 했던 비밀을 털어놓는다.
이번 작품을 통해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새롭게 해석하게 됐다는게 김 작가의 설명이다. 예컨대 소설에서 지우는 갑작스럽게 어머니를 잃고 반려 도마뱀 용식이, 한 집에서 함께 산 지 3년 된 엄마의 애인 선호 아저씨와 남겨진다. 김 작가는 “폭력이 존재하는 가족은 남보다 못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인가 하는 의문이 든 것”이라며 “어려운 순간 힘이 되어 준 반려동물, 나랑 피는 안 섞였지만 나를 진심으로 도와주려 하는 아저씨. 이들 또한 가족의 이름으로 불려도 되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설에는 중간중간 글로 풀어낸 지우의 만화가 등장하는데, 이는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한편 인물들을 더욱 긴밀하게 엮어 준다. 김 작가는 “요즘 친구들이 가장 많이, 자주 접하는 강력한 매체가 뭘까 고민해보니 웹툰이었다. 그림이 이 친구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수단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소설엔 쓰지 않았는데 전에 ‘학대받은 아이들을 위한 미술치료’라는 책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아주 어린 아이가 그린 무지개였는데 검은색이었다”며 “글도 모르고 말도 못하는 아이가 그래도 그림이 있어서 자기가 겪은 걸 표현했구나 하는 생각에 그림을 소설로 가져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성인과 청소년 중 독자를 반드시 한 쪽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에 권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성인으로서 많은 일을 겪고 마음을 다치셨던 분들, 또 청소년에 비해 비교적 산 세월이 길어서 거짓말도 훨씬 많이 하고 살았던 성인 분들이 보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스무 살을 갓 넘긴 어린 나이에 등단 직후 스타 작가로 떠올라 어느덧 글을 쓴 지 23년차에 접어든 김 작가는 “제가 단편과 장편을 잘 병행하지 못하기도 하고 생산성이 그리 높지 않은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독자 분들이 기다려 주시고 반겨 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다음 독서를 촉발할 수 있는 좋은 소설, 좋은 책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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