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조처 "철도지하화, 지자체·주민 부담 커…신중해야"

CBS노컷뉴스 최서윤 기자 2024. 8. 2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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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지역구 의원 단골 공약이지만…"사업성 부족하면 시행하지 않아야"
"사업성 있어도 민간 참여 유도…주변지역 토지주 개발이익 환수도 검토할 필요"
국토부, 연내 선도지역 선정·사업성 관건…"환경·사회·도시계획 측면도 고려해야"
국토교통부 제공


정부가 '지상철도 지하화' 통합개과 관련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낸 사업 제안을 검토해 연내 선도지역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장기적으로 사회·경제적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지자체는 사업 추진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지적이 나왔다.

국회 입조처는 최근 발간한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지상 철도를 지하로 이전해 건설하기 위해서는 지하의 터널 공사와 기존 철도 시설의 이전, 지하 역사 건설 등이 필요하며, 지하화로 생긴 지상 부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프라 구축 등이 필요하므로 막대한 사업비 부담이 예상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총선을 앞두고 올해 1월 제정된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철도지하화 통합개발은 지상 철도를 지하화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기존 철도부지 개발이익으로 조달하는 개념이다.

정부가 국유재산인 철도부지를 사업시행자인 정부출자기업체 또는 SPC(특수목적법인)에 현물출자하면, 시행자가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채권을 발행해 사업비를 선투자한 뒤 상부 개발 이익으로 사업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이다.

수도권은 물론 비수도권 대도시까지 걸쳐 있는 국철 경부·경인·경원·중앙·경의선 지상 구간이 대상인데, 국토교통부는 각 지자체로부터 사업성과 재무적 타당성 등을 담은 개발계획을 오는 10월까지 제출받은 뒤 연말까지 1차 선도사업을 선정해 내년부터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지상 철도가 도시 생활권을 단절하고 소음과 진동 발생은 물론 주변 지역 슬럼화로 생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돼온 데다, 새로 개발할 땅이 부족한 서울에 녹지와 문화·상업 시설을 복합개발할 공간이 생긴다는 점에서 철도지하화는 오래전부터 부동산 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이슈였다.

문제는 막대한 사업비 부담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서울 시내 지상철 구간 71.6km를 전부 지하화할 경우 약 32조 6천억 원이 들 것으로 국회 입조처는 추산한 바 있다. 경부선 부산 구간(화명~부산역) 19.3km도 약 8조 3천억 원, 대구 8조 1천억 원 등이 소요될 전망이다.

결국 철도를 지하로 넣은 뒤 기존 상부를 개발해 얼마만큼의 이익을 낼 수 있을지 사업성이 선도지역 선정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도 "전체적으로 지하화 사업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하느냐 그리고 상부 활용 계획을 얼마나 잘 수립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상업용 부동산 수요가 높은 서울~용산역, 영등포구를 반으로 가르는 대방~구로역 구간의 개발 기대가 높다. 특히 구로역은 주민 숙원사업인 구로차량기지 이전과 병행한 개발도 가능해 주요 후보지로 거론돼 왔다.  

철도지하화는 여야를 막론하고 지상철 구간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과 해당 지자체장의 공약으로도 익숙하다.

영등포구청장 출신으로 국회에 입성한 더불어민주당 채현일(영등포갑)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영등포역 경부선은 물론 당산역 2호선도 지하화해 재개발과 녹지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이성헌 서대문구청장도 경의선 서울~수색역 구간을 지하화하고 상부에 이화여대, 연세대를 연결해 '신대학로'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다만 선거철 정치인의 공약으로 사업을 추진하다 자칫 그 비용을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가 오랜 기간 부담해야 할 수 있다는 게 국회 입조처의 우려다. 입조처는 "철도지하화통합개발법에서 국가는 국유재산을 출자하는 것을 제외하고 국가 차원의 추가적인 재정지원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면서 "사업성이 현저하게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업계획을 축소하거나 해당 사업을 시행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에 대해서도 "특례 규정인 건축물 건축 제한 완화, 용적률·건폐율 완화, 부담금 감면, 기반시설 구축 지원 등의 방안도 검토해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상부부지 개발에 있어 사업성만을 과도하게 추구할 경우 주민 삶의 질 향상, 환경 보호 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들이 희생될 수 있으므로 지자체는 노선별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환경·사회·도시계획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사업으로 인한 이익을 향유함에도 사업에 직접 기여하지 않는 주변 지역 토지소유자들로부터 개발 이익을 적절히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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