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포비아 잡아라"…'안전기술'에 힘주는 기업들

CBS노컷뉴스 윤준호 기자 2024. 8. 2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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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이후 사회 전반 불안감 확산
현대차·기아, 불안감 해소에 분주히 대응
"100% 충전해도 전기차 화재 위험 없다"
3차 안전마진·3중 과충전 방지 기술 강조
K-배터리 3사도 차별화된 안전 기술 집중
인천 서구의 한 공업사에서 경찰이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시작된 벤츠 전기차에 대해 2차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인천 전기차 화재 이후 확산하는 불안감에 자동차·배터리 업체들이 저마다 안전 기술을 내세우며 이를 진화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전기차 시장이 화재 사태로 더 둔화하기 전에 서둘러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기아, 불안 해소에 팔 걷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의 대응이 발빠르다. 인천 화재 사고 이후 가장 먼저 자사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데 이어 안전 관련 오해를 바로잡고 기술 수준을 홍보하는 데에도 다른 업체들보다 적극적이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배터리 충전량과 화재 발생 사이 인과관계가 없음을 강조하며 전기차 완충을 둘러싼 오해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다른 가전제품의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전기차용 배터리는 100% 충전해도 충분한 안전범위 안에서 관리되도록 설계돼 있다"며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배터리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첨단 BMS(배터리관리시스템)가 이를 차단하고 제어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충전량이 화재와 무관하다는 현대차·기아의 이같은 설명은 안전 마진에 그 근거가 있다. 배터리는 내구성 확보 차원에서 애초 생산할 때부터 최대 용량까지 충전하지 못하도록 마진을 두고 제조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계기판에서 충전 상태가 100%로 표시되더라도 실제는 완충 상태가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마진은 △배터리 제조사 △자동차 제조사 △BMS 리밸런싱 과정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설정되기 때문에 운전자에게 안내되는 100% 충전량은 안전성 검증을 충분히 완료한 구간이라는 게 현대차·기아의 설명이다.

물론 100% 충전을 넘는 과충전이 발생할 경우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기아는 이같은 과충전 문제에도 "BMS가 정밀하게 제어하고 사전 차단하기 때문에 과충전 가능성은 없다"고 철저하게 선을 그었다.

BMS는 배터리를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하는 '두뇌'인 동시에 자동차가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필요한 제어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현대차∙기아의 BMS는 주행과 충전중 상시 진단뿐만 아니라 시동이 꺼진 주차중에도 정기적으로 깨어나 배터리 셀의 이상 징후를 모니터링한다.

그중에서도 현대차·기아 BMS의 과충전 방지 기술은 상시 상태는 물론 충전량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거나 제어기가 모두 고장난 상황까지 총 3단계의 다중안전 체계를 갖추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충전 제어기의 긴밀한 협조 제어로 과충전을 원천 차단한다. 과충전 문제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대차·기아 전기차 가운데 현재까지 과충전으로 인한 화재 사고는 단 한건도 없었다고 한다.

BMW 역시 "100% 완충해도 안전"

연합뉴스

현대차·기아뿐만 아니다. KG모빌리티는 전기차 특별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렉서스코리아도 다음달 30일까지 전국 렉서스 공식 서비스 센터에서 총 57가지 항목의 전기차 무상 점검을 진행한다.

BMW 코리아는 지난해 11월 교통안전공단과 수입차 최초로 '마이 배터리' 캠페인에 동참해 고객 문의시 배터리 정보를 제공해왔다. 최근 수입차 업체 중에서 가장 먼저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 것도 BMW 코리아였다.

지난 22일에는 '전기차 안전 가이드'를 BMW 코리아 전국 공식 딜러사에 배포했다. 전기차 충전량 설정 방법과 선제적 차량 관리 서비스 등 안전 운행에 도움이 될 정보들을 담았다고 한다. BMW 가이드도 충전율과 관련해 "전기차는 배터리 총용량에서 안전 마진을 남긴 용량만 사용하기 때문에 100% 완충해도 안전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BMW 코리아는 모든 BMW 차징 스테이션과 전국 134개 공식 전시장·서비스센터에 '소방킷'(소화기·소화포)을 보급하며 전기차 충전 시설 안전 대비에도 집중하고 있다.

K-배터리도 '안전기술' 집중

배터리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면 배터리 업계의 연쇄 타격 역시 사실상 불가피한 만큼, 화재 사태로 확산중인 사회 전반의 불안감을 하루 빨리 진화해야 한다는 시급함이 읽힌다.

위기 극복의 '키'로 K-배터리 3사가 주목하는 건 무엇보다 기술력이다. 중국산 배터리를 둘러싼 불신이 깊어지는 속에 K-배터리만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안전 요구에 발맞춘다는 전략이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화재로 확산중인 불안을 고려해 '배터리 안전진단 소프트웨어' 사업을 확대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안전진단 소프트웨어가 탑재되는 BMS 분야에서만 8000개 이상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배터리 셀 기준 13만개 이상, 모듈 기준 1000개 이상을 분해·분석한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했다. 10만대 이상의 전기차에 이미 적용해 90% 이상의 안전진단 검출률도 확보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같이 검증된 안전진단 정확도와 축적된 기술력을 토대로 완성차 업체들의 요청에 따라 안전진단 소프트웨어의 본격적인 협업·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자사 기술은 곧바로 차량용 BMS에 적용할 수 있다. 안전한 전기차 배터리 사용을 위해 고객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겠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안전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각형 배터리의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각형 배터리는 하부 냉각판과 접촉면을 키울 수 있어 발열 전파를 막는데 효과적이다. 또 내부 가스를 내보내는 벤트(Vent·배출구)와 과충전 방지 장치, 이상 징후 발생시 전류 흐름을 차단하는 퓨즈 등 각종 안전 장치도 탑재할 수 있다.

SK온은 양극과 음극 사이의 분리막을 지그재그로 쌓는 'Z폴딩' 기법에 집중하고 있다. Z폴딩 기법은 셀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양극과 음극의 접촉 가능성을 차단해 화재 발생 위험을 낮춘다. SK온은 향후 셀과 셀 사이에 방호재를 삽입해 화재가 발생해도 배터리 팩 전체로 열이 번지지 않도록 억제하는 S팩도 적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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