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목표로 美 두드린 韓스타트업들…LA '코리아 콘퍼런스'
수면 진단 에이슬립·레이저 혈당 측정 엠비트로 등 5개사 소개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지금은 '예비 유니콘'이지만, 머지않아 '예비'를 떼고 진짜 유니콘이 되겠습니다."
물류 서비스업체 아워박스의 박철수 대표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코리아 콘퍼런스 2024'에서 이렇게 자신했다.
아워박스는 온라인몰에서 고객이 주문한 이후 상품을 집 문 앞에 가져다주기까지 필요한 포장과 배송 등 물류의 전 과정(풀필먼트)을 해결해 주는 회사다.
2017년 설립돼 2021년 중소기업벤처부의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됐고, 기술력을 인정받아 동원과 오뚜기 등 대기업의 물류 서비스를 맡아서 해주고 있다.
이 회사가 이번 '코리아 콘퍼런스'의 문을 두드린 것은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미국에서 투자 유치를 받고 현지에서 협업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를 찾는다는 목표로 LA를 찾았다.
이날 LA 마리나 델 레이 항구의 작은 유람선 선상에서 열린 '코리아 콘퍼런스'에는 아워박스처럼 미국 시장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에서 사업을 펼치겠다는 꿈을 품은 한국의 유망 스타트업 5개사(아워박스·에이슬립·엠비트로·콘텐츠테크놀로지스·더투에이치)가 참여해 전 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각자의 새로운 기술과 전략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는 세계 최상위 억만장자들의 모임인 이든클럽 회장 톰 로런스와 인도네시아 리포그룹의 마이클 리야디 고문 등 세계적인 재계 인사들을 비롯해 미 실리콘밸리와 LA의 벤처 투자자 등 모두 140명이 주최 측의 초대를 받아 참석했다.
이 행사는 미국에서 성공한 한인 금융투자전문가 제니 주 회장이 한국의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2022년 출범해 지난해 본격적인 틀을 갖춘 데 이어 올해 3회째를 맞았다.
이날의 주인공인 5개사 중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거쳐 피칭 우수상을 받은 회사는 수면 테크 기업 에이슬립이었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인식한 사람의 호흡 소리만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수면 상태와 수면의 질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수면 장애가 많은 현대인이 특별한 기기 착용 없이 수면의 질을 측정하고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에이슬립은 이미 SK텔레콤과 삼성생명 등 여러 대기업에 고객의 수면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익 구조를 확립하고 사업을 확대해 왔다.
카이스트에서 AI를 공부하고 2020년 이 회사를 창업한 이동헌 대표는 "이제 우리는 글로벌 무대로 나아갈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슬립은 지난 3월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진행한 한국 스타트업 발굴 행사에서 오픈AI와 협업을 진행할 스타트업 10곳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레이저 혈당 측정기를 선보인 기업 엠비트로도 이날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 회사가 개발한 혈당 측정기는 기존에 바늘로 찌르고 피를 뽑아 혈당을 측정하는 방식 대신 레이저를 피부에 침투시켜 혈당을 측정한다. 바늘로 찌르는 방식에 비해 통증이 거의 없고 일회용 바늘을 쓰고 버릴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기술이다. 엠비트로는 올해 안에 미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아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유망 기업인 콘텐츠테크놀로지스는 자회사인 비욘드뮤직을 통해 수만 곡의 가요 음원 저작권(IP)을 보유하고 있으며,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 등 글로벌 음원 플랫폼에 유통하는 역할도 한다. 세계적인 K팝 붐을 타고 큰 성장세가 기대되는 기업이다.
더투에이치(The2H)는 영화 시각효과·컴퓨터그래픽(CG) 분야에서 20여년간 일해온 이승훈 대표가 가상현실(VR) 전문 콘텐츠와 장비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2017년 창업한 회사다. 시각적인 몰입감에 더해 온도나 바람, 진동 등을 느낄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해 이미 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울러 이날 행사에는 지난해 참여했던 스타트업 5개사 대표도 참석해 그간의 성과를 전했다.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사재를 털어가며 이 행사를 이끌어온 주 회장은 "우리가 육성한 기업들이 미국에서 성공하고 이들이 주축이 돼 새로운 스타트업을 끌어주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5회 정도가 되면 그런 단단한 기반이 마련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간의 여정을 돌아보며 "처음에는 미국에 진출하는 젊은 기업가들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돕고 싶어 시작한 일이었는데, 이렇게 자연스럽게 진화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렇게 젊고 똑똑한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이 세상과 미래를 바라보는 눈과 그들의 꿈을 공유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우는 것이 더 많다"며 "이것은 돈으로 보답을 받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블루오션으로 항해하자"는 구호를 함께 외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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