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낙태 영상' 후폭풍…산부인과마다 기준 제멋대로
낙태죄 헌법불합치 5년, 폐지 3년 지났지만 개정법 아직
낙태 가능 최대주차·약물중절 시기 등 병원마다 '제각각'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이른바 '36주 태아 낙태 영상'을 계기로 주목된 낙태수술 기준이 병원마다 제각각인 것으로 드러났다. 형법상 자기낙태죄가 2019년 4월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지만 국회에서 개정 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낙태죄가 효력을 잃으면서 낙태수술 '자체'만 합법화돼 병원마다 임신 주차별 낙태수술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등 법적 공백에 따른 혼란이 이어지고 있어 통일된 낙태 가능 시기 기준 마련 등 입법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 수술비용 900만 원, 지옥 같던 120시간'. 지난 6월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제목이다. 영상 속에는 20대 여성 A 씨가 36주 태아를 낙태하는 과정이 상세히 드러나 있다. A 씨는 다른 병원들에서 낙태 수술을 거부당하다가 36주차에 수도권 소재 B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A 씨를 비롯해 B 병원장 등 의료진 5명을 살인과 살인방조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현행법상 낙태죄는 2019년 4월11일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다. 당시 헌재는 국회에 2020년 12월까지 임신 '22주' 범위 내에서 낙태를 허용하도록 개정법을 만들라고 결정했지만 발의되지 않아 낙태죄는 수정 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2021년부터 효력을 잃게 됐다.
즉 낙태수술 가능 시기 등 구체적인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채 낙태 수술 '자체'만 합법화된 셈이다. 이에 병원마다 임신 주차별 낙태수술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등 '입법 미비' 혼란 때문에 A 씨 사건처럼 임신 36주차까지도 수술해주는 병원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내 주요 산부인과들은 병원마다 낙태수술 가능 주차 기준이 제각각이었다. 강남구에 위치한 C 병원은 최대 수술 가능 주차가 '10주' 였지만 강서구에 위치한 D 병원은 '15주 미만'까지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다. 관악구의 E 산부인과는 20주차까지 당일 수술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20주차 이상 수술이 가능한 병원도 있었다. 중구의 F 병원은 '21주차'까지 수술이 가능했다. 동대문구에 위치한 G 병원은 '최대 24주'까지 수술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수술비도 모두 제각각이었다. D 병원은 6주차 기준 59만원이었다. E 병원은 8주 미만 45만원, 10주차는 80만원이었다. 수도권의 또다른 한 병원은 10주 90만원, 11주 100만원으로 안내했다.
'약물중절'이 가능한 시기도 병원마다 달랐다. 주로 임신 초기 수술법으로 알려진 약물중절은 MTX(엽산길항제)나 해독주사제, 자궁수축제 경구투여로 화학적 유산이 가능한 방법이다. E 병원은 임신 초기인 6주 이내까지만 약물 중절이 가능했지만 C 병원은 10주 이하까지도 약물 중절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인터넷 익명 커뮤니티에서도 낙태수술이 가능한 최대 주차를 문의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23일 H 커뮤니티에 따르면 이날 주요 게시물로는 '33주인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중절수술 가능한 곳좀 알려달라', '24주인데 지역과 상관없이 수술 가능한 병원이 있는지' 등을 묻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처럼 임신중절이 제도권 밖에 놓여져 있어 중절 가능 시기와 수술비 등이 병원마다 모두 다르다. 환자들은 수술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워 의료현장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입법 보완이 시급한 이유다.
홍순철 고려대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 22주 범위 내에서 중절수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라는 헌재 결정에 따라 하루빨리 입법을 해야 한다"며 "미국의 '태아심박동법' 등 해외 사례와 함께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폭넓게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기준으로 제시한 '10주' 범위 내에서 가급적 중절수술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10주차가 넘어 수술하게 되면 출혈, 자궁 내막 유착, 각종 감염 문제, 합병증 등 임산부 건강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임산부 보호를 위해서도 10주차 이상 낙태 수술은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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