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보낸 버터 받은 北 수재민…“푸틴 만세” 외쳤다가 겪은 일
북한 수해 지역에서 러시아가 지원한 수해 물자를 받은 주민이 “푸틴 만세”를 외쳤다가 북한 국가보위부에 끌려간 일이 전해졌다.
23일(현지시각)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가 지원한 식량과 설탕, 버터, 식용유 등 수해 지원 물자가 북한 라선시 두만강역을 통해 들어왔다. 북한은 이를 수해 지역에 공급하고 국가보위부를 통해 주민 동향 단속에 나섰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의주군 수재민들에게 한 달 분 가족 식량으로 쌀과 밀가루(4인 가족 기준 약 50~60㎏)가 공급됐다”며 “러시아가 보내 준 수해 지원 물자”라고 했다.
소식통은 “(지원 물자가)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들어온 뒤 기차로 각 수해 지역으로 운송돼 의주 수재민들도 공급받은 것이라고 철도 간부에게 들었다”면서도 정확한 수해물자 규모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쌀과 밀가루를 제외한 일부 물자는 ‘8.15′에 맞춰 특별 공급 형식으로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8.15명절 물자’로 수재민 한 세대 당 콩기름 1㎏과 버터 200g씩을 공급했는데 특별공급 물자 역시 러시아에서 들어왔다는 말이 간부들을 통해 주민들 속으로 퍼졌다”고 했다.
소식통은 “물자를 공급받은 한 40대 여성 수재민이 임시 숙소 천막 안에서 ‘푸틴 만세다’라는 말을 했는데 이것이 적발돼 의주군 보위부로 끌려갔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이 여성은 보위부에서 비판서를 쓰고 하루 만에 나왔지만, 수재민들은 당국이 임시 숙소 안에 주민들을 감시하는 스파이를 심어 놨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러시아에서 지원해준 수해물자라고 특별히 설명하지 않았으나 “나눠주는 밀가루 포장에 러시아 글자가 써있어서 수재민들은 해당 물자가 러시아에서 온 것으로 알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특히 수재민에게 버터가 공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수재민들이 이번 지원에 특별히 고마운 감정이 드는 것은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버터를 자녀들에게 먹일 수 있게 된 게 김정은의 사랑이 아니라 러시아 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민들 속에서는 러시아 지원 물자 덕분에 숨통이 트이는데 ‘푸틴 만세’라고 한 게 무슨 죄냐는 말들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31일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폭우로 압록강 하류의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 4100여 가구와 3000정보의 농경지, 수많은 공공기관과 시설물, 도로, 철로가 침수됐다며 수해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북한은 한국정부와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제의를 모두 거절했으나, 지난 4일 노동신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홍수 피해 관련 위문 서한을 소개하며 “앞으로 반드시 도움이 필요할 때는 가장 진실한 벗들, 모스크바에 도움을 청할 것”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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