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응급센터 교수 "응급센터 나 혼자…지금 한국, 다치면 안 돼"

이대희 기자 2024. 8. 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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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한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등으로 인해 의료 공백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의사이자 작가인 남궁인 이화여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역응급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나 혼자"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남궁 교수는 "여기는 하루 육십 명 정도를 진료하는 서울 한복판의 권역센터다. 그리고 매 듀티(당직)마다 의사는 나 혼자"라며 "여기는 서울에서 가장 중환자가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곳이다. 한 명이 혼자서 판단하고 결정한 내용은 무조건 한 번은 틀린다. 적어도 뇌가 두 개 이상 교차해서 오류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 혼자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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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인 이대목동병원 교수 "내 업무 응급 진료 체계 붕괴의 상징"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한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등으로 인해 의료 공백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의사이자 작가인 남궁인 이화여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역응급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나 혼자"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남궁 교수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재 내 업무는 응급 진료 체계 붕괴의 상징"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남궁 교수는 "여기는 하루 육십 명 정도를 진료하는 서울 한복판의 권역센터다. 그리고 매 듀티(당직)마다 의사는 나 혼자"라며 "여기는 서울에서 가장 중환자가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곳이다. 한 명이 혼자서 판단하고 결정한 내용은 무조건 한 번은 틀린다. 적어도 뇌가 두 개 이상 교차해서 오류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 혼자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최근 응급실 뺑뺑이 사례를 소개했다.

남궁 교수는 "얼마 전 한밤중에 서울 한복판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젊은 환자의 팔다리가 터져나갔고 혈압이 떨어진다고 했다. 중증외상이고 검사하면 추가 손상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았"으나 "우리 병원은 올해 2월부터 정형외과에서 응급수술을 한 적이 없었다.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한 시간 뒤에 해당 환자 사례로 다시 전화가 왔다. 남궁 교수는 "서울과 경기도의 모든 병원에서 거절당했다고 했다"며 "현재 수도권에서 팔과 다리가 부서져 뼈가 튀어나온 사람은 갈 곳이 없다. 그러니까 현재 우리나라는 팔과 다리가 터지면 안 되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해당 환자를 수용해 살려낸 후, 그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수술을 받으러 가야 했다.

▲정부가 중증·응급환자의 진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 의료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경증 환자를 지역 병의원으로 분산하는 대책을 발표한 22일 오후 의료진이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 대기실 앞을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재유행 역시 현 상황에 위기감을 고조하고 있으나 당국의 어떤 대응도 나오지 않았다고 남궁 교수는 지적했다.

남궁 교수는 "코로나는 여전히 아픈 병이다. 사람들은 아프면 응급실에 방문하므로 코로나 환자도 많이 온다"며 그러나 "그들을 입원시키는 일은 이제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누가 신경 쓰지도 않는다. 격리 지침도 사라졌고 수가도 없어졌다. 하지만 코로나 환자를 그냥 다른 환자 옆에 입원시켜도 되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이전처럼 격리실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격리실은 여전히 부족하고 중환자는 집에 보낼 수 없고 다른 병원에서는 받아주지 않"기에 코로나 감염 중환자를 "다른 중환자 열다섯 명과 함께 보고 있다. 이것도 예견된 시한폭탄"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남궁 교수는 "상위 기관일수록 인력이 이탈해서 응급실이 문을 닫고 있다"며 그 때문에 환자가 대신 쏟아진 다른 병원도 문을 닫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며칠 전부터 우리 병원도 밤 근무 결원이 생겼다. 그나마 막아내고 있던 인력이 이탈해서 밤중에 열두 시간 동안 권역 센터가 문을 닫는다"며 "나 하나만 추가로 출근하면 응급실이 돌아간다. 그래서 추가 근무에 자원했다. 어제는 당직표에 없던 날이지만 출근해서 밤을 샜다. 출근하자마자 부천에서 화재가 나서 안타깝게 많은 사람들이 숨졌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중환자는 우리를 포함한 근처 응급실에서 나눠서 살렸다"고 밝혔다.

남궁 교수는 "이 붕괴는 확정되었다. 일말의 방법이 없다"며 "처음부터 이탈하기는 쉽고 유입되기는 불가능한 구조다. 그런데 재난과 사고와 중환자는 어김없이 발생한다. 구급차는 지역을 넘어 뺑뺑이를 돌고 의료진의 번아웃은 일상이 되었다. 오늘 밤에도 나는 혼자 권역센터에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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