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이 안 나요. 사실 시상식 전날까지도 연락이 없어서 ‘입상은 못 했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상식 당일 오전에 연락받고 딸아이랑 펄쩍펄쩍 뛰었죠. 몇 등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3등 시상을 하는데 제가 아닌 거예요. 너무 놀랐죠. ‘나 2등 했나봐~‘ 그런데 2등도 아닌 거예요. 온몸에 소름이 돋더라고요. 그때 알았죠. 우승했구나...”
2024년은 모델러 홍준기씨의 한해였습니다. ‘2024 GF’, ‘2024 GPC’, ‘2024 GBWC’ 연초부터 차례로 열린 3대 건프라빌더즈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해 그 실력을 인정받은 닉네임 ‘홍실장’을 만나봤습니다.
降 臨(강림)
“작품명은 ‘THE ADVENT’, ‘降臨(강림)’ 이예요. 성경 누가복음 21장 27절을 보면 ‘그 때에 사람들이 인자가 구름을 타고 능력과 큰 영광으로 오는 것을 보리라.’라는 구절이 있거든요. 예수의 강림을 모티브로 작품 표현을 해보고 싶었어요. 성경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무슨 장면인지 무엇을 얘기하는지 모를 수도 있지만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디오라마를 만들어 본 적이 없었어요. ‘강림’이 제 첫 디오라마 작업이었어요. 디오라마도 해본 적 없고 LED도 쓸 줄도 모르고, 이런 현실을 직시하니 답이 나오더라고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그렇게 디테일 업에 쏟아부었죠. 어설픈 실력으로 LED를 심고 효과를 만들고 했으면 오히려 조잡해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처음 컨셉을 구상할 때 구름을 타고 구원자가 오신다는 구절에 중점을 두고 구상했어요. 구름 대신 왕좌로 표현하고 배경이 되는 지중해 바다와 함께 이스라엘 지역을 실제 지도를 참고해서 만들었어요. 사해에서 갈릴리 호수까지 이어지고 예루살렘 골고다 언덕 자리에는 십자가를 세웠습니다. 왕좌에 새겨진 3개의 십자가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실 때 골고다 언덕에 있던 3개의 십자가를 표현한 거예요.”
“왕좌는 여러 킷들의 부품을 가져와 섞어 만든 믹싱빌드예요. 익세스 구판, 폴리포드 볼, 하이뉴 HWS, 사자비 버카 등등 별의별 킷이 다 들어갔어요. 전체적인 형상을 잡고 프라판과 퍼티로 조형을 추가하고 패널라인 추가, 양각, 음각 추가 등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쏟아부었어요.”
모형은 노력과 시간이 쌓인 만큼 결과가 나오는 법
“모형 작업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저희 세대가 다 그렇게 시작하잖아요. 어릴 적 프라모델을 가지고 놀던 추억에 한 번 시작했다가 다시 빠지게 되는... 아이언맨 프라모델을 접하게 됐는데 너무 맘에 들어서 도색까지 하고 싶어 동네 공방에 찾아가 배웠죠.”
“조립하고 다듬는 것부터 에어브러시 사용 방법 까지 여유시간에 짬짬이 배우면서 모형 취미를 시작하게 됐어요. 다행스럽게도 아내가 제 취미를 존중해줘서 지금은 집에 작업실을 갖추게 됐는데 처음엔 접이식 테이블 하나 놓고 시작했었어요.”
“모형을 시작하면 그 성장단계가 비슷할 거예요. 처음에 조립하고 모으다가 결국 도색을 하게 되고 디테일 업, 개조하고 디오라마를 하고... 저는 디테일 업이 저한테 맞더라고요.”
“처음에는 패널라인 추가하는 것도 맘처럼 안 되거든요. 자꾸 하다 보면 숙달이 되고 원하는 만큼의 퀄리티가 나오는데 그 과정까지 가는 과정이 좀 고단합니다. 그런데 모든 게 다 그렇잖아요. 그냥 되는 건 없잖아요.”
“유튜브 보면서 스킬을 배웠어요. 유튜버 갓핑거(신준수 작가 - 본 연재 16,17화)의 나이팅게일 디테일업 영상을 진짜 많이 봤어요. 보고 또 보고 해보고 또 해보고. 갓핑거님의 영상 중에 ‘메가 사이즈 퍼스트 건담’, ‘나이팅게일’이 정말 교과서예요. 최근엔 디테일 업 작업을 안 하고 3D프린터 작업에 집중하고 계신 것 같아 아쉽더라구요.“
“하나하나 꼼꼼하게 해야 하는 작업이 사실 되게 고된데 저는 그 작업이 좋거든요. 어쩔 수 없는 그냥 만드는 게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만드는 과정 자체가 제 취미인 거죠.”
“하나를 시작하게 되면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다 보니 그렇게 많이 만들지도 못했고 다양한 키트에 대한 경험도 부족해요. 선 긋고 깎고 붙이는 디테일 업만 익숙하고 다른 모형 스킬들은 경험이 부족해서 다양한 스킬들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커뮤니티 등 주변에 보면 시작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금방 결과물이 안 나와 접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어느 정도 선을 넘으면 되는데 눈앞의 결승선을 못 넘고 손을 놓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어차피 취미생활이야 안 하면 그만인데 운동이든 악기든 미술이든 어떤 취미라도 어느 수준까지 가려면 노력해야 하잖아요. 그 과정이 또 재미있으니 취미인 거고요. 모형도 마찬가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권하고 싶어요. 정말 좋은 취미라 생각하거든요.”
건강한 취미생활이 낳는 행복한 삶
“국내 최대 건프라 커뮤니티인 ‘모두의 건프라’에서 매년 건프라 페스티벌(GF)이 열리는데 국내서 가장 규모 있는 온라인 컨테스트예요. GF 일반 도색 부문 출품으로 21년 3등, 22년 2등, 그리고 올해 1등했어요. 차근차근 올라왔죠. 23년 GPC, 24년 GPC 1위 하고 델피데칼 컨테스트, 유튜버 JENIC배 컨테스트 입상도 하고요. 매번 감사하죠.”
“GBWC 한국 챔피언이 저에겐 큰 목표였거든요. 예상보다 빨리 목표를 이루게 돼서 좀 얼떨떨합니다. 그래서 지금 약간 붕 떠 있는 상태이긴 해요. 작년에 SNS 프로필에 ‘GBWC 우승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써놨었는데 올해 돼버린 거예요. 목표를 다시 잡아야 될 것 같아요. 너무 행복합니다.”
“저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아내와 딸이 있어 항상 감사하고 든든합니다. 그냥 식구들한테는 감사한 것밖에 없어요. 딸아이 이름이 ‘이레’예요. ‘여호와 이레 - 계획하시는 하나님’의 이레요. 딸아이의 존재가 저의 모든 걸 계획하게 하고 성실하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이번 GBWC 우승 때도 딸아이가 엄청 좋아해요. 아빠가 방에서 뭔가를 계속 만드는 것만 보다가 큰 대회 나가서 상 받는 걸 보더니 좋았나 봐요. 시상식 장면을 몇번을 계속 돌려보면서 아빠가 1등이라고 최고라고 해주니 엄청 힘이 됩니다.”
“고민도 없고 걱정도 없어요. 근심하고 아등바등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구요. 그냥 목표를 잡고 꾸준히 가보려구요. 다음 목표는 ‘GBWC 월드 그랑프리’로 잡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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